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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의 세상보기]생활의 중심 '굿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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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의 세상보기]생활의 중심 '굿테크'
  • 오승건 한국소비자원 홍보팀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2.27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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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소비 생활을 하려면 넘쳐나는 상품 중에서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하고, 어느 회사 제품을 골라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을 잘 사고, 잘 쓰는 것이 돈 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산을 모으고 불리는 기술인 재테크, 시간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술인 시테크에 이어 상품(Goods)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굿테크 시대가 도래했다. 인터넷과 블로그의 진화와 프로슈머의 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굿테크는 불황기에 더욱 돋보이는 기술이다.

상품은 판매 장소ㆍ시간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 매장 문 닫을 시간에 임박해 가면 식품류는 정상 가격보다 싸게 판매한다. 상품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는 신선 식품일수록 가격 할인 폭은 더욱 커진다.

상품을 사기 전에는 소비자가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사고 나면 입장이 달라진다. 상품을 구입하기 전에 미리 정보를 탐색해 준비가 돼 있으면 후회할 일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굿테크에도 적용된다.

굿테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충동 구매다. 소비자 피해의 대부분은 충동 구매에서 비롯된다. 공짜ㆍ무료ㆍ당첨과 같은 달콤한 미끼에 속아 충동 구매를 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미끼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피해의 상당 부분은 예방이 가능하다.

상품을 구입하기 전에 정보를 탐색하는 것이 굿테크의 시작이다. 비싼 상품일수록 정보 탐색 시간은 더 필요하다. 가격 비교 사이트 검색은 기본이다. 사용자들의 진솔한 상품 후기도 제품을 선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건전한 소비 생활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다양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고급 사치품은 명품으로 포장돼 눈을 멀게 하고, 지갑을 열게 한다. 눈앞의 달콤함으로 상징되는 마시멜로는 어린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건전한 소비 생활을 갉아먹는 장애물이다.

명품과 무지개 이야기

모든 사람들은 화려하게 주목 받으면서 멋지게 살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한푼 두푼 따지면서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세상의 이치는 구질구질한 것을 극복해야 화려한 세상으로 가는 차표를 구할 수 있다.

세상 일에는 순리라는 것이 있다. 순리를 어기면 표시 나지 않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비가 내리다 해가 비치면 무지개가 생기지만, 해가 비치다 비가 내리면 무지개는 뜨지 않는다. 무지개를 보려면 비에 젖어야 한다.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자신의 재산에 비해 훨씬 검소하게 생활한다. 값싼 양복을 입고, 미국산 자동차(국산)를 탄다. 스스로 벌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은 계획적이고 예산을 세우는데 매우 철저하다. 이들은 품질보다 가격이 저렴한 중고차를 즐겨 구입한다.

명품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많다. 목돈이 생기면 큰마음 먹고 명품 가방을 장만하지만 가방만 들고 다니지는 못한다. 평소 복장에 명품 가방을 들면 가방만 둥둥 떠다닌다. 가방은 패션용품이므로 옷도 맞춰야 한다. 귀걸이와 목걸이도 명품 가방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명품 가방을 장만하는 것은 가방 하나에 끝나지 않는다. 기회 비용과 부대 비용이 발생한다. 명품 가방이 빌미가 돼 옷과 액세서리를 장만하게 된다. 구두도 사야 한다. 저축은 고사하고 신용카드 할부금 내기도 빠듯해지는 것이다.

건전한 소비 생활은 승용차나 명품에 열광하지 않고 기회 비용을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승용차와 가방은 사는 순간 중고품으로 바뀐다. 하루가 다르게 환산 가치가 소멸된다. 매사에 기회 비용을 따지고, 젊었을 때 아끼고 투자해야 한다.

마시멜로와 보상 이야기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래에 약속된 대가를 받기 위해 지금 당장 참고 기다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관찰한 것이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다. 4세짜리 아이들을 상대로 스탠포드 대학 교수인 월터 미셀 박사의 실험이다.

마시멜로 실험은 일상에서 자제력과 인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보상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미래의 목표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으면 더 큰 보상이 따른다는 진리를 말한다. 소비 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콤하다.

마시멜로 실험은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날마다 마시멜로 실험에 놓인다. 할부로 자동차를 살 것인가, 열대야에 못 이겨 신용카드로 에어컨을 들여놓을 것인가, 분위기 나는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즐길 것인가 등등 마시멜로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마시멜로는 과자 이야기가 아니다. 먹는 것을 참지 못하면 뚱뚱해지고 몸매는 항아리형으로 변한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의 옷을 걸쳐도 맵시가 나지 않는다. 음식을 절제하고 꾸준히 운동하면 몸짱으로 발전하고 어떤 옷을 걸쳐도 맵시가 난다. 마시멜로의 보상이다.

버는 돈을 관리하지 못해 미리 신용카드로 당겨쓰면 이자가 발생해 악순환의 수렁에 빠진다. 버는 돈보다 적게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면 이자가 발생한다. 선순환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소비 생활에서 마시멜로 실험이 주는 교훈은 크고 다양한데 골자는 유혹을 이기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것처럼 사소한 습관이 부자를 만들기도 하고 남루한 생활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투자 없는 현재는 미래의 남루함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세속의 욕망을 한 박자 늦추고 미래에 투자하면 행복은 배가된다.

타인의 시선과 세속적인 물욕을 지향하는 사람들보다는 자기가 맡은 직무를 계발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풍요해진다. 세월의 담금질이 패션(fashion) 리더와 열정(passion) 리더를 가려낸다. 한 사람은 빛이 나고, 한 사람은 빛이 바랠 것이다. 생활에서의 진짜 보물은 욕망을 다스리고 꿈과 미래에 투자하는 좋은 습관이다.

* 시장은 언제나 성장 사이클에서 과대 평가되고, 하락 사이클에서 과소 평가된다.

- 해리 S. 덴트의 [버블 붐] 75쪽,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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