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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손 청구 간소화’ 또 무산...의료계 10년째 소비자 볼모로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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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손 청구 간소화’ 또 무산...의료계 10년째 소비자 볼모로 잡고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9.11.28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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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표류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올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20대 국회 마지막 법안소위가 열린 지난 21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신용정보법 개정안, 인터넷 은행 특례법 등 다른 법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된 것이다.

내년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법안 발의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만큼 적어도 2년이 지나야 재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약 없이 미뤄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각 업계가 어떠한 양보 없이 10년째 같은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금 청구가 복잡해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낀다는 이유로 보험급여 청구절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각 보험사마다 별도의 종이문서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는 먼저 각 보험사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병원에 직접 방문해 서류를 떼고 팩스 등을 이용해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보험업계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필요하다며 ‘찬성’ 입장을 표명했지만 의료계에서 “환자의 정보가 전자문서화돼 보험사로 넘어가면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10년 째 답보 상태다.

각 업계의 무조건적인 찬반 입장 사이에 끼어 소비자만 계속 불편함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월 금융당국에서도 의료계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중개기관으로  두고 환자의 정보를 보험사가 직접 접촉하지 못하게 하자는 대안도 제시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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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반대 이유가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과잉진료를 감추기 위함'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 역시 아무런 대안 제시 없이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 정말 환자를 위한다면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중개기관을 거치는 등 정보 유출 위험을 막고 청구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보험업계에서도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목소리만 높이며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만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필요서류를 통일하는 등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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