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비전2020' 성적표⑤] 포스코, 회장 따라 '비전' 오락가락...'비철강' 강화 여전히 숙제
상태바
['비전2020' 성적표⑤] 포스코, 회장 따라 '비전' 오락가락...'비철강' 강화 여전히 숙제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1.10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기업들은 한 때 '비전 2020'이라는 이름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2020년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시점에서 각 기업들이 내건 경영목표가 얼마나 실현 됐는지, 혹시 주먹구구식의 경영전략은 아니었는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09년 2월 포스코 수장에 오른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은 2년 뒤인 2011년 1월에 '비전 2020'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그룹의 전체 연간 매출 목표를 200조 원까지 늘려 글로벌 100대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것이 그 골자였다.

정 전 회장은 2020년에는 철강을 중심으로 한 핵심사업에서 120조 원, E&C·에너지·화학 등 성장사업에서 60조 원, 녹색성장 및 해양사업 등 신수종사업 부문에서 20조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2011년 당시 포스코 연결기준 매출은 68조9387억 원, 영업이익은 5조4081억 원이었다. 9년 만에 매출을 3배 가량 늘려야 하는 쉽지 않은 목표였지만, 정 전 회장이 적극적으로 사업분야를 확장하던 시기여서 이 같은 계획이 마냥 허무맹랑하게만 들리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8년이 흘려 2020년을 맞은 현재 상황에서 포스코의 '비전 2020'은 실현과는 거리가 먼 공약(空約)으로 남고 말았다. 회장이 2번 바뀌면서 경영전략 자체가 대폭 수정된 탓이다. 심지어 현재 포스코의 매출규모는 '비전 2020'을 발표할 때보다 줄어든 상태다.

정준양 비전 2020.jpg
▲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3월 '비전 2020'을 발표한다.


◆ 비전 2020 흑역사...매출 200조 목표달성은 커녕 발표 당시보다 못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포스코의 2019년 연결기준 매출은 64조7004억 원으로 전년보다 0.4%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4조2020억 원으로 24.2%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 2011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6.1%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22.3% 줄어든 수치다.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하겠다던 원대한 목표와는 달리 외형도, 수익도 모두 역주행했다.

포스코의 실적 악화는 외형확대를 부르짖은 정준양 전 회장의 경영실패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정 전 회장 재임 전인 2008년과 퇴임 직전인 2013년을 비교해보면 매출은 연결기준 41조7000억 원에서 61조8000억 원으로 50% 가까이 늘어나는 폭발적 성장을 보였다.

포스코 연결기준 실적비교교.png


하지만 영업이익은 7조1000억 원에서 2조8443억 원으로 58%나 줄었고 순이익도 4조3000억 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69% 감소했다. 2008년 17%에 달하던 영업이익률은 2013년 4.6%로 급락했다. 부채는 18조6000억 원에서 38조6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국제평가사인 무디스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1에서 Baa2로 4단계나 떨어뜨렸다.

외형 확대에 집착한 나머지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모두 악화되며 체질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됐다.

정준양 전 회장은 재임 기간 대우인터내셔널(現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굵직한 기업들을 잇달아 사들이며 포스코 국내 계열사를 2008년 말 31개에서 2012년 말 71개까지 대폭 늘렸다. 

하지만 임기 말에는 부랴부랴 구조조정을 단행해 1년 만에 계열사 19개를 정리했다. 외형확대 전략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포스코의 '매출 200조 원' 목표는 사실상 이 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포스코 실적 및 계열사 수 변화.png

후임인 권오준 전 회장은 주변 사업을 정리하고 철강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천명했다.

권오준 전 회장은 대내외 위기감이 커지자 2014년부터 보수적인 투자 기조로 정책을 변경하고 철강 본원 경쟁력 회복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극한의 기업 체질개선에 돌입하게 된다. 특히 비대해진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부실계열사 청산과 구조조정에 집중한 결과 포스코 국내 계열사 수는 2018년 말 38개로 줄었다.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1조 원의 비용절감, 126건의 강력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별도 영업이익률을 두 자릿수로 회복하는 데 성공했고, 창사 이래 최저 수준 부채비율을 기록하는 등 재무건전성도 확보했다.

그러나 미래성장분야는 과거 과잉투자 부분을 해소하느라 신규 투자가 위축됐고, 비철강 사업분야도 수익성이 떨어졌다.

2017년 CEO포럼에서 권오준 전 회장은 신중기 전략을 발표한다. 여기에서 2019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5조 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새로 밝힌다. 그러나 올해 영업이익이 4조 원대로 전망되면서 달성실패 가능성이 큰 상태다.

◆ 최정우 호, 다시 비철강 확장 의지...비전 2020은 이미 폐기처분

지난 2018년 부임한 최정우 회장은 신사업 개척을 중점에 둔 전략적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임자인 권오준 전 회장이 철강 기술 전문가로서 기술 중심의 구조조정에 집중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포스코는 적자 지속사업과 자산 정리는 이어가면서도 다시 비철강 카드를 꺼내 들고 철강 이외 영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최정우 회장은 장기간 적자를 내며 수익성에 제동이 걸린 합성천연가스 사업, 순천 마그네슘 사업과 중국에 있는 'POSCO(Guangdong) Coated Steel', 태국의 'POSCO Thainox Public Company Limited' 등 해외법인을 잇달아 청산하며 취임 1년 만에 조 단위 사업을 정리하는 과감함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 오는 2021년까지 24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비철강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포스코 100대 개혁과제.jpg
▲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2019년 11월 100대 개혁과제 실천을 통해 1조2000억 원의 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18년 11월 취임 100일을 맞아 여러 사업구조 개편안을 골자로 한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한다. 액화천연가스, 부생가스발전사업, LNG미드스트림, 탄소소재 사업, 양음극재 등 이차전지 사업, 식품사업 등 비철강사업 강화안이 포함돼 있다. 2019년 11월에는 100대 개혁과제 실천을 통해 1조2400억 원의 재무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철강업 불황으로 2019년 포스코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3.5%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현 상황에서 최정우 호가 가야할 길이 멀어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차전지, LNG 밸류 체인, 식량사업 등 힘을 싣고 있는 신성장동력을 확실히 키워야 하고, 철강업 본원 경쟁력도 더욱 키워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려야 한다. 최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끊임없는 사업의 진화와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을 강조했다. 

포스코 주식차트.JPG
▲ 2020년 1월8일 포스코 주식차트(제공: 네이버)


지난 2011년 자신있게 외쳤던 포스코의 비전 2020은 실패로 끝났다.

매출 200조 원 목표는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며 난파했다. 이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포스코의 장기비전을 보고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에게도 손해를 입혔다.

정준양 전 회장이 급격히 외양을 늘리던 시절인 2010년 1월 63만 원에 달했던 포스코 주가는 10년 가까이 실적 침체를 겪으면서 올해초(1월 8일 마감기준) 22만8000원으로 곤두박질을 친 상태다.

그동안 주주들은 포스코 IR팀에 수시로 항의전화를 하는가 하면 배당성향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해왔다.

포스코는 이런 주주들을 달래고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의 지난 2018년 배당성향은 47.3%로 산업계 최고 수준이며, 2019년에도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 '비전 2020'의 후유증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비전 2020은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 수립한 목표이고, 권오준 전 회장 시절에 이미 폐기처분된 목표와 다름없다"며 "목표달성 여부보다도 부실의 늪에서 벗어나 향후 100년을 바라볼 수 있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