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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초콜릿을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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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초콜릿을 권하는 사회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3.02.10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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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끝나자 마자 백화점 편의점등 유통업체와 초콜릿 업체들이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밸런타인데이의 특수가 매년 20%이상씩 급성장하기 때문이다.

밸런타인데이 특수는 곧바로 초콜릿 특수다. 민족 최대의 설명절이라고 해도 선물수요는 고기 생선 떡 과일 술 생활용품등으로 산산히 흩어진다. 그러나 밸런타인데이 선물은  초콜릿 한품목으로 완전 집중된다. 해당업체들로서는 술렁이고 들썩이지않을 수없는 특수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초콜릿 수요가 밸런타인데이 하루에 완전 집중되는 것도 아니다.

요즘은 왜 그리 초콜릿을 주고 받는 이벤트가 많은지 모르겠다. 곧이어 다음달 14일 또한차례 화이트데이 초콜릿 바람이 불고 갈 것이다.11월11일 빼빼로데이 역시 초콜릿 막대가 휩쓴다. 어디 그뿐이랴 어린이날, 생일, 수능, 크리스마스, 부활절도 초콜릿이 빠지지 않는다.또 그뿐이랴! 요즘은 해외여행갔다 오는 사람들이 꼭 사들고 들어오는 선물도 초콜릿이다.또 또 그뿐이랴! 작년에는 아무 연고도 없는 8월에 갑자기 다크 초콜릿 바람이 불더니 초콜릿 열풍이 더운 여름을 휩쓸었다.

왜 하필 초콜릿일까? 떡도 아니고 사탕도 아니고 과자나 아이스크림도 아닌, 초콜릿일까?

필자는 우선 글로벌스탠다드를 떠올린다.

초콜릿의 본고장인  유럽에선 초콜릿 선물 풍습이 200년에 이른다. 당초에는 초콜릿이 유럽에서도  아주 귀한 '수입품'이었기 때문이었다. 귀하고 비싼 물품이었기 때문에 상류사회에서만 돌다가 200여년에 걸쳐 대중화에 이른 것이다.대중화는 곧 전통이 됐고 이어 습관으로 발전했다.

1980년대 필자는 독일에서 5년여동안 유학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가장 놀란 것이 바로 시장에 넘쳐 나는 초콜릿이었다. 부활절이면 초콜릿 계란이, 크리스마스면 초콜릿 산타가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온세상을 덮었다. 프랑스에선 에펠탑 초콜릿이, 오스트리아에선 모짜르트 초콜릿이, 스위스에선 알프스 모형 초콜릿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그런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초콜릿은 유럽인들에게 '일용할 양식'이었다. 독일사람중 대부분이 식사를 하고 난후 후식으로  초콜릿 한판을 해치운다. 너무 의아해서 물어보면 "식사의 완성은 초콜릿'이란다.초콜릿 중독증이라 불러도 이의가 없다.

'일용할 양식'수준의 초콜릿이다 보니 그를 구입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초콜릿 선물을 받는 것이 행복한 이유다.선물받은 초콜릿은 지하 창고나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연중 애용한다.

우리의 초콜릿 선물은 유럽의 이런 습관을 차지한채 겉모습에 끌려있다. 그네들 그대로 닮아가려는 갈망이 한국의 각종 기념일을 초콜릿으로 덮었다. 선물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초콜릿이 '일용할 양식'아닌 우리네 식탁에선 때론 애물단지가 된다. 별로 선호하지도, 먹어서 몸에 좋을것도 없는 초콜릿을 쌓아두다 그대로 쓰레기 수거장으로 직행하기도 한다.

아깝다고 먹어 치우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초콜릿의 해악은 200년 역사를 가진 유럽에서 이미 입증이 됐다. 바로 중독이다. 초콜릿도 중독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신경활성물질인 알카로이드 중독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알카로이드는 초콜릿 뿐아니라 중독성있는 와인과 맥주등 각종 알콜에서 발견되는 물질이다.

유럽인들이 비만과 치아 손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식사후 초콜릿 한판을 해치우게 하는 힘이 바로  초콜릿의 이 중독성이다.

중독이 되어도 몸에 이롭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초콜릿은 무엇보다 비만의 주범이다. 100g당 무려 520칼로리를 낸다. 요즘 유행하는 쓴맛의 다크초콜릿이라고해도 다르지 않다. 설탕의 함량은 적지만 지방의 함량은 더 많아 결국 같은 열량을 내게된다. 식사를 하고 난후 초콜릿 한판을 먹으면 열량이 거의 배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콜릿속에는 카페인도 함유돼 있다. 물론 그양이 많지는 않아 성인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다르다. 하루에 콜라와 초콜릿, 커피맛 설탕등을 복합적으로 먹게된다면 가슴두근거림, 불면등 카페인 중독증을 염려하지 않을수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유럽처럼 우리네 아이들이 선물받은 초콜릿을 '해치우다'가 혹은 '야금거리다'가 어느날 초콜릿을 '일용할 양식'으로 여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초콜릿 권하는 사회가 원망스럽다. 떡권하는 사회, 사과권하는 사회, 양파 권하는 사회...그런 날은 오지 않는 걸까?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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