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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신형 에쿠스,렉서스 보다 섹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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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신형 에쿠스,렉서스 보다 섹시할까?
  • 김용로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5.15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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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에쿠스. VI라는 코드네임으로 몇 년간 인터넷과 각종 매체에서  시커먼 위장막을 둘러쓴 채 소개돼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 커다란 차. 얼핏 보면 그랜저 TG를 빼어닮은 옆 모양을 지닌 이 럭셔리카를 사진에서만 보다가 드디어 직접 접하게 되었다.

 

시승차로 받은 모델은 VS460. 차값만 1억원을 넘는다는 초호화 럭셔리 세단이다.

제원을 간단히 살펴보면

전장: 5,160mm 전폭: 1,900mm 전고: 1,490mm 휠베이스: 3,045 윤거(트레드)/: 1,620/1,627

공차중량: 2,025kg 공인연비: 8.8km/L

엔진형식: V8 4.6리터(4,627cc) CVVT컨트롤 DOHC 32밸브

출력: 366마력/6500rpm

토크: 44.8kg-m/3,500rpm

 

현대자동차가 직접 경쟁상대로 지목한 렉서스 LS460L(롱휠베이스모델)에 비해 약간 더 크며 무게는 오히려 20kg정도 가볍다. 엔진의 출력도 일반유 세팅임을 감안하면 거의 비슷하다. 이 엔진에 고급유를 넣으면 375마력까지 상승한다고 한다.

 

차 안을 둘러보니 정말 입이 떡 벌어지게 럭셔리하다.



차 간격감지 오토크루즈컨트롤, 차선 이탈 방지장치, 전후방 주차센서 및 카메라, 버튼형 스마트키, 통풍시트, DMB 내장 TPEC 내비게이션, 그 유명한 렉시콘오디오시스템, 스웨이드 천장마감, 최고급가죽시트 및 대시보드, DIS, 메모리시트 및 IMS시스템 등등 다 열거하자면 한 페이지가 모자할 정도로 많은 편의장비로 가득 차 있다.

 

현대가 자랑하는 렉시콘오디오의 성능은 역시 훌륭하다. 정확한 사운드스테이지와 디테일한 사운드, 파워풀한 베이스까지, 모든 취향의 유저들에게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줄 것이다.

그러나 시승차에는 약간의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리어데크에 있는 서브우퍼의 파워풀한 베이스 때문에 뒷부분 패널이 떨리면서 잡음을 일으켰다.시승차만의 문제라고 믿고 싶다.

 

크루즈컨트롤은 국내에서는 별로 유용한 장비가 아니다. 조그만 달리면 앞으로 끼어드는 차들 때문에 세팅을 해도 3분 이상 유지시키기가 힘들지만 내리막길 제한속도 60km/h 구간단속을 하는 미시령터널에서는 유용했다.

기존 크루즈컨트롤이 엔진브레이크만으로 속도를 맞추었는데 이 시스템은 신기하게도 브레이크까지 밟아가면서 속도를 맞춰준다. 그러나 그 외의 일반적인 고속도로주행에서는 써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요즈음 드레스업 튜닝의 대세인 LED조명도 곳곳에 들어가 있다. 실내등, 무드등은 물론이요 후방 번호판등까지 LED이다. 시중에서 팔리는 차가운 느낌의 푸른빛이 도는 백색이 아니라 따뜻한 느낌의 유백색 LED가 고급스럽다.


미국식 영어표현으로 “Been there, done that”이란 말이 있다. “다 본거야라는 시니컬한 표현이다. 이처럼 첨단에 호화로운  장비들이지만  일일이 들여다보면 이제는 어느 나라 어느 브랜드의 럭셔리카에서나  모두 접할 수 있는 일종의 필수장비가 돼 버려 아주 후레쉬한 맛은 없다. 그래서 시승을 하면서 이런 신기한가제트 보다는 자동차의 본연인 달리기와 안전,

그리고 안락함을 중점적으로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차를 받자마자 꼼꼼히 살펴봤다.

구형 에쿠스의 각지고 권위적인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한 슬릭하면서 섹시한 라인을 갖췄다. 몇 달 전 현대에서 발표했던 실루엣이 주었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우디와 비슷한 오페라윈도우를 쓴 C필라 부분과 사이드의 캐릭터라인은 아반떼를 거쳐 TG를 통해 진화하고 있는 현대의 패밀리룩으로 보인다. 몸매만을 보자면 한채영 S라인처럼 매력적이다.

