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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로 지방 건설사에 불똥...서울 재개발 막힌 대형사들 지방 공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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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로 지방 건설사에 불똥...서울 재개발 막힌 대형사들 지방 공략 강화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11.12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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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핀셋 규제'로 불리는 서울 지역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도미노 효과로 지방 중견 건설사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형사들의 전유물인 서울 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막히면서 이들 기업이 지방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서울 27개 동을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여의도,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내 27개 동이 해당된다. 

국토부가 밝힌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기준은 ▲2017년 8‧2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일반분양 예정물량이 많은 지역 ▲정비사업 일반분양 물량이 1000가구 이상인 지역 ▲분양가 관리를 회피한 지역 등이다.

문제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현재 서울에서 진행 중인 대다수의 재개발 사업이 제동 위기에 있다는 점이다.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없고, 그 만큼 부담이 커지는 조합 입장에선 사업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조합 설립 이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지역 재건축 추진 단지는 총 137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는 94곳으로 68.6%다.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리모델링 추진 단지 42곳 중 절반인 21곳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수익성 높은 서울 지역에서의 수주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라 대안 마련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에 드는 대형사들이 그 동안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지방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대전 중구 태평5구역 재건축 사업은 이 지역 건설사인 금성백조주택뿐 아니라 현대건설(대표 박동욱), 대우건설(대표 김형), 포스코건설(대표 이영훈), 롯데건설(대표 하석주) 등 대형건설사도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치열한 수주전을 예고했다.

지난 9월에도 한화건설(대표 최광호)이 부산 북구 덕천동 361일대 1만6050㎡면적의 ‘덕천3구역’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조합원 300명(총437가구), 공사비 812억 원 규모의 초소형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한화건설과 한진중공업(대표 이병모)을 비롯한 8개 사가 수주 경쟁에 나선 바 있다.

일부 대형사는 소규모 개발에 특화된 자회사 설립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지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GS건설(대표 임병용)의 ‘자이S&D’가 대표적인데 이 회사는 낮은 이자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고 사업 진행이 빠른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금을 활용해 연 1.5%의 낮은 이자로 사업비 조달이 가능하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은 “통상 재개발 사업에선 공사비가 1000억 원 이하일 경우 대형건설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이들 사업은 보통 지역에 기반을 둔 중견 이하의 건설사들이 도맡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수주나 사회간접자본(SOC)등 다른 사업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방법이 있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 효율이 떨어진다”며 “결국 국내 사업에서 이를 메꾸기 위해선 랜드마크 위주의 지방 공략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형건설사들이 지방 재개발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함에 따라 지방소재의 중소건설사들의 입지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재개발 조합 입장에서도 품질과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지는 지역 건설사보다 평가 가치가 높은 대형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신용도가 높은 대형사가 더 유리하기 때문에 지역 건설사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후분양을 위해선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같은 방법으로 돈을 조달해야 되지만 중소건설사의 경우 보증이 없어 받기 힘든데다 승인된다 하더라도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주택가격이 상승해 중소건설사의 강점인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대형건설사의 경우 중도에 부도 발생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낮다”며 “특히 브랜드 프리미어가 높은 아파트일수록 하자 등 품질문제에서 자유롭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중소건설사보다 대형건설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월 전북 전주 소재의 성우건설(대표 이치형)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성우건설은 꾸준히 경쟁력을 갖춰 나가며 2017년 10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부터 거세진 주택시장 한파를 견디지 못한 채 법정관리의 늪에 빠졌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경북 구미에 위치한 세원건설(대표 신옥환), 8월에는 경남 진주에 뿌리를 둔 흥한건설(대표 김회조)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들 건설사 모두 해당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했지만 자금난 앞에서 힘을 써보지도 못한 채 무너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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