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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KG동부제철 강관사업 철수 검토...117개 업체 난립으로 수익성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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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KG동부제철 강관사업 철수 검토...117개 업체 난립으로 수익성 최악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1.1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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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사들이 강관사업에서 속속 손을 떼고 있다.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 실패로 사업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현대제철과 KG동부제철 등 주요 업체들이 해당 사업부문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대표 안동일)은 현재 강관사업 매각을 검토 중이다. 강관사업부를 자회사인 현대BNG스틸에 넘기는 안과 제3의 업체에 강관 설비를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대제철 안동일 사장은 최근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강관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질문에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저수익 제품이나 굳이 우리가 직접 대응할 필요없는 부분에 대해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5344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전년보다 반토막 나는 것으로 영업이익률은 2.5%까지 수직하락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4400억 원이고, 하반기는 수백억 원에 그치는 등 하반기가 훨씬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 구조개편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생각인 것.

현대제철의 수익성을 낮추는 사업 중 하나가 강관 부문이다. 현대제철은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강관사업 부문에서 수년간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까지 강관 등 생산설비 가동률은 63.3%에 머물렀다. 냉연(108.8%), 후판(99.2%), 열연(89.1%), 봉형강(86.7%)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생산 실적도 2017년 163만8000톤에서 2018년 162만4000톤, 지난해 3분기 107만1000톤으로 매년 줄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강관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BNG스틸이 아닌 타 업체로 매각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관 제조사인 KG동부제철(대표 이세철)도 강관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강관부문에서 2015년부터 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에도 소폭의 적자를 내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매출에서 강관이 차지하는 비중도 2.4%로 높지 않다. 지난 20년 간 설비투자가 없어 노후화된 설비운용으로 품질경쟁력이 떨어져 앞으로도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KG동부제철은 컬러강판과 석도강판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을 준비 중이다. 투자계획도 이쪽에 맞춰져 있다. 오는 2021년까지 충남 당진공장에 약 1200억 원을 투자해 연산 60만톤 규모의 컬러강판 생산라인 4기를 신설할 계획이다. 향후에도 적자가 유력시되는 강관사업을 굳이 영위할 필요성이 없다는 게 회사 내부의 판단이다.

다만 KG동부제철은 인천스틸 합병 및 전기로 매각 등 해결해야 할 큰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인데다 강관공장 인력들도 근무 중인 만큼 바로 강관사업 매각을 진행하지 않고 천천히 정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인천스틸 합병과 전기로 매각 등 굵직한 이슈들이 실행되는 대로 강관사업 매각 움직임이 수면 위로 올라갈 전망이다.

KG동부제철 관계자는 "회사 주력제품을 컬러강판과 석도강판으로 정한데다 강관사업에서 지속해서 적자가 나고 있고, 향후 비전도 어두워 매각을 검토 중"이라며 "하지만 현재 굵직한 이슈들이 많아 본격적인 검토단계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냉연, 강관사업을 영위하던 현대하이스코를 지난 2015년 흡수합병했다. 현대하이스코의 전신은 지난 1980년 세워진 현대강관(주)이다. 현대강관의 주력 사업이 강관이었으므로 현대제철이 강관사업부를 외부로 매각한다면 무려 50년의 생산역사가 사라지는 셈이다. KG동부제철은 1990년 대부터 강관을 생산해왔다. 강관사업을 접게 된다면 약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철강업체들이 강관사업에서 철수를 검토하는 것은 구조조정 실패와 수익성 악화가 원인이다. 앞선 두 업체 뿐만 아니라 많은 강관업체들이 수익성 측면에서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관은 대표적인 공급초과 품목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강관업체 수만 117개에 이른다. 강관 생산설비를 갖고 있는 대형, 중형, 소형 강관사들이 난립하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수요가 350만 톤에 불과한데 생산량은 500만톤에 이른다. 이 중 중국산을 중심으로 한 저가 수입재가 50만톤이 들어오고 있다. 이 수입재들은 국내산보다 톤당 10만 원이나 저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강관 제조사들은 200만톤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수는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 속에 저가 수입재에 잠식당하고 있고, 수출에서는 쿼터제로 인한 물량 제한과 관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중요한 수출지역인 미국에서 국내 강관업체들에게 25%의 관세를 메기는가 하면 연간 100만톤으로 수출 쿼터(제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강관 수출은 180만톤 수준으로 전년보다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117개 강관사들 중에는 현대제철, KG동부제철처럼 적자를 내는 곳들이 허다하며, 이익을 내더라도 간신히 흑자를 내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 30% 비중으로 내수 판매비중 1위인 세아제강도 지난해 4334억 원의 매출에 11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영업이익률이 2.5%에 불과했다. 세아제강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57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9%까지 떨어졌다.

2016년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회의에서도 정부는 강관의 경우 경쟁력을 확보한 강관업체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보유한 설비 통폐합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도 강관업계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많은 강관사들의 난립 속에 저가 수입재가 시장을 교란하고 있고,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수요산업 어려움으로 내수판매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수출시장은 미국 쿼터제, 관세 등 난관이 가득한 실정"이라며 "올해 많은 강관사 대표들이 '생존'을 외칠 정도로 업황자체가 어려워 현대제철, KG동부제철 등 대형 철강사들도 속속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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