 

 물론 기자의 주관적인 시각이지만 100% 완벽하지는 않다.크롬장식이 눈에 약간 거슬린다.우람하고 번쩍거리는 폭포수 모양의 전면그릴은 롤스로이스 팬텀처럼 각진 차에나 어울리는 디자인이 아닐까?. 범퍼 모서리와 뒷번호판 위에 길쭉이 달린 크롬몰딩도 언발란스한 느낌이 든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의 상부에는 우레탄이나 플라스틱이 아닌 진짜 가죽으로 덮여있다. 시트도 일반 가죽보다 몇 단계 고급의 가죽재질이고 바느질도 촘촘하게 되어 있어 차의 수명과 함께 할수있을 만큼 견고해 보인다.

 

옅은 파란색의 계기판 조명과 무드등은 고급스러움을 더해주고 눈의 피로도 덜어준다.

수많은 편의장비를 장착한 차량의 조종석은 의외로 매우 심플하다. 센터콘솔에 위치한 조그셔틀이 수많은 스위치를 한 곳으로 몰아 내부를 심플하게 바꾸었다. 실내온도조절, 오디오볼륨 등 꼭 필요한 스위치만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다.


 

인테리어에도 약간의 어색함은 있다. '리얼우드' 트림, 즉 진짜 나무로 만든 우드트림이 그렇다. 검은색의 인테리어와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나는 진짜 나무다!!!” 라며  튀고 있는 느낌이다.

안팎 모습을 둘러보며 느낀 놀라움과 작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스티어링휠을 잡았다.

버튼을 누르자 매끄럽게 스타트모터가 돌아가면서 시동이 걸린다. rpm게이지는 분명 시동이 걸렸다고 하지만 필자의 귀는 이를 감지할 수가 없다.

이제는 익숙해진 현대의 오토매틱 기어레버를 능숙하게 D에 놓고 악셀을 밟았다. 독일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오르간 페달은 다소 뻑뻑한 느낌이다. 악셀반응도 초기에는 비교적 둔한 느낌이었다.시내에서 교통흐름에 맞추며 주행을 하면 rpm 2500을 넘길 일이 거의 없다. 정말로 엔진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마치 견인차에 끌려가는 느낌이다.

 

시속 50km를 넘기자 문이 잠기면서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난다. 바로 안전벨트가 뒤로 감겨지면서 몸을 의자에 밀착시킨다. 조금은 놀랍다. 몇 초 후 다시 원상대로 풀리기는 하지만 색다른 느낌이다.

앞에 차가 없어 악셀에 힘을 주니 rpm이 상승하면서 가속한다. 시원스럽다. 그런데 엔진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4000rpm에 이르러야 엔진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렉서스도 요즘은 스포티함을 강조한다고 약간의 흡배기음을 들리게 세팅하는 것을 느끼는 데 현대는 완전묵음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풀스로틀을 하자 킥다운이 되면서 맹렬하게 가속한다. 4000을 넘어 5000, 6000rpm에 다다라도 그 맹렬함은 식지 않는다.

독일산이나 미국산 V8엔진의 웅장한 배기음은 들을 수 없지만 날카로운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캠샤프트가 로브를 때리는 소리, 밸브가 여닫히는 소리, 크랭크축이 돌아가는 소리, 실린더의 마찰음여러 기계소리가 합쳐져 엔진이 온 힘을 다 내고 있음을 들려준다.감히 말하자면 이 엔진은 명품이다. 렉서스보다 조용하고 더 맹렬하며 회전질감도 손색이 없다.

 

ZF사의 트랜스미션은 일반주행 때는 약간의 슬립이 느껴지지만 풀가속을 할 때에는 동력의 손실 없이 기민하게 변속하면서 이 초호화럭셔리카를 스포츠카로 변모시킨다.

WARD 10대엔진상 수상이 단순히 현대자동차 만의 공허한 마케팅 캐치프레이즈가 아님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제원상 최고속도인 250km/h까지 거침없이 가속된다. 내리막길에 탄력까지 받아서 간신히 최고속에 다다르는 차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속 100km순항할 때의 엔진회전수는 1750rpm을 상회한다. 먼 발치에서 들리는 타이어 패턴소음과 약간의 바람 가르는 소리만 간간히 들린다.

