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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비자소송③]통신사, 해지약관 소송 1·2심 승리...공익성 배제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2019년 01월 11일 금요일 +더보기

지난해 BMW화재 사건을 비롯한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증권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포괄적 집단소송제를 확대해 당사자들이 일일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판결의 효력이 전체에게 미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괄적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더라도 보수적인 법원의 판결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내에서 진행된 소비자 단체소송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제기된 주요 소비자소송의 진행 상황을 살핌으로써 포괄적 집단소송제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어떤 논의와 고민이 필요할 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동통신사의 해지 관련 약관 조항이 가입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해지 신청으로 서비스가 일시정지 되더라도 관련 서류가 일정기간 내 통신사 측에 확인되지 않으면 '가입자 동의 없이' 복구가 진행돼 요금이 정상부과되는 등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개선의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2015년 12월 17일 우선적으로 SK텔레콤을 상대로 “해지 약관이 소비자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서류 증명이 없으면 가입 상태로 복귀하는 것은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며 소비자 의사 표시만으로도 계약 효력이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단체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내용의 약관을 명시하고 있는 LG유플러스와 KT에게도 각각 2015년 12월 22일, 2016년 12월 24일 비슷한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지의 효과 및 본질이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는 즉시 계약의 효력이 끝나버리는 형성권’이라는 민법 이론에 반하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1.소송배경 : 14일 이내 서류 도착 안 하면 해지신청 무효

SK텔레콤 고객이 이용계약을 해지하려면 전화·팩스·우편으로 고객센터에 신청하되 당일에 반드시 요금을 내야 한다. 해지 신청 14일 이내에 관련 서류가 고객센터에 도착하지 않으면 일시 정지된 서비스는 복구된다. KT와 LG유플러스도 약관에 같은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통3사 약관을 살펴보면 본인 또는 대리인 해지신청의 경우 본인 및 대리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구비서류를 함께 보내야 하며 해지 신청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회사에 접수돼야만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구비서류는 해지 당사자가 본인인 경우 신분증 사본, 본인 명의 예금통장 사본이 필요하며 대리인은 본인 신분증 사본, 대리인 신분증 사본, 본인 명의 예금통장 사본이 해당된다.

또 해지신청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구비서류가 도착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는 정상 이용 상태로 복귀되며 이는 문자를 통해 가입자에게 통보된다고 나와 있다.

문제는 가입자가 서류 배송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를 인지하지 못할 경우 분쟁 발생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서류가 도착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필요한 요금을 납부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관련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2015년 1월 1일 시행한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를 통해 소비자가 법규의 규정 또는 계약의 내용에 근거해 사업자에게 계약 또는 의사표시의 철회‧취소‧무효 또는 계약의 해제‧해지를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규의 규정 또는 계약의 내용을 초과하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약을 유지시키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소송쟁점 : “해지의사 표시 했으니 서류 필요 없어” vs. “증명자료 없이 인정 못해”

해당 소송의 쟁점은 해지 의사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신분증 제출이 필요하냐는 점이다. 소비자는 서류 제출 전 해지 의사를 확실히 밝히기 때문에 서류의 유무를 통해 서비스 복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통사 이용약관에는 해지에 관한 규정만을 두고 있고 해지 의사표시를 할 때 본인확인을 신분증 사본을 통해서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14일 이내에 신분증 사본이 제출되지 않으면 계약이 다시 효력을 갖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통사들은 해지 신청을 통해 의사를 밝히더라도 구체적인 증거가 되는 서류가 없다면 무효라는 입장이다. 해지 의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신분증이 없다는 것은 해지를 주장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취지다.

이통사 관계자는 “일시정지 이후 14일 이후에도 소비자로부터 신분증 사본 등이 제출되지 않아 해당 해지 신청 표시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경우 이용 계약을 종료할 수 없다”며 “이는 해지 신청을 안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해 보면 해지권 행사를 입증하는 것은 당연한 민사법적 요구내용이지만 그 행사를 입증하기 위하여 반드시 신분증 사본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즉 본인임을 입증하는 인증은 다양한 방식을 통하여 가능하고 따라서 신분증 사본만을 인증방식으로 인정하는 것은 해지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3. 진행과정 : 한국소비자연맹 1, 2심 패소…대법원 상고 중

