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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⑫]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 순환출자·공익재단 동원해도 지배력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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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⑫]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 순환출자·공익재단 동원해도 지배력 취약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1.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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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동화약품(대표 박기환)은 제약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상표 ‘부채표’와 최장수 의약품 ‘활명수’를 보유한 회사다.

활명수를 대표로 판콜A·S, 후시딘 등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일반의약품이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한다.

시가총액은 약 2300억 원으로 업계 30위권에 포진해 있다. 2018년 기준 매출은 3066억 원으로 업계 21위의 중견 제약사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매출이 2238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3.2% 마이너스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78억 원에서 21억 원으로 73% 급감했다.

1897년 9월 설립된 동화약방을 전신으로 올해 창립 123주년을 맞는다. 궁중 선전관 민병호의 아들 민강 선생이 설립했는데, 1937년 윤창식 선생이 인수했다. 현재 동화약품을 소유하고 있는 윤도준(69) 회장은 윤창식 선생의 손자로서 3세 경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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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준 회장(왼쪽), 윤인호 전무

◆ 동화약품 3세 체제서 ‘CEO들의 무덤’ 오명 얻어

윤도준 회장은 경희대 의대 교수를 지내다 2005년 동화약품에 뒤늦게 입사해 3년 만인 2008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해 2세 경영자였던 윤광열 사장은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윤 회장이 경영자로서의 경험이 얕았던 까닭인지 동화약품은 3세 체제에서 전문경영인과의 공동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공동경영 체제는 성공적으로 안착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화약품은 2008년 오너와 전문경영인 공동대표 체제를 갖춘 이후 지금까지 8명의 인물이 CEO를 맡았는데, 임기를 채운 인물은 1명뿐이다. 2008년 선임된 조창수 전 대표 역시 2010년 6월 연임에 성공한 후에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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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경력을 쌓았거나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들이 모두 CEO에 오른 뒤 조기에 물러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일각에서는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결국 동화약품은 CEO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동화약품 측은 “CEO 개인 사정으로 물러나는 것일 뿐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못 박지만, CEO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결국 지난해 3월 윤도준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 윤도준 회장, 지분율 5.13% 불과...공익법인과 순환출자로 지배력 유지

동화약품그룹은 상장사인 동화약품과 비상장사인 동화지앤피(대표 윤인호), 흥진정공(대표 이중근·이원익), 동화개발 등 4곳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기업가치는 총 3156억 원(14일 종가 기준)이다. 상장사는 시가총액, 비상장사는 자본총계로 계산했다.

윤도준 회장은 동화약품 지분 5.13%만 보유하고 있다. 보유 주식가치는 117억 원이다. 그룹 전체 가치의 3.7%에 해당하는 지분으로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서 있는 것이다.

윤 회장은 낮은 지배력을 가송재단과 순환출자 구조를 갖춘 비상장사를 통해 보충하고 있다.

동화지앤피와 가송재단은 동화약품 지분을 각각 15.22%, 6.39% 보유했다. 친인척들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더하면 동화약품을 지배하는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율은 32.36%로 높아진다. 자기주식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가송재단은 2세 경영자인 윤광열 명예회장이 배우자 김순녀 여사와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문제는 윤도준 회장 일가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동화지앤피의 지배구조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동화지앤피는 윤 회장이 8.86%의 지분을 갖고 있고 가송재단이 10%, 동화약품이 9.91%를 보유 중이다. 오너 일가와 별도로 외부 기업인 반도체 회사 테스가 11.6%를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 개인지분과 가승재단, 동화약품 보유지분을 합치면 동화지앤피 지분의 50% 가까이를 차지하게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지배력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르면 상호출자 관계 상황에서 A사가 B사 지분 10% 이상을 취득하고 있으면, B사가 A사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동화지앤피가 동화약품 지분 15.22%나 갖고 있기 때문에 동화약품이 보유한 동화지앤피 지분 9.91%는 의결권을 상실한다. 동화개발이 보유한 19.81% 지분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의결권이 상실된다. 

결국 윤 회장 개인지분과 가승재단 보유지분 18.86%로 동화지앤피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동화약품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동화지앤피 최대주주로 있는 테스의 행보에 따라 향후 경영권 방어와 승계작업을 놓고 문제가 벌어질 소지가 있다.

