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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로 소문난 푸르덴셜생명 매각 '먹을 것 없는 잔치' 되나?...유력 후보들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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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로 소문난 푸르덴셜생명 매각 '먹을 것 없는 잔치' 되나?...유력 후보들 '시큰둥'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9.12.04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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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생명보험의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인수 규모와 매각시기 등을 놓고 금융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예상 외로 인수전이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현재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KB금융과 우리금융, 하나금융이 푸르덴셜 인수에 현격한 온도차를 보이면서 벌써 판도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업황 악화와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 도입으로 푸르덴셜 인수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생명보험사 인수에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냈던 KB금융(회장 윤종규)이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쟁자로 꼽히는 우리금융(회장 손태승)과 하나금융(회장 김정태)은 각각 ‘증권사 우선 인수’ 원칙과 ‘글로벌 사업 집중’ 등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이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자회사인 한국 푸르덴셜생명의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설에 대한 한국 푸르덴셜생명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인수 희망사를 대상으로 투자 안내서를 발송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이 지배적이다.

푸르덴셜생명의 매각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 속에 인수 시기나 규모 등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의 예상 인수 가격이 2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면서 유력한 인수후보로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가 거론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는 KB금융이다. 자산운용사, 신탁사, 증권사 등을 모두 계열사로 두고 있는 KB금융은 그 동안 생명보험 부문 강화 의지를 밝혀왔다. 신한금융과 경쟁 관계에 있는 KB금융은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금융지주 1위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판세를 뒤집을 묘수로 생명보험사 인수 카드를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KB금융 역시 이 같은 업계 안팎의 추측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 등 보험사의 잠재매물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됐다”면서 “보험사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금융사가 매물로 나온다면 언제든지 인수를 고려할 수 있다”며 유연한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또 다른 인수후보로 꼽히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순익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을 내는 비은행 계열사가 없다. 때문에 향후 비은행부문 강화는 정해진 수순으로 이미 M&A를 위한 실탄확보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출범당시부터 자산운용, 부동산신, 증권, 보험사 순으로 합병 의지를 밝혔으며 실제로 출범 3개월 만에 동양·ABL자산운용, 이후 국제자산신탁을 취득한 바 있다. 이 같은 원칙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다음 인수대상은 증권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매력적인 매물이 나오면 보험사 인수도 검토해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손태승 회장의 기본적인 인수합병 로드맵은 보험사보다 증권사가 먼저이고 그 원칙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IB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사 인수가 더욱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지난 6월 우리은행 기업금융(IB) 부문과 우리종금 IB 부문을 합친 CIB 조직을 출범시켜 증권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증권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 인수를 통해 그룹 전체 수익 증대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어 “우선순위로 두었던 증권사 인수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보험사 인수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서 “더욱이 내년 초 내부등급법 도입 승인 전까지는 섣불리 인수전에 뛰어들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 역시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은행 강화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비은행 비중을 30% 늘린다는 목표로 M&A에 나서고 있어 유력한 인수 후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더케이손해보험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실사를 진행 중이라 이 같은 추측에는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하나금융은 향후 경영 행보에 있어 국내 보험사 인수 보다는 글로벌 사업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지만 당사의 경우에는 국내 시장보다는 신남방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한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최근 베트남에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만 봐도 국내 시장 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크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푸르덴셜생명 매각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르덴셜생명이 규모에 비해 우량 보험사로 알려져 있지만 새 보험회계기준인 IFRS17의 도입과 최근 국내의 저금리 기조 등을 감안하면 매력도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동양생명, ABL생명, KDB생명 등이 매물로 올라와 있는 만큼 금융지주사들이 성급하게 뛰어들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매각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인수 후 인력 감축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고 추가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면서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보험사들의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매물이 여러 개 나와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인수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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