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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⑦] 녹십자, 창업2세 일가 지분구도 팽팽...승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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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⑦] 녹십자, 창업2세 일가 지분구도 팽팽...승계 안갯속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9.12.10 0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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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해로 창립 52주년을 맞은 GC녹십자(대표 허은철)는 녹십자홀딩스(대표 허일섭·허용준)를 지배회사로 두고 있다. GC녹십자 외에 녹십자셀(대표 이득주), 녹십자랩셀(대표 박대우), 녹십자엠에스(대표 안은억)를 포함한 5개의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약 3조4000억 원으로 제약 업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

1978년 상장했으며 해방 후 수입에 의존해온 필수 의약품들을 국산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올 들어서는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 백신 사업 호조로 3분기까지 매출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허일섭 회장, 고 허영섭 회장 일가 지분율 구도 팽팽

녹십자의 지배기업인 녹십자홀딩스는 허일섭 회장 외 29명의 특수관계인들이 33.92% 지분을 보유했다. 여기에 목암생명과학연구소(9.79%), 미래나눔재단(4.38%), 목암과학장학재단(2.1%) 등 재단이 16.27% 지분을 더하고 있는 구조다. 특수관계인 지배 지분은 총 50.19%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은 단단하다.

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허일섭 회장과 고 허영섭 회장 일가의 지분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허일섭 회장과 허진성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 상무 등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오남 일가가 13.97%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계열사 CEO를 맡고 있는 허은철 GC녹십자 사장과 동생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부사장) 등 고 허영섭 회장 일가는 6.03% 지분을 지녔다. 이들은 2009년 허영섭 회장이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출연한 재단을 우호지분으로 갖고 허일섭 회장과 팽팽한 지분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허은철 사장은 목암과학장학재단, 동생인 허용준 부사장은 미래나눔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재단 두 곳의 지분을 더한 허영섭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12.51%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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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허영섭 회장은 1960대 한일시멘트그룹을 일군 허채경 창업주가 경영난에 빠진 수도미생물약품의 대주주로 참여해 1971년 녹십자로 사명을 바꾼 이후 실질적으로 회사를 키운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2009년 갑자기 사망하면서 허일섭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고 허영섭 회장은 당시 보유 중이던 지분 12.37%를 재단과 부인, 자녀들에게 나눠 물려줬다.

녹십자홀딩스 지분 9.79%를 보유한 목암연구소는 허일섭 회장과 고 허영섭 회장 일가의 승계 캐스팅보드 역할을 하고 있다.

목암연구소는 허일섭 회장이 대표를 맡고 허은철 사장이 이사로 등재해 힘의 균형추를 맞추고 있다. 목암연구소는 다른 2개 재단과 달리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유지를 위해 보유 지분을 녹십자홀딩스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 허채경 창업주의 사남 허남섭 한일시멘트 회장 일가가 4.3%, 삼남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일가가 3.18% 등을 보유했다. 이들은 한일시멘트를 물려받았다.

눈길을 끄는 점은 3세 중에서 지분율이 가장 높은 인물이 허남섭 한일시멘트 회장의 딸인 허정미(3.36%) 씨라는 사일이다. 그만큼 허은철 사장과 허용준 대표 의 입지가 굳건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 지분 매입 경쟁 치열, 경영권 분쟁 잠재...승계구도 시계제로

녹십자는 허일섭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그룹을 맡고 있으면서, 회사를 키운 고 허영섭 일가 3세들은 주요 계열사 대표를 맡으면서 승계를 준비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었다.

하지만 2018년 초 허일섭 회장의 장남 허진성 씨가 계열사 상무로 승진하면서 3세 승계는 다시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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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일섭 녹십자 회장(왼쪽),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과거 허은철 사장의 형인 허성수 씨가 고 허영섭 회장의 지분을 물려 받지 못한 채 ‘유언이 어머니 정인애 씨에 의해 조작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뒤 녹십자홀딩스 주식 매집에 나서자 허일섭 회장 일가가 맞불을 놓으며 지분을 늘린 바 있다.

이후에도 지분을 꾸준 늘린 허일섭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지난 2015년 12.27%에 비해 1.7%포인트 높아진 데 비해 고 허영섭 회장 일가의 지분은 같은 기간 5.74%에서 0.29%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두 일가의 지분율 차이는 6.53%에서 7.62%로 더 벌어졌다.

녹십자 측은 지배구도에 대해 “승계 등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녹십자 지배권이 고 허영섭 회장에서 허일섭 회장으로 이어진 것처럼 3세에서도 허은철 사장이 그룹을 맡고 추후 사촌인 허진성 상무로 이어지면 잡음이 덜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허 상무는 1983년생으로 허 사장보다 11살 어리다.

◆ 지주사 고배당·내부거래로 지배력 강화 작업

녹십자 오너 일가들은 지분율을 높이며 경쟁구도를 이어왔는데, 지분 매입 재원은 홀딩스의 배당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녹십자홀딩스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2312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이중 659억 원을 배당했다. 5년 동안 연평균 배당성향은 28.5%다. 같은 기간 오너가 없는 유한양행은 평균 배당성향이 1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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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 간 비슷한 지분율로 경영권 다툼 분쟁이 잠재해 있는 경우 회사의 성장성 측면에서는 연구개발(R&D) 등에 사용될 재원이 배당으로 빠져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허일섭 회장이 지분 17.09%를 보유한 녹십자엠에스는 내부거래비중이 눈에 띄게 높다.

내부거래로 키운 계열사의 지분 매각 및 합병 등의 방법으로 지주사 지배력을 키우는 일은 재벌그룹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다. 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이 0.66%로 상대적으로 낮은 허진성 상무가 추후 증여·상속 받을 경우 지주사 지분율을 끌어올리는데 활용될 수 있다.

3분기까지 녹십자엠에스의 내부거래비중은 30.2%로 전년 동기 25.7%보다 높아졌다. 연간으로 살펴봐도 2015년 19%에서 지난해 26.3%로 상승했다. 이 기간 내부거래 금액은 170억 원에서 227억 원으로 33.7% 증가한 반면, 매출은 893억 원에서 863억 원으로 3.3% 감소했다. 2007년~2010년에는 내부거래비중이 90% 이상으로 더욱 높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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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 2019-12-27 21:22:34
ㅎㅎ 앞으로 재미있을것. 저기 장남 서울 부산 부동산 꽤 보유중인 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