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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AS받으려다 데이터 홀랑 날려, 누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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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AS받으려다 데이터 홀랑 날려, 누구 책임?
모호한 규정 탓에 소비자만 '억울'..."알아서들 합의해~"
  • 조은지 기자 freezenabi@csnews.co.kr
  • 승인 2012.07.19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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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등의 IT기기 펌웨어 업그레이드나 수리 도중 직원의 실수로 주소록 등 중요 데이터가 손실된 경우 수리업체나 제조사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민법 제393조에 2항에 따르면 직원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데이터 손실이 발생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면 복구 등 책임을 묻기 힘든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의 경우 그 사정을 사전에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 배상책임이 있다고 명시해두고 있다.

문제는 ‘예기치 못한 상황’과 ‘사전 인지’에 대한 기준이 너무나 모호하다는 것.

관련 피해 소비자들은 “직원이 일부러 데이터를 삭제하는 경우가 있을 리 있냐”며 “소비자가 한 실수는 ‘책임을 묻는 과실’이고 제조사 측 실수는 무조건 면죄부를 받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휴대폰 등 IT기기 제조사 AS센터의 경우 서비스 전 ‘수리 진행 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감수하고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상세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서명하는 경우가 허다해 보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제조사별로 데이터 손실에 대한 공식적인 내부 규정이 없어 상황에 따라 서비스센터나 대리점 등과 개별적으로 민원을 중재해야 하는 상황.

종합법률사무소 ‘서로’ 김범한 변호사는 “명목적으로 제조사에 책임을 묻기 힘든 부분이지만 실질적으로 엔지니어가 휴대폰 데이터 손실 등에 대한 상황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을 지는 의문”이라며 “최근 스마트폰 등에 주소록이나 사진, 유료앱 등 중요 데이터를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제조사 측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 “데이터 이전, 본사 정식 서비스 아니니 대리점과 해결해”

19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김 모(여.33세)씨는 통신사 KT 대리점에서 두 차례나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지난 2011년 1월  휴대폰 개통 당시 공식 대리점  직원의 실수로 전화번호부, 사진, 동영상 등 모든 정보를 잃은 적이 있었다.

당시 너무 화가 났지만 일을 시끄럽게 만드는 것이 싫어 그냥 넘겼다고. 올해 5월 초 같은 대리점에서 기기변경을 하게 된 김 씨는 단말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옮기기 전 지난 일을 짚으며 직원에게 재차 당부를 잊지 않았다고.

기존 사용하던 휴대폰 초기화를 묻는 직원의 질문에 정확히 “모든 데이터를 새 기기로 옮겼으면 초기화해도 괜찮다”고 답했다고.

다음날 새 기기를 살펴보던 김 씨는 동영상 파일이 하나도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문의하자 “다 옮겨진 줄 알았다. 메모리카드는 이미 파기됐으며 방법이 없다”며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답답한 마음에 직접 사설업체에서 데이터 복구하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본인의 메모리카드를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연거푸 엉뚱한 것을 제시해 화를 돋웠다. 김 씨는 KT 고객센터로 연락해 도움을 청했지만 대리점과 해결하라는 답만 돌아왔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본사에서 정식으로 규정된 서비스가 아니라 대리점이 CS 차원으로 행하는 서비스라 당사에서 보상하는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렇게 무책임하게 처리할 꺼라면 차라리 서비스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데이터 훼손에 손해배상 말바꾸기에 소비자 분통

제주시 이도 2동에 사는 조 모(여.36세)씨 역시 자료 손실 후 약속을 번복하는 LG전자 서비스센터에대해 민사소송이라도 불사하겠다며 억울함을 털어놨다.

조 씨는 반복 수리에도 휴대폰의 잦은 오류가 해결되지 않자 담당 엔지니어의 권유로 포맷을 받게 됐다.

‘전화번호부와 사진 등의 자료 훼손은 없다’ 확답을 받고 포맷을 진행한 조 씨는 전화번호부의 일부 자료가 무작위로 삭제된 사실을 발견하고 다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포맷 후 아무 것도 실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저절로 연락처가 하나씩 삭제되는 이상 상태가 됐고 포맷을 진행한 담당 엔지니어도 현상을 눈앞에서 목격했다고. 다행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기기 출고가를 환불해 주겠다는 엔지니어의 약속을 믿고 돌아섰다고.

남아있는 번호라도 살리려고 집에 있던 공기계로 우선 개통하고 처리를 기다리고 있던 조 씨에게 돌아온 대답은 ‘출고가가 아닌 구입가로 환불된다’는 말바꾸기였다고.

긴 시간 실랑이를 벌이다 지점장과 엔지니어, 조 씨가 3자 대면하는 과정에서 결국 엔지니어가 사진의 실수를 인정했다고. 조 씨는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피해를 두고 터무니 없는 말바꾸기까지 지긋지긋한 시간이었다”며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동의서를 받는 절차가 있으며 고객 동의 없이 강제 진행하지 않는다”며 “해당 고객에게 처음부터 ‘구입가’를 안내했다”고 답했다.

보상 규정에 대해서는 “관련 입증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별도의 보상 규정이 없으며 이번 건의 경우 역시 데이터 소실 여부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조 씨는 “처음 약속대로 출고가 환불을 해주거나 아니면 원래대로 모든 연락처 및 자료를 복구하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전했다.

◆ 멋대로 업그레이드 진행해 데이터 몽땅 날려

소비자 김 모(여)씨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지난 6월 말 휴대폰 정상작동이 되지 않아 AS센터를 찾은 김 씨에게 엔지니어는 기기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보겠다고 안내했다.

잠시 후 “펌웨어가 예전 버전이라 업그레이드를 했다”며 엔지니어가 건네는 단말기를 받은 김 씨는 기겁했다. 휴대폰에 담겨진 연락처와 사진 등 모든 자료가 모조리 사라져 버린 것. 백업을 하지 않고 업그레이드를 진행해 벌어진 참사(?)였다.

본사 복구 팀과 사설업체 등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자료 복구는 불가했다고. 100% 본인 과실이니 휴대폰 환불 혹은 교환을 해주겠다던 엔지니어는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센터 지점장이 나서 사과했지만 어떤 손해 배상도 없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

김 씨는 “업그레이드에 대한 사전 동의를 전혀 구하지 않고 멋대로 처리해 사진이나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환자 기록 메모, 수술 스케줄, 의료기기 및 제약사 관계자 연락처 모든 것을 날렸다”며 “단지 ‘실수’라는 한마디로 끝날 문제냐”며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 백업은 고객이 하는 것이 기본이며 서비스센터로 백업 요청 시 작업 중 실수로 자료가 손실돼도 감수하겠다는 동의서를 받는다”고 밝혔다.

덧붙여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다 자료가 손실될 경우엔 회사 실책이지만 공식적인 보상 규정은 없으며 고객과 서비스센터에서 케이스별로 합의점을 찾는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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