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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울리는 연금관리공단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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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울리는 연금관리공단 '공공의 적'?
자금난 업체사장에 "연금 못내면 사업장 탈퇴하라" 폐업 내몰아
  • 김영인 기자 kimy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0.13 08: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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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 사장인 P씨(서울 여의도)에게 우편물 하나가 날아왔다. 봉투를 열어보니 '새빨간 글자'가 눈을 찔렀다. 받는 사람을 주눅들게 만드는 색깔이었다.

    색깔뿐 아니었다. 문장 역시 살벌(?)했다. 우편물은 <강제징수 대상사업장 결정 통지서>라는 제목으로 시작되었다. 빨간색 고딕체로 된 제목이었다.

    빨간색 글자는 또 있었다. '집행업무'라는 항목이었다. <동산, 부동산, 채권 압류/매각/추심, 사업장 수색, 체납사실 은행연합회 통보/관할 검찰청에 형사고발.>

    P씨는 끝 부분에 있는 '형사고발'이라는 단어를 보고 긴장감을 느꼈다. 뒷머리가 뻣뻣해지는 것 같았다.

    '형사고발'을 뒷받침하는 글도 나와 있었다. '검은색 글자'였다. "이러한 체납처분업무를 집행하는 직원에 대해 폭언, 폭행 또는 협박하는 행위는 형법 제 136조(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되며 압류재산 등에 부착한 봉표(빨간딱지) 등의 표식을 제거, 훼손하는 행위는 형법 제 140조(공무상 비밀표시 무효)에 해당하여"로 되어 있었다.

    다시 '빨간색 글자'가 이어졌다. <형법상 제재가 따르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오니 불이익이 없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빨간색 글자'는 이밖에도 <행정상 강제력에 의해 압류, 점유, 매각, 추심하여>, <은행 등 금융기관과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체납사실 통보절차와 함께 관할 검찰청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가 병행하여 진행됩니다> 등으로 인쇄되어 있었다.

    P씨가 받은 '결정 통지서'는 세금 체납 때문에 발급된 것이 아니었다. 국민연금을 못 냈기 때문에 날아온 것이었다. <따라서 우리 공단은 귀사를 체납보험료 강제징수 대상사업장으로 결정하였음을 최종적으로 통지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명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지사장'으로 되어 있었다.

    P씨는 사업이 어려워 직원들에게 봉급도 몇 달째 주지 못하고 있었다. 유일한 재산이었던 아파트마저 처분한 상태였다. 회사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 그런 P씨에게 날아온 <통지서>는 이처럼 무서웠다.

    봉급은 당장 먹고살기 위해 필요하다. 받지 못하면 굶어죽는다. 반면 연금이라는 것은 늙은 후에나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연금만큼은 꼬박꼬박 납부해야 했다. 봉급을 주지 못해도 연금은 제때 납부했어야 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잘못이었다. 알고 있었다고 해도 납부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소득이 없으면 세금을 안 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금은 그렇지 않았다. 소득이 없어도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내야 하는 것이다.

    <결정 통지서>에는 '집행예정일자'도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날짜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수시'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니 언제 공단 직원이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었다.

    P씨는 통지서에 적혀 있는 연락처로 급히 문의전화를 했다. 회사의 경영상태를 설명하며 사정했다. 그랬더니 폐업증명서를 첨부해서 '사업장 탈퇴신고서'를 제출하라는 대답이었다.

    P씨가 회사 문을 닫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매출이 이루어지면 직원들에게 밀린 봉급과 퇴직금이라도 지급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지만 '연금공단'의 <결정 통지서>는 기다릴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공단 직원이 들이닥치는 일은 막아야 했다. 사무실 집기 등에 '빨간딱지'를 붙이는 것은 곤란했다. 망신이 아닐 수 없었다. 즉시 폐업을 하고 말았다. 남은 것은 허탈감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연금에 대한 불만이 많다. 내는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받는 연금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연금공단은 하늘이었다. 중소기업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을 '확실하게' 문 닫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살아날지도 모르는 기업조차 빨리 문을 닫도록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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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팀목 2006-10-15 23:05:54
xxx들 폐업신고를 강요할게아니라 회사 재무구조와 연금을 내지못하는 사유를 설명하라하고 희망이 보일때는 연기를 해준다던지 다른 방도를 세우도록해야지...아픈 사람 치료도 안해주고 사망신고부터내라하고, 오늘당장 굶어 죽는 사람보고 미래를 위해 구멍난 연금단지에 돈을 투자하라하니...무엇을 위한 연금이고 누구를 위한제도인지...???
돈거둬다가 지내들끼리 다갈라먹고 연금은 올리고 지급액은줄인다 하고...애휴,,,또 x나올라하네.

유레카 2006-10-13 14:52:11
그럼 우리의 노후 복지는 걱정 않해도 되는건가요요요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