2015년 12월 17일 제기된 한국소비자연맹의 ‘SK텔레콤 불공정 계약해지 및 청약철회’ 소비자단체소송은 현재 대법원 상고 중이다. 1심과 2심에서 재판부는 모두 사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KT의 결과도 마찬가지로 1, 2심 모두 한국소비자연맹에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2017년 8월 31일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가입자가 해지 의사 표시를 한 것에 대해 이통사 입장에선 서류 등의 뒷받침할 만한 증명 자료가 없다면 의사표시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14일 이후 이통서비스 제공 및 요금의 부과의 회복은 추가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사표시의 존재가 증명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정상적인 요금 부과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시정지 상태로부터 14일 이후에도 소비자로부터 신분증 사본 등이 제출 되지 않아 해당 해지 신청의 표시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경우 이통사는 적어도 서비스 이용계약을 종료할 수 없다”며 “소비자가 해지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를 배제할 수 없을뿐더러 일시정지 상태를 유지했을 때 해당 회선이 방치돼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즉시 항고에 나섰으나 2심에서도 패했다. 이번에도 서류 제출 없이는 의사 표시의 증명이 어렵고 이통사의 서비스 복구도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법은 2018년 2월 2일 한국소비자연맹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팩스나 우편으로 해지할 경우 객관적으로 의사 표시의 주체가 불분명하므로 신분증이나 통장 사본을 요구해 주체를 확인하고 요금 정산이나 증빙을 위해 금융계좌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4일 이내에 구비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일시 정지한 서비스와 요금 부과를 재개하는 것을 두고도 재판부는 “계약자 본인의 해지 의사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금 부과를 임의로 중단했다가 정상적으로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유지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도 핵심 쟁점인 해지의사 표시를 기업 입장인 구비서류 유무에 따라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이통사 약관의 부당성과 시스템 보완 필요성에 대한 입증 책임이 한국소비자연맹에 남겨진 셈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해 2월 대법원에 상고했고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비슷한 내용의 KT에 대한 소송도 지난해 11월 같은 이유로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4. 전망: 법조계, “공익 배제한 판결 아쉽지만 소비자법 발전 기여 기대”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해당 판결에서 '공익적 측면이 배제됐다'고 지적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병준 교수는 평석 자료를 통해 “통신사들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 시장이 3사로 제한된 매우 심한 독과점 형태를 띠고 있고 인가절차에서 불공정성 여부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 통신약관에 문제가 많다”며 “이번 단체 소송은 공정한 거래 관행 정착을 위해 진행된 것으로 봐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소송의 공익적 성격을 망각한 채 피고 측 대리인인 대형로펌의 주장 내용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줘 매우 실망스럽다”며 “법원의 판단이 소비자법적으로 봤을 때 아무런 근거가 없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소비자계약법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덧붙였다.

이 교수는 “본 대상판결에서 서울지방법원은 대형로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서 문제점이 많은 판결을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각 쟁점을 자세히 언급함으로써 소비자계약법적으로 논쟁이 될 수 있는 쟁점을 상세히 언급하고 있어 앞으로 소비자계약법의 발전에는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통상적인 관례를 봤을 때 대법원 판결은 1, 2심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청한 법무법인 소속의 한 변호사는 “보통 대법원 판결이 같은 결과의 1, 2심을 뒤집는 경우는 드물다”며 “상고심에서도 판결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 측은 "계약 해지의사 표시를 위해 SK텔레콤 고객은 대리점 방문과 전화, 팩스, 우편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손쉽게 해지 가능하다"며 "본인이 전화로 신청할 경우 별도의 인증을 통해 구비서류 없이 해지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해지권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팩스와 우편을 이용할 경우 신분증이나 통장 사본 미제출 시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고객 권리 및 정보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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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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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7 2019-01-17 17:44:38    
모바일 번호이동의 경우 기존 통신사에 해지 통보를 할 필요가 없다. 번호이동시 기존 통신사는 자동 해지가 된다. 이때 별도의 서류는 필요치 않다. 번호이동이 아닌 순수해지에는 신분증을 요구하는건 모순이다. 대법원에 상고 했으면 이점을 재판정에서 얘기 하면 될꺼같다.
218.***.***.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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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0 2019-01-11 23:11:39    
통신사에 요청한 적도 없는데 휴대폰 해지된 적도 있다. 절차는 고객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한다.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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