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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은행은 최후의 보루...위험상품 투자 막아야"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2019년 11월 12일 화요일 +더보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이후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의 적격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을 포함한 제1금융권에서는 위험 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상업은행의 대형화를 막고 위험투자를 제한하는 선진국 방식으로 국내 금융시장에도 변화를 주면서 은행이 저금리 시대의 최후의 보루 역할에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은행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 막아야... 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 도입 주장도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김병욱·추혜선 의원실 주최 '은행 파생상품판매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이대순 약탈경제반대행동 대표는 이 같이 밝히고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시작되고 금융위기론이 불거짐에 따라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 판매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번 DLF 사태 투자자들의 70%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자인데 수입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들은 굉장히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하는 예금자들"이라며 "과거 고금리 시대를 경험한 이들에게 최대 연 4% 수익을 안겨다주는 DLF 상품은 예금처럼 인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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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은행 파생상품 판매,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왼쪽에서 6번째)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DB

그는 이번 DLF 사태가 판매자나 고객 모두 '깜깜이 거래'를 한 대표적인 불완전 내지 사기 판매가 이뤄진 총체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수신 업무 위주를 하던 은행원들이 교육을 받고 PB로서 활동했지만 상품 구조도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판매했고 사는 고객들도 금융투자상품인줄 몰랐던 깜깜이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

이 대표는 "상품을 설계한 자산운용사에서는 고위험 상품이라고 했지만 은행 측 설명자료에는 전혀 다른 설명서가 만들어졌고 이를 감시해야 할 은행 상품심의위원회에서는 의문 제기조차 없이 무사 통과했다"면서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고가 터졌기 때문에 조사를 한 것일뿐 사실상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합병을 완화해 대형화하던 정책을 폐지하고 상업은행의 대형화를 막고 위험투자를 제한했던 것처럼 국내 금융시장도 그 기조를 변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고위험 투자상품 취급을 사실상 막아야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이번 DLF 사태와 같이 부실한 금융상품 취급은 리스크를 은행의 다른 업무영역까지 전이하게 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은행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더 이상 고객 돈으로 위험투자를 해서는 안돼며 은행이 신용의 최후보루가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원래 의도했던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모험자본 공급 역할보다는 헤지펀드만 압도적으로 늘어난 역효과를 보게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부 입법으로 통과되면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 금액 문턱이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사모펀드 규제가 완화되기 직전이었던 2014년 기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전문사모운용사수는 20개에 불과했으나 올해 6월 말 기준 186개로 9배 넘게 늘었지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를 운용하는 업무집행사원(GP)수는 같은 기간 167개에서 271개로 62% 늘어나는데 그쳤다.

김 대표는 "당시 사모펀드 규제완화 반대를 외친 시민단체들은 쇄국정책을 강조한 흥선대원군 소리까지 들어가며 정면으로 비판을 받았다"며 "그러나 사모펀드 규제가 완화되면서 금융회사들도 공모보다는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사모로 자금을 모집하는 등 사실상 사모펀드 규제완화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발방지를 위해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일벌백계와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100% 배상으로 분쟁조정이 이뤄지도록, 사모펀드 가입 금액 상향과 투자자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병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는 파생결합증권(DLS)을 판매할 수 없는 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로 위장해서 판매한 것"이라며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해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어야한다"고 말했다.

◆ 금융감독기관 차원 금융상품판매중지명령권 도입 필요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품에 대해 판매중지를 요구할 수 있는 '금융상품판매중지명령권'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소비자보호 정책이 투입되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국의 경우 관련법에 의거 이미 판매중지명령권이 시행되고 있는데 지난 2014년에 조건부자본증권 판매에 대해 영국 금융감독기구가 판매중지명령권을 발동한 사례가 있다"며 "국내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금융소비자보호법률제정안에 들어가있으나 아직 입법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보호 및 내부통제체계를 확실히 구축하기 위해 내부통제 책임을 대표이사와 이사회에서 확실하게 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내부통제 관련 사항은 각 금융기관 내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금융당국 차원의 제재가 어려운 실정이다.

고 교수는 "내부통제 책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최고경영자 및 이사회의 내부통제 인식 제고를 통해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겠는가"라며 "내부통제 책임에 대한 내용을 법에 규정한다면 내부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때 규정에 의거 제재를 가할 수 있어 좀 더 명확한 사전적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강제성이 없는 분쟁조정과 비용이 다소 소요되는 소송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감독기관에 소비자 피해보상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는 '피해보상명령권 제도'의 도입을 추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번 DLF 사태를 통해 은행은 생명과 같은 신뢰를 잃었고 은행 직원들은 잠재적인 범법자가 된 셈"이라며 "금융노동자들이 더 이상 약탈의 가해자로 내몰리지 않고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은행이 소비자들의 권리를 중심에 놓고 운영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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