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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비자소송④]자살보험금 청구 소멸시효 인정한 대법 판결에 금감원은 다른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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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비자소송④]자살보험금 청구 소멸시효 인정한 대법 판결에 금감원은 다른 판단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9.01.12 08: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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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BMW화재 사건을 비롯한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증권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포괄적 집단소송제를 확대해 당사자들이 일일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판결의 효력이 전체에게 미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괄적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더라도 보수적인 법원의 판결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내에서 진행된 소비자 단체소송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제기된 주요 소비자소송의 진행 상황을 살핌으로써 포괄적 집단소송제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어떤 논의와 고민이 필요할 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14년 재해사망보험금(이하 자살보험금) 미지급 여부를 두고 금융소비자연맹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그동안 판매한 재해사망특약과 관련해 '자살이 재해사망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둘러 싼 갈등이 증폭된 탓이다. 그리고 만약 지급이 가능하다면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당시 2년)가 지난 건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 지 역시 논란거리였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종신보험 등의 일반사망보험과 재해사망특약에 가입한 사람이 자살했을 경우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을 같이 지급해야하지만 소멸시효가 지난 재해사망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약관을 잘못 만든 보험사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징계수단을 동원해 보험사의 항복의 받아내며 법원의 판결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1. 소송 배경: 자살보험금 알리지 않고 미지급, 뒤늦게 확인한 소비자에게 '소멸시효' 운운

지난 2001년 동아생명(현 KDB생명)은 재해사망특약을 판매하면서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을 포함시켰다.

사망보험 가입 시 해당 특약을 가입하면 가입하고 2년이 지나면 자살한 경우 기본 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까지 지급되는 것. 특히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 사망보험금보다 2~3배 많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출시 이후 타 생보사에서도 약관을 그대로 채용하면서 생명보험 표준약관이 변경된 2010년 초까지 약 280만 건 이상 판매됐다.

그러나 이전부터 해당 약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는데 각각 다른 판례로 소비자 혼란은 가중됐다. 그 중에서 지난 2007년 교보생명 교통안전보험 지급소송에서 대법원이 보험사가 고객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하면서 문제는 수면위로 올라왔다.

당시 대법원은 교보생명이 판매한 '차차차 교통안전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가입 후 2년이 지난 뒤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한 것. 가입 후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재해사망특약 약관이 적용된 판결이었다.

이후 생보사들은 뒤늦게 해당 약관이 표기 오류라고 지적하고 대거 수정했고 이후 가입자들에게는 자살사고 발생시 재해사망특약이 아닌 일반 사망보험이 적용됐다. 하지만 해당 상품은 이미 280만 건 이상 판매된 상황이었다.

지난 2013년 금융감독원이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감사에서 미지급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져갔다. 당시 금감원은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실을 파악하고 제재조치와 함께 자살보험금 미지급 조사를 업계 전반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자살사고는 재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고 ING생명도 제재 무효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이에 보험 계약자들은 보험사 측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금융소비자연맹 등은 보험사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금소연이 주축으로 된 자살보험금 공동소송의 경우 20개 재판부에서 100여명이 공동소송을 진행할 정도로 소송이 전방위적으로 제기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해당 특약을 판매한 17개 생보사가 소급해서 지급해야할 보험금 규모만 2000억 원 이상이었고 미지급 계약에 대한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액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 소송 쟁점: 자살이 재해? 판단 여부가 핵심...소멸시효 논란도 뜨거워

자살보험금 소송의 첫 번째 핵심은 '자살'이라는 상황을 재해로 봐야하는지 여부였다. 보험사들은 과거 생명보험약관을 그대로 인용한 표기상 실수라는 입장이고 소송단은 약관에 명시됐기 때문에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업계에서는 보험금을 노린 자살을 방조할 수 있고 자살 자체를 재해를 볼 수 없다는 점을 중심으로 보험금 지급이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대로 유족들과 소비자들은 예상하기 어렵고 급격한 심경변화 등에 따른 사고라는 점에서 자살은 재해로 봐야 한다는 반대의 입장이다. 특히 약관대로 지급해야한다는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미지급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은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공동소송 이전 대법원 판례의 경우 자살을 재해로 봐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는 점도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앞서 언급한 교보생명 사례에서는 대법원이 재해사망보험금 전액 지급을 판결했지만 재해사망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고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망자에 대한 한화생명 소송에서는 대법원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인정하지 않는 등 유사 사안에 대해 재판부별로 입장이 엇갈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불만이, 보험사 입장에서는 미지급 판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섣불리 보험금 지급시 '배임'의 우려가 있었다는 점에서도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또한 자살보험금 소송은 보험금 지급 여부와 더불어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 계약에 대해서도 소급 지급을 해야하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었다. 대법원에서 사망시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2년)가 지난 청구건도 유효한지에 대한 해석 문제였다.

현행 상법 제662조에 의거 보험금 청구권 행사 시효는 3년이지만 이는 2015년 개정돼 자살보험금 이슈가 점화됐던 2015년 이전에는 2년으로, 당시 보험사들이 청구권 소멸시효를 주장하면서 일각에서는 약관상 지급하기로 한 보험금 지급도 거부하면서 소멸시효를 운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3. 진행과정: 판결 기조는 '자살보험금 지급', '소멸시효 인정'

유사한 사안의 재판이 보험사마다 시간차를 두고 진행되고 각 사안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동일 소송건에 대해서도 1심과 2심 판결이 서로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재판부에서 자살을 재해로 봐야하는지 여부가 쟁점인 보험금 지급 여부만 다루거나 한 발 더 나아가서 소멸시효가 지난 청구건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지가 쟁점인 소멸시효 관련 내용까지 다루는지에 따라 혼재된 모습이었다.

