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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대체한 베트남산 H형강에 현대제철 동국제강 '골머리'...반덤핑 제소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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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대체한 베트남산 H형강에 현대제철 동국제강 '골머리'...반덤핑 제소 난항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9.11.12 0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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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대표 안동일)과 동국제강(대표 장세욱)이 주력 제품인 H형강시장을 교란하는 중국과 베트남산 제품에 대해 수입규제를 연장하거나 반덤핑 제소에 나설 준비하고 있지만 복잡한 업계 사정이 얽혀 고전하고 있다.

베트남산 H형강의 경우 포스코의 현지법인에서 생산된 제품이 수입되고 있어 국내 기업간의 갈등이 예상될 뿐 아니라, 베트남철강협회의 반발로 무역분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4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6%나 감소했다. 철광석 가격이 연초대비 20% 이상 상승한 반편 차강판, 조선용 후판 등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이 실패한데다 봉형강 부문 부진도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든든하게 버텨주던 H형강과 철근 등 봉형강 부문도 간신히 흑자를 내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제강도 H형강 사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마찬가지로 거의 제로마진 수준으로 버티고 있다. 그나마 이익률이 나은 컬러강판 등에서 수익을 보전 중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연말 H형강 재고가 늘어나고 시장 판매가격이 급락하자 10월, 11월 부랴부랴 감산까지 시행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인천과 포항에서 압연라인 다수를 각각 4~5일 간 보수에 들어가며 가동을 중단시켰다. 동국제강도 인천공장 1,2호 압연기 가동 중단으로 약 3만톤의 감산을 시행했다.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H형강 부문 고전 배경에는 건설경기 침체가 첫 번째로 꼽힌다.

지난 8월 비수기 계절적 영향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가능성 등으로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가 6년 만에 최저치인 65.9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아파트 건축은 2017년 57만호에서 올해 28만호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전국 건축·주택 인허가 현황에 따르면 전국 기준 인허가 면적은 6928만8000㎡로 전년 동기(8139만6000㎡) 14.9% 감소했다. 또 같은 기간 착공 면적은 10.0%, 준공 면적은 0.2% 각각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인허가 면적이 3518만20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지만 지방은 3410만6000㎡로 25.3% 감소하며 지방 건설경기가 더욱 안 좋은 상황이다.

((((((((중국산 베트남산 H형강 수입동향.png

수입재도 중대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H형강 수입은 올해 10월까지 37만2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증가했다. 베트남 산 수입이 중국산 자리를 대체하며 수입이 대폭 늘었다. 중국산 반덤핑 제소로 중국산 수입량은 2014년 73만톤에서 지난해 2만5000톤까지 대폭 줄었고, 올해도 10월까지 5만톤 수준에 수입되는데 그쳤다.

하지만 베트남산 H형강 수입은 2015년 7200톤에서 2017년 18만2800톤으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20만1800톤이 수입됐다. 올해에도 10월까지 15만3000톤이 수입됐다. 이 물량들은 대부분 포스코(대표 우유철) 베트남 법인인 '포스코 SS비나'에서 생산돼 한국에 수출된 것이다. 베트남 산이지만 포스코 해외법인이 생산했다는 이유로 중국산보다 훨씬 신뢰받고 있다. 이 밖에 바레인 등 제3국 물량 수입까지 늘고 있다. 중국산, 베트남산, 바레인산 수입재는 톤당 70만 원 초중반대로 국산보다 70만 원 후반대인 국산보다 수만 원 저렴하다.

지방 H형강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방 건설경기가 죽어버려서 H형강 물량이 안돌고 있는 상황인데 건설업체들도 국내산은 비싸다며 수입재를 선호하고 여기에 가격을 따라가다보니 현대제철, 동국제강 H형강 마진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베트남산 반덤핑제소 관련 논의 중...어려운 명분 찾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베트남산 H형강 반덤핑 제소와 내년 4월 종료되는 중국산 H형강 수입규제 연장 등을 준비하며 돌파구 마련에 한창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H형강 제조사들은 베트남산 H형강 반덤핑 제소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4월 종료되는 국산 H형강 수입규제도 연장 준비에 들어갔다. 현재 협회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저가 중국산 H형강에 대해 28.23%~32.7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반덤핑 관세 부과 이후 중국산 H형강 수입량은 급감하는 효과를 봤다.

H형강 업계 관계자는 "갖은 노력 끝에 국내 H형강 시장을 교란하고 저품질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국산 H형강을 반덤핑 제소했더니 베트남산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야마토스틸과의 합작으로 더욱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곧 있을 반덤핑 재심 조사에서 중국이 중국산 H형강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협회와 반덤핑 제소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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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SS비나에서 생산돼 수입된 H형강 라벨. 베트남산 수입재지만 포스코산이어서 시장 신뢰도가 높다.
  
문제는 베트남산 H형강 반덤핑 제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중국산과 달리 베트남산 H형강은 포스코 베트남 법인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국내 업체 보호라는 명분이 중국산 수입규제 때보다 약한 것이 사실인 데다 포스코의 반발 또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준공한 포스코 SS비나는 연산 50만톤의 H형강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베트남 철강업계의 불경기로 인해 수년간 고질적인 영업적자에 시달렸고, 팔 곳이 없자 국내로도 수출했다. 준공 첫해 1139억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포스코는 SS비나의 적자가 날로 심각해지자 최근 기업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포스코 SS비나의 철근 생산라인을 베트남 철강회사에 매각하고 H형강 생산라인 지분 50%를 일본 형강 전문업체인 야마토스틸에 매각해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H형강 업계는 일본 야마토스틸과의 합작 이후 한국향 수출량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야마토스틸은 미국 등에 철 스크랩 업체를 보유하고 있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원재료 조달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현대제철 양사 독점 구조인 H형강 시장에 SS비나 제품이 중국산 저품질 제품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는 고객사 의견이 많다"며 "SS비나는 사업 구조조정을 포함해 경쟁력 확보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나 아직 구체적 방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베트남 H형강에 대한 반덤핑제소 소식이 알려지자 베트남 철강협회(VSA)가 보복관세를 예고까지 한 상황이다. 통상마찰 문제도 대두되는 실정이어서 베트남산 H형강 반덤핑 제소에 적극적으로 찬동할지도 미지수다. 현재 산업부는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베트남산 H형강 반덤핑 제소 추진 동향만 파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가 반덤핑 제소를 무역위원회에 신청하면 산업부가 조사에 들어가는 것인데 아직 베트남산 H형강 제소가 이뤄지지 않아 동향 정도만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업체들과 철강협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반덤핑 제소가 실제 이뤄져야 여러 입장들을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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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2019-11-12 10:03:09
같은나라 기업끼리 가격 가지고 싸우면 제3국이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