동화지앤피가 비상장사기 때문에 테스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경영권 확보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윤 회장의 보유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자녀 세대로 승계를 진행하면서 지분율이 더 떨어져 지배력이 취약해질 공산이 크다.

반도체 회사인 테스는 단순 투자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동화지앤피 지분을 매입한 테스는 동화약품과 아무 관련이 없는 회사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계열사 흥진정공 설립자와의 우호관계 및 지배구조 개선 계획과 관련한 질의에는 “알지 못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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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세 승계율 15% 수준, 비상장사 순환출자 구조가 도우미 역할 기대

4세 경영자로 지목되고 있는 윤 회장 장남 윤인호(37) 전무는 동화지앤피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동화약품 지분율도 0.88%에 불과하다.

윤도준 회장 직계일가의 보유 주식가치는 138억 원인데, 이중 윤 전무와 누나 윤현경(41) 상무가 보유한 지분가치 비중은 15.5%다. 윤 회장 일가의 자산 승계율이 15.5%로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윤 전무가 20억 원으로 14.5%, 윤 상무는 1억 원대로 1% 비중에 그친다.

윤 상무는 동화약품의 화장품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윤 전무는 일반의약품(OTC)과 생활건강사업부, 전략기획본부를 이끌고 있다.

2014년 초만 해도 윤 전무의 지분율은 0.08%로 윤 상무에 비해 고작 0.02%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윤 전무 지분율은 그해 말에는 0.47%로 높아졌고 현재는 0.88%로 더 높아졌다. 윤 상무의 지분율 변동은 없다.

동화약품 보유 지분율도 앞서고 핵심 사업부를 이끌고 있어 윤 전무가 후계구도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전무 입장에서는 윤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을 지분이 많지 않은 만큼 추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비상장사의 순환출자 구조는 승계를 염두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동화개발이 동화지앤피 지분 19.81%를 갖고 있지만 동화지앤피가 동화개발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어 상법상 의결권이 양측 모두 제한된다. 동화지앤피가 보유한 동화개발 지분을 처분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경우 윤 회장 일가 입장에서는 동화지앤피 우호지분이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동화개발은 동화지앤피 외에도 동화약품이 33.81%, 흥진정공이 9.7%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동화지앤피의 지분 정리가 부담되지 않는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없다.

흥진정공은 설립자인 이창호 회장이 38.5%로 최대주주지만 동화약품이 29.6%, 동화지앤피 14%, 윤 회장 동생 윤길준 부회장이 6.5%, 친인척 윤인준 씨 4.5% 등으로 윤 회장 측 지분율이 54.6%로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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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지앤피 매출 절반 이상 내부거래로 올려...가송재단은 상속 수단

동화약품 최대주주인 동화지앤피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내부거래로 올리고 있다. 4세 후계자로 꼽히는 윤인호 전무가 대표를 맡고 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동화지앤피의 동화약품과의 내부거래비중은 평균 52.4%다. 이 기간 내부거래금액은 107억 원에서 128억 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동화지앤피는 까스활명수와 판콜에 사용하는 유리병을 동화약품에 납품한다.

동화지앤피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매년 3억 원을 배당했다. 이 기간 순이익은 20억~37억 원이다.

내부거래로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를 키운 뒤 배당을 통해 상속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한편, 공익재단을 통해 상당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증여·상속세를 아끼며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승계구도의 가닥이 잡히고 있는 셈이다.

가송재단은 윤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윤인호 전무가 이사로 등재돼 있다. 오너 일가로의 대표 교체만 이뤄지면 승계 시 고스란히 우호지분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송재단은 2018년 주주총회에서 동화약품 6.39%, 동화지앤피 9.99%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가송재단의 자산총계는 선대의 지분 출자로 210억 원에 이르지만 공익목적에 사용되는 비용은 2018년 2억 원, 2017년 1억 원에 그친다.

승계작업과 관련해 동화약품 관계자는 “4세 후계구도는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화약품은 오너일가가 낮은 지분율을 극복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만들고, 그 계열사들이 동화약품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동화약품이 향후 순환출자 해소와 승계작업을 어떻게 이뤄낼 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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