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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가격 표시제, 6개월만에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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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가격 표시제, 6개월만에 공염불
표시된 가격 지키는 곳 아예 없어..정책 실효성 '제로'
  • 조은지 기자 freezenabi@csnews.co.kr
  • 승인 2012.06.12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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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가격 표시제가 시행된 지 6개월여가 지났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표시된 가격으로 휴대폰을 판매하는 매장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11일 시행중인 '휴대폰 가격 표시제'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가격 비교 기능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내 명동 강남등지의 이통사 직영점, 대리점, 일반 판매점 10곳을 현장 취재한 결과 10곳 중 6곳이 가격표시제를 이행하고 있었지만 그 중 실표시된 가격대로 단말기가 판매 중인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정부가 휴대폰 가격을 바로잡기 위해 의욕적으로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은 '제로'인 셈이다. 정부, 지자체, 소비자단체 등에서 지역별로 합동 점검 및 단속에 나서며 위반 매장에는 벌금을 부과한다는 입장이지만 매장들은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 간 ‘보조금 정책’이 제멋대로여서 가격표시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휴대폰 가격표시제의 목적이 소비자 권익 보호와 공정한 거래 도모라면 무엇보다 제조사와 통신사의 '보조금 정책'의 투명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매일 달라지는 ‘본사 보조금 정책’ 앞에 대리점-판매점들 속수무책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취재한 10개 매장중 5곳의 직영점과 1곳의 판매점이 가격표시제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6곳 중 단 1곳도 실제 표시된 가격대로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여전히 남은 계약기간과 타 통신사로 이동하는 신규 가입인지 여부, 같은 통신사를 이용하는 보상 기변 여부, 약정이 몇 년인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한 통신사 직영점 직원은 “매일 저녁 본사에서 각 단말기별 보조금이 다음날 얼마인 지 전달 받는다”며 “정책이 매일같이 바뀌는데 일일이 가격표시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통신사 직영점 직원은 “솔직히 우리도 이 것(가격표시제)을 보지 않고, 고객들도 신경 쓰지 않는다. 고객들은 어떻게 해야 가장 싸게 살 수 있는지만 중요할 뿐”이라고 밝혔다.

가격표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대리점 직원 역시 “매일매일 통신사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이 다르고 또 고객별로 다른데 그걸 다 표시하기도 힘들고 매일 바꾸는 것은 무의미한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보조금이 매일 달라지는 이유를 묻자 모든 판매처는 약속이나 한 듯 "본사 정책이라 그대로 따를 뿐"이라고 딱 잘라 답했다.

◆ 갤럭시 노트 실제로 구입해보니...'보조금 상한선' 의미 없어

가격표시제를 지키고 있는 SK텔레콤 직영점의 갤럭시 노트(16G) 가격은 판매점 모두 신규가입, 보상기변 공히 60~70만원대로 기재되어 있었다.

제조사 출고가 93만3천900원에서 통신사 변경 보조금 22만원을 지원받고, 30개월간 통신사 할인프로그램이 적용되어 최종 구매가는 25만3천890원.(할부이자 5.9%포함)

직영점 직원은 "93만원이 넘는 휴대폰을 25만원정도에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가격표시제에 적힌 금액과 실제 구입금액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

실제로 한 통신사 직영점에서 제조사 출고가 99만9천900원의 갤럭시 노트(32G)를 3년 약정, 6만원대 요금제로 개통해 봤다.

이 때 이전 사용하던 통신사에 남은 위약금 23만6천원과 가입비 3만원, 8천800원의 유심비 면제를 약속받았다. 이미 통신사 보조금 상한선 27만원이 초과한 금액을 지원받은 것.

또 3년 약정으로 할인 프로그램이 적용되어 총 71만원이 넘는 요금을 할인받는다. 앞서 지원받은 보조금과 할인받은 요금을 합치면 99만원으로 출고가에 달하는 금액을 할인받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소위 말하는 '공짜폰'인 셈.

휴대폰 가격표시제의 ‘가격표시 방식을 준수하고 실표시된 가격대로 판매해야 한다’는 실시요령에 위배되는 상황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통신사 관계자는 "당연히 상황에 따라 보조금 등이 달라지고 실제 거래 가격도 달라진다"며 "어떻게 할인받았는지 그 과정을 고객이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의 '보조금 정책'이 매일 매일 달라지는 적용기준에다 주먹구구식 운영 탓에 대리점과 판매점들만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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