속도를 올려도 바람소리만 늘어날 뿐 차 안은 고요하다. 시속 160킬로로 달리면서 필자가 입은 윈드브레이커의 옷감이 서로 비벼지면서 나는 사삭거리는 마찰음까지 들을 수 있었다.

사이드윈도우까지 이중접합유리를 사용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가장 조용한 세단을 만들었다.

 

서스페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타입이고 에어스프링과 삭스의 쇼크업소버가 달려있다.


 

아우디와 동일한 방식의 액티브 서스펜션이다. 아우디 A8은 컴포트, 노멀(오토), 스포츠 3단계의 세팅이 있는데 에쿠스는 노멀(오토)모드와 스포츠모드 두 가지이다. 아우디와 비교할 때 각 모드에서 한 단계 아래의 하드함을 보인다. 에쿠스의 노멀모드는 아우디의 컴포트모드와 느낌이 비슷하다.

 

댐핑스트로크는 상당히 길며 저속에서는 완만한 출렁거림을 용인한다. 뒷자리 VIP를 위한 안락한 세팅이다. 고속으로 올라가면 저속의 출렁거림은 사라진다. 하지만 짧은 댐핑스트로크의 아우디처럼 땅에 붙어가는 기민함은 느낄 수 없다.

 바디롤은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웬만한 속도에서 코너를 돌아도 몸의 쏠림은 크지 않다. 시트는 편안하지만 감아주는 느낌은 없다. 그래도 롤이 적어서 몸이 쏠리지 않는다.

 

리바운드 컨트롤은 상당히 잘 되는 데 차가 눌릴 때의 댐핑강도가 좀 약하다. 안락한 승차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단단해도 충분히 안락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조금이나마 단단한 느낌을 선호하는 필자는 시승 내내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에 맞추고 다녔다. 스포츠모드에서도 저속에서는 부드러운 반응을 보이지만 고속에서는 단단해진다.

 

스티어링은 적당히 무겁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돌린 만큼 부드럽게 차의 방향을 바꿔준다. 도로의 충격은 적당히 잘 걸러주면서 어느 정도의 피드백을 두 손에 전달한다. BMW만큼의 민감함은 아니지만 충분히 스포티하다 

 

브레이크성능은 놀랄 만큼 만족스럽다. 이 차의 전체적인 특성과 걸맞게 부드러우면서도 필요할 때 정확히 차를 세우는 능력이 탁월하다. 어느 속도에서도 브레이크 성능이 딸린다는 느낌은 없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니 안전벨트가 5cm정도 뒤로 감기며 몸을 등받이에 밀착시킨다. 조금은 놀랍기도 한 이 프리세이프티 시트벨트가 안전은 물론 드라이버가 느낄 수 있는 안정감까지 제공한다.

 

맹렬한 가속도, 고요한 실내, 안정적인 핸들링과 브레이킹, 안락한 승차감까지. 이 차는 장시간 운전을 하여도 운전할 때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현대의 서스펜션과 섀시튜닝 능력이 상당히 세련되어졌다. 세계적인 명차들을 능가하지는 않지만 많이 따라잡았다. 이 차의 뒷자리에 앉으신 VIP는 안정감과 편안함에 금새 잠에 빠져들 것이다.

 

245 50 18 V급의 OEM타이어는 조용한 실내를 만드는 데에는 일조하지만 탁월한 섀시강성과 서스펜션컨트롤이 주는 주행성능과 느낌(Feel)을 많이 깎아 먹는다. 어지간한 속도에서는 그립을 유지하지만 한계에 이르면 갑자기 컨트롤이 무너지면서 차가 불안해진다. 타이어튜닝은 뒷자리에 회장님을 모시더라도 그 분의 안위를 위하여 필수일 듯하다.

 

1400여킬로미터를 주행하며 보인 연비는 리터당 6~7km초반대.

 

미시령을 지나는 46번국도를 지나 동해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로 돌아오는 장거리주행,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서울시내의 꽉막힌 도로, 그리고 서킷에서의 미친듯한 질주까지 다양한 주행을 한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나쁜 연비는 아니다. 얌전히 회장님을 태우고 주행한다면 공인연비인 8.8은 쉽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신형 에쿠스는 구석구석 명차로서 손색이 없다.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생경함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기본기가 탄탄한 차다. 세계의 명차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명차로 손색이 거의 없다.  어쩌면 그런 세련된 명차를 요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 노블리스들의 안목과 식견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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