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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해 팔리는 종신보험...불완전 판매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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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해 팔리는 종신보험...불완전 판매 활개
당국 사업비 개편과 안내강화 대책 내놨지만
  •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 승인 2019.10.31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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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손보험을 찾고 있던 경기도 용인의 김 모(여)씨는 H생명 소속 보험설계사로부터 저축과 보장이 골고루 되는 상품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보험에 가입했다. 월납임금 23만 원 중 3만 원은 보장성으로, 20만 원은 저축성으로 적립된다는 얘기였다. 얼마 뒤 다른 상품을 알아보던 중 이 상품이 사망후 3000만 원이 지급되는 종신보험이고 원금회수조차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산에 사는 김 모(여)씨도 직장생활 중 적금상품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20만 원을 10년 간 납입하는 조건으로 S생명 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후 10년을 납부해도 원금을 80% 밖에 찾을 수 없고 이미 2년을 납부한 시점에서 해약 시 돌려받을 해지환급금도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김 씨는 "적금이라고 소개하고 종신보험에 가입시키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연금전환특약과 같은 '저축기능'을 강조해 종신보험을 마치 저축성보험인냥 오인 가입케하는 불완전 판매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축기능이 주 계약이 아니라는 안내를 강화하고 가입 시 계약자가 직접 자필 확인서를 작성토록 제도 정비에 나섰지만 시민단체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종신보험과 저축성보험은 상품 구조가 다르다. 종신보험은 보험가입 이후 평생동안 보험가입자의 사망 등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이 때문에 사고 발생에 따른 적립금인 위험보험료와 지급심사 등에 들어가는 사업비가 높게 책정되어 있다. 자연스레 적립금 규모가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저축성보험은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낮춰 적립금 규모가 커서 향후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금도 많다. 또 보험사는 이 적립금을 자산운용을 통해 일정한 수익률(예정이율)을 보장해 준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보험사를 비롯해 신한생명, 동양생명 등 대다수 생명보험사들은 최근 회계제도 변경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보험료가 비싸 판매가 어려운 종신보험의 일부 '저축기능'만을 강조해 판매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종신보험은 중도 해지해도 언제든 원금을 보장받는 은행의 저축상품과 달라 돌려받을 수 있는 돈(해지환급금)이 턱없이 적다. 사고 발생에 대비해 보험사가 적립해둬야 하는 돈(위험보험료)이 저축보험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 출시된 일부 상품은 환급금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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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신보험과 저축성보험의 보험료 구성 요소 예시. 종신보험은 위험보험료로 인해 적립금이 저축성보험보다 적기 때문에 고객이 돌려받는 돈도 적은 구조다.

잘못 가입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소비자들은 납입액보다 턱 없이 적은 해지환급금에 한 번 더 절망하게 된다. 통계에 다르면 생명보험 가입자 3명 중 1명이 2년 안에 해지하는 만큼 분쟁 발생 소지가 크다.

◆ 금융당국 자필 서명 등 안내 강화했지만 실효성은 글쎄~

금융당국은 지난 8월 '사업비 개편과 안내 강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마련했다. 보험사가 종신보험에 일부 있는 저축성격에 저축성보험 수준의 사업비 및 해약공제액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가 인하되고 환급률이 개선된다. 

또 보험계약자가 상품 가입 시 자필로 '보험료는 저렴하지만 해약환급금이 없다'거나 '저축목적으로 가입할 경우 다른 상품을 선택하는게 유리하다'는 내용을 자필로 적도록 하며 문제 개선을 꾀하고 있다. 저축기능의 일환인 연금전환특약에 대해서도 연금액 안내시 연금보험의 연금액과 동시에 비교하도록 공시를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자필 서명과 안내 강화만으로는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현재도 계약 단계에서 가입자가 약관을 상세히 살피기보다는 설계사의 설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설명을 강화하는 건 큰 효력이 없다는 얘기다.

금융소비자연맹 박나영 정책개발팀장은 "과거에는 가입자의 보험료도 적고 보험사도 수익이 많이 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커진데다가 보험사도 금액이 큰 종신보험에 높은 시책을 내걸면서 판매가 늘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계약 당시 가입자가 약관을 상세히 보기보다는 설계사의 설명 등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내를 강화한다고만 해서 효과가 날지 의문"이라며 "현재로서는 계약자가 가입 당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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