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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소비자보호실태 '뒷북 평가'에 원성...금융사, 세부 내용도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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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소비자보호실태 '뒷북 평가'에 원성...금융사, 세부 내용도 못 받아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9.12.2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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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이 평가방식을 개선해 내놓은 '2018년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와 관련해 금융권과 소비자단체 등으로부터 평가방식과 발표시기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실태평가 때  DLF‧DLS(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 불완전판매를 잡아내지 못하는 바람에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는데 올해도 평가가 계속 지연되는 바람에 이를 실제 업무에 반영할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평가대상인 금융회사들은 2018년 실태에 대한 평가가 2019년 연말에야 나오는 바람에 '미흡'하다고 지적을 받은 부문을 개선하지 못한 채 내년 평가가 이뤄지게 된 점에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평가 결과만 발표해놓고 세부내용을 전달하지 않는 바람에 금융사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먼저 금융회사들은 실태평가 발표 시기가 늦어진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태평가가 매년 8월 말~9월 초에 나왔던 것과 달리 올해는 12월 중순께 발표됐다.

예년보다 2개 회사가 추가된 총 68개 업체를 심사했으며, 금감원 실태평가팀이 68개 회사 모두 ‘필드 테스트’를 실시하는 바람에 심사 완료가 10월로 미뤄졌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여기에 DLF 사태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 작업이 11월 말에 이뤄지면서 금융소비자모범규준 개정과 맞물려 실태평가 결과는 결국 12월 중순에나 발표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태평가가 12월에 나오는 바람에 어떤 부분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더라도 보완할 시간이 없다”며 “내년에 나올 2019년도 실태평가가 기존처럼 8월 말에 나온다면 지금과 똑같은 평가를 받은 회사가 대다수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실태평가 세부 내용이 아직 금융사에 전달되지 않은 것도 원성을 사고 있다. 은행, 보험, 카드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항목별 평가와 관련해 "금감원에 자료를 제출하긴 했으나 어떤 부분이 좋은 평가 또는 나쁜 평가를 받았는지 알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은행사 관계자는 “평가 결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어야 내년도 평가에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텐데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 역시 “등급이 변동이 됐는데 어떤 부분 때문인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세부 평가 내용을 금융사에 전달해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로 할 계획”이라며 “다만 업체 수가 많아 현재 작성 중이며 가능한 다음주(12월 넷째 주)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태평가의 적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DLF‧DLS 사태’는 사실상 올해 터졌데 이를 2018년도 실태평가에 반영해 ‘패널티’를 부과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다. 관련 금융사들은 내년 평가에서도 DLF사고에 대한 책임을 또 추궁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같은 사안으로 인해 불이익을 다시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대규모 불완전판매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은행사에 좋은 등급을 줄 수 없다는 금감원의 고민도 이해가 되지만, 올해 불거진 문제를 작년도 평가에 억지로 끼워맞추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도 “암 보험금 이슈가 있었던 삼성생명 등 일부 업체도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이야기들이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부 카드사 및 저축은행에서는 “2017년과 2018년 크게 다르지 않은 자료를 제출했는데 등급이 변동된 이유를 모르겠다”거나 "저축은행은 업체별로 소비자보호조직 규모가 천차만별인데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면 힘들 수밖에 없다"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발표가 연말로 밀리다보니 금융사와 소비자단체 등에서 실태평가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도 문제로 꼽힌다. 금감원에서는 실태평가의 목적에 대해 ‘금융소비자에게 거래 금융회사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인식을 제고시켜 소비자보호 중심 경영 문화를 유도하는데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슈가 몰리는 연말로 발표가 미뤄지다 보니 실태평가가 이미 나왔는데로 일선 부서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발표 시기가 늦은 데다가 올해 DLF 사태 등 여러 가지가 겹치다 보니 조용히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도 “발표가 계속 미뤄지다 보니 금융사나 소비자나 실태평가 에 대한 관심 자체가 떨어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외에도 실태평가가 강화되면서 현장에서 힘들어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일부 블랙컨슈머들이 금감원 평가를 언급하며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현장에서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털어놨다.

반면 은행에서는 “이미 소비자보호 체계 강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 기준이 강화됐다고 해도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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