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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정위마저 백화점 갑질에 휘둘리나?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2019년 10월 30일 수요일 +더보기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다시 바꾼다는 뜻으로 일관성 없이 갈팡질팡함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오는 11월 1일 시행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를 10여일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 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의 시행시기를 돌연 이달 말에서 내년 1월로 늦췄다.

오는 10월 3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매우 드물게 두 달간의 유예기간을 둔 셈이다.

공정위는 심사지침 적용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시기를 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에 백화점 참여가 저조하자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행 일정을 급선회했다는 관점에 더 무게가 쏠리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9월 행정예고 한 심사지침 제정안이 가격 할인 행사, 즉 백화점 정기세일도 '판촉 비용 부담 원칙'에 포함시키면서 백화점들의 거센 반발을 사  코세페 보이콧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 등 국가적인 쇼핑 축제를 표방한 '코세페'가 그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유통 규제로 백화점들의 참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심사지침을 밀고 나가기는 무리였을거란 이야기다.

결국 이번 조치로 공정위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그동안 갑질 근절과 상생 도모에 힘을 쏟아온 공정위가 이번에는 중소 납품업체와의 상생을 너무 쉽게 저버렸다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심사지침은 대규모 유통업자가 정기세일 등 판촉 행사 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할인에 따른 손실이나 판촉비용 등을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조치다.

행정예고 후 업계의 반발에도 납품업체의 민원이 꾸준하다며 단호하게 제정안을 밀어붙이던 공정위가 심사지침 시행 열흘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유예한 것은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지난 2년 반 동안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억제하고 중소 납품업체의 권익을 보장하는 취지의 정책을 밀어붙였다. 실효성 있는 제재를 위해 과징금 제도를 개선하고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율 정보공개를 확대하는가 하면 ‘대형유통업체의 반품행위 위법성 심사지침’을 제정하는 등 납품업체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에 주력해 왔다.

조윤주 기자수첩.jpg

심사지침은 법 집행의 가이드라인이다. 구체적인 갑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규제할 근거가 된다.

중소 납품업체들에게 이번에 보완된 심사지침의 시행 예고는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유통업체와 중소업체 간 부당한 판촉비 전가 문제를 해소해 줄 '단비'같은 규정이었을 거다.

공정위가 백화점의 보이콧에 밀려 빼려던 칼을 칼집에 도로 밀어넣었다면 내년에는 과연 제대로 시행할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내년에도 백화점이 코세페를 보이콧하면 또 유예할 것인가? 백화점의 갑질에 휘둘리는 곳이 비단 중소 납품업체뿐만은 아닌가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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