2012년 2월 경부선 철도 하행선에 누워 있다가 화물열차에 치여 숨진 박 모씨 유족이 교보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대표적이다. 이 소송의 경우 1심에서는 재해사망특약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고 소비자가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고의 자살이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결국 해당 소송은 결국 대법원에서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는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결여돼 특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단서에서 정한 요건인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 경과 후 자살 또는 자해하여 1급 장해상태인 경우에 해당하면 보험사고로 봐야한다며 약관규정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반면 알리안츠생명이 지난 2007년 자살로 목숨을 끊은 소비자 유가족에게 제기한 소송의 경우 1심에서는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리안츠생명의 손을 들어줬고 2심에서도 '자살은 특약에서 규정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 또 다시 보험사가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특약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규정했다면 지급해야한다며 파기 환송시켰다.

이처럼 각 사안마다 판결 결과가 엇갈렸지만 대체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보험사들도 지급하지만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과가 모아지는 듯 했다.

2016년 5월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첫 대법 판결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온 이후 ING생명 등 7개 생보사는 소멸시효 관계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으나 삼성생명 등 7개사는 소멸시효 경과 계약건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해 9월 대법원에서 소멸시효 경과 보험금은 지급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에 대한 중징계를 통보하는 등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나머지 생보사들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미지급액 전액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해 자살보험금 이슈는 일단락됐다.

4. 전망과 과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선택 vs 대법원 위에 있는 금감원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소송은 끝났지만 해당 공동소송이 남긴 의미는 크다. 무엇보다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 청구건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례와 달리 금감원의 전액 지급 입장에 보험사가 꼬리를 내리면서 행정제재가 판례를 이긴 사례로 남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멸시효 관련 대법 판례가 나온 이후 금감원의 전액 지급 입장이 나오자 일부 보험사들은 지급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는데 특히 금감원의 권고대로 대법 판례와는 달리 전액 지급을 하게 된다면 배임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금감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지급해야한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보험사가 소멸시효가 지난 휴면보험금을 돌려주는 것과 같이 자살보험금 역시 적극적으로 지급해 사회적 신뢰로 쌓아가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험금 미지급 보험사에 대한 현장검사와 대표이사 해임권고 등의 중징계가 예고되자 모든 보험사들이 원금과 이자까지 포함한 미지급 전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백기를 들면서 막을 내렸다.

실제로 지난 2017년 2월 자살보험금 미지급으로 삼성생명에 대해 영업 일부정지 3개월과 최고경영자(CEO)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한화생명도 영업 일부정지 2개월과 CEO 문책경고를 받았지만 이후 양사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액 지급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도 한 단계씩 낮아졌다. 

반면 금융사들은 대법원 판결과는 무관하게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금융당국 차원의 제재가 가능해 고심 끝에 법률적 판단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법적 지급 의무가 없더라도 금감원이 대표이사 인사권과 영업정지 카드를 꺼냈는데 보험사 입장에서는 당국의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법 보다 무서운 금융당국의 위력을 실감한 사례였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최근 '제 2의 자살보험금 사태'라고 불리고 있는 '즉시연금 사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가 약관 사업비 공제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연금액을 줄였다는 민원을 금감원에 제기했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약관에 문제가 있다며 판단을 내리면서 즉시연금 사태가 불거지게 됐다.

삼성생명은 분조위 결정을 수용해 민원인에게 보험금 미지급금을 전액 지급했는데 금감원이 모든 생보사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분쟁건에 대해 전액 지급을 권고하면서 사안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지급 근거 마련을 위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도 소송지원제도를 도입했고 금융소비자연맹 역시 공동소송인단을 모집해 소송전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리다툼이 많았던 자살보험금 사태와 달리 즉시연금 사태는 약관상으로도 지급 의무가 명확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보험금 지급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덕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금감원 분조위 결정은 약관해석에 대해서만 결정을 하는데 이 외에도 약관의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고객보호의무로서의 설명의무에도 충실했는지도 점검해야한다"면서 "약관 뿐만 아니라 산출방법서, 설명서, 사업방법서의 중요 내용을 계약자에게 설명해야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인데 보험사들이 법적으로 따져보겠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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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2019-01-12 21:13:48
기자님, 자살보험금에 대한 약관내용과 판례의 주문이유에 대해 이해를 잘못 하신 거 같아요..

대법원 판례는 해당 특별약관 문구의 문언적 해석에 입각해 일관성 있게 지급 또는 부지급 여부를 판결해 왔습니다..

(고의)자살이 재해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반론이 없고 약관문구의 구성상 논리적 오류가 잘못된 겁니다..

(고의)자살과 달리 스스로 죽으려는 의도가 없는 자사(예 : 정신이상 상태에서 건물에서 뛰어내린 경우 등)는 판례에 따라 보험사도 예전부터 재해사고로 인정해 왔고요.

간략히 설명드렸지만 실제 약관은 케이스별로 훨씬 복잡하게 해석됩니다..

정성들여 작성하신 기사이지만 일부 잘못된 내용이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올까 염려되어 댓글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