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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DLF사태 후속조치로 신탁사업 직격탄 맞나?...금융위 가이드라인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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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DLF사태 후속조치로 신탁사업 직격탄 맞나?...금융위 가이드라인에 촉각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9.11.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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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에서 원금 손실 위험성이 20~30% 이상인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가 제한됨에 따라 비(非)이자이익 확대에 힘써 온 은행권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비이자부문 사업에서 큰 축을 차지했던 은행 신탁 사업의 전략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권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DLF 후속 조치로 내놓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소비자보호 방안'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품,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인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구조화상품과 신용연계증권, 주식연계 사모펀드, 신탁상품 등의 은행 판매가 제한된다.

특히 은행의 자산관리 핵심 사업 중 하나였던 신탁 사업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은행에서 고위험 펀드 상품 대부분을 신탁 상품에 담아 판매해 왔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권 관계자 A 씨는 “펀드보다 신탁사업에 타격이 클 것 같다”면서 “신탁은 사실상 사모펀드와 궤를 같이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4대 은행 3분기 신탁 계정 부채 현황.jpg
신탁 상품은 은행 예금에 비해 관련 규제가 적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은행이율보다는 다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었다. 신탁은 크게 금전신탁과 금전외의 재산으로 신탁을 설정하는 재산신탁으로 나뉜다.

그동안 은행권은 신탁 부문에서 금전신탁 상품 위주로 상품을 판매해 왔다. 이 상품은 위험이 높은 대신 고수익을 보장해 고객 만족도가 높다.

은행 입장에서도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등의 유형 재산을 맡기는 재산신탁에 비해 수수료이익이 더 많아 적극적으로 판매하면서 은행 신탁 사업의 이익 대부분은 금전신탁에서 발생해 왔다.

4대 은행의 경우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신탁에서 금전신탁이 차지하는 비중과 규모는 신한은행 53.7%(47조632억 원), 하나은행 49.6%(35조3120억 원), 국민은행 89.7%(49조6562억 원), 우리은행 69.1%(37조8066억 원)이다.

이 중에서도 은행권은 ELS와 DLS 등을 편입한 특정금전신탁 위주로 영업 규모를 키워왔다. 사실상 펀드 상품처럼 운용해 온 셈인데 은행이 판매한 ELT나 DLT 신탁 중에는 ELS를 100% 편입하는 등 손실 위험이 높은 상품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판매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강수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다. 사모펀드 판매 규제까지는 예상했지만 신탁까지 제한을 받을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신탁업의 경우 은행의 자산관리 핵심 사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면서 금전신탁을 대신해 재산신탁의 비중을 늘리거나 비고난도 신탁 상품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은행권은 향후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확정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 B 씨는 “아직까지 금융당국으로부터 고위험 상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전달받지 못하는 상태라 현재로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은행권에서 이자이익을 줄이고 비이자이익을 키우기 위해 자산을 늘리고 해외 수익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규제로 그것과는 별개의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상황으로 당장의 타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은행권은 이번 규제로 인한 시장의 위축과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채널이 급감함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C 씨는 “ELT와 DLT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수익 추구형이라 ELS 등의 편입 비중을 높여왔던 것”이라며 “손실 한도를 낮추면 정기예금의 이율보다 못한 상품이 나올 수 있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너무 전방위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 같아 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면서 “은행 공동으로 금융당국에 이 같은 우려의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 규제안으로 발표한 원금 손실 20~30% 분류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업계 의견을 반영해 비율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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