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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살구된 '내 집 마련 꿈'..하자보수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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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살구된 '내 집 마련 꿈'..하자보수 '삼만리'
비새고 곰팡이 범벅 하자에 입주민 피눈물..법령이 방패
  • 박은희 기자 ehpark@csnews.co.kr
  • 승인 2012.10.0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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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건설업계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등 건축물 하자를 둘러싼 건설·시공사들과 입주민들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빗물이 새고 제대로 배수가 되지 않아 집안이 온통 곰팡이 범벅에다 악취로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지만 업체 측은 하자보수에 시간만 끌다 법령을 들이대며 면피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

힘들게 하자보수를 약속받아도 짧게는 몇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보수 지연으로 고충을 겪는 사례도 다반사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아파트 분쟁 조정 건수는 547건으로 지난해 327건을 훌쩍 넘어섰다.

◆ 비만 오면 물 줄줄 새는 아파트..."5년 지났으니 땡~"

5일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사는 김 모(남.60세)씨에 따르면 그는 6년된 부영 5차 아파트 최고층을 분양받아 작년 8월 입주했다.

장마철로 연이어 폭우가 쏟아지자 거실과 베란다 할 것 없이 집안 천정 곳곳에 누수가 됐다.

상태가 심각해 옥상으로 올라가 본 김 씨는 경악했다. 옥상 바닥 가득 물이 고여 발이 빠질 정도인데다 옥상 슬라브 여기저기 모두 들뜨고 푸석푸석해 금방이라도 푹 꺼져버릴 상태였던 것.


여러차례 부영 고객만족센터와 영업소 등으로 연락해 하자보수를 촉구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 씨는 "끈질긴 요구 끝에 하자보수를 하기로 해 집안 곳곳을 뜯어 놨지만 과연 언제 마무리될 지 기약이 없다"고 푸념했다.

광주 광산구 신가동 부영 사랑 7차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 모(남.48세)씨 역시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다.

지난 6월에 입주한 이 씨 역시 비만 오면 세숫대야를 받쳐놓아야 할 만큼 빗물이 뚝뚝 떨어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이 씨는 "임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하자접수를 해주면서 분양받은 사람들은 '지은지 5년이 넘었다고 AS불가'라고 하니 너무 억울하다"며 "분양이 안된 아파트를 늦게 구입한 거라 실제 거주기간은 겨우 1년이 조금 넘었다"며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부영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하자보수 기간은 법적으로 분양 사용승인일 기준 5년까지이며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시공 5년이 경과한 아파트라 하자보수 의무가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어 "빗물 누수는 발코니 부분에서 물이 새는 경우 위층 사람이 하자보수를 책임져야 하지만 위층이 분양되지 않아 회사소유일 경우는 보수를 해 주고 있다"며 "5차아파트 입주민 김 모씨의 경우는 꼭대기층이라 하자보수를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새 아파트 하자보수 지연으로 수개월간 생고생

인천 서구 경서동에 사는 성 모(남.45세)씨 역시 4억5천만원에 분양받은 인천 신도시 청라지구의 제일풍경채 아파트 하자보수 탓에 오랜 시간 고충을 겪었다.

성 씨는 지난 6월 24일 입주 후 두달도 채 지나지 않아 안방 붙박이장에 가득한 곰팡이와 습기에 뒤틀린 마루바닥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입주 후 며칠 지나지않아 안방 붙박이장에서 퀘퀘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지만 새 집에서 나는 냄새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고. 하지만 악취가 계속되자 AS진단를 받은 결과 안방 베란다 확장부분에 있는 우수관이 막혀 붙박이장 뒤편으로 빗물이 넘쳐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당시 방문한 AS기사는 '1주일 정도면 수리를 완료할 수 있다'며 하자에 따른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본사에 보고 후 연락을 주겠다며 돌아갔지만 이후 하자보수는 차일피일 미뤄져 한달이 넘은 후에야 겨우 시작됐다.

지난 8월 7일 붙박이장과 석고보드, 마루를 제거하면서 곧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당초 1주일이면 된다던 말이 매번 바뀌면서 공사 시간은 지연되기만 했다.공사 시작과 함께 종일 에어컨을 가동하고 모든 약속을 뒤로 미루고 집을 지켜야 했지만 공사진행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던 것.

참다 못한 성 씨가 건설사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항의를 했고 그제야 겨우 공사가 마무리됐다.

성 씨는 "습기를 제거해야 작업이 가능하다고 해 종일 선풍기와 에어컨을 풀가동했고 저녁에는 통풍을 위해 창문을 열어놓는 바람에 온 가족이 벌레에 물리는 불편도 감수해야 했다"며 "공사 부실로 인해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을 끔찍하게 보냈는데 그냥 운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인지 기가 막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제일건설 관계자는 "이미 AS는 종료된 상태다. 보상안에 대해서는 현재 입주자와 조율중에 있으며 절충안을 찾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아파트 하자보수 개정안 재추진...건설업계 '울상' 

이처럼 아파트 하자보수를 두고 업체와 입주자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자 정부는 아파트 등 집합건축물 결함 보수와 관련해 입주민 권익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 재추진에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시공사 결함 보수 책임기간과 범위를 넓히는 내용으로 '집합건물 소유ㆍ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행사가 파산ㆍ부도 혹은 결함 보수 능력이 없는 상태일 경우 시공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그동안 시행사들 대다수가 자금력이 약하거나 분양 후 해산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보상을 받기 어려웠던 점을 개선한 것.

보·바닥·지붕의 하자보수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다. 기타 부분 역시 1~4년이던 것이 5년 이내로 늘어나는 등 하자보수 책임기간이 길어졌고 계약해제가 가능해지는 등 개정 후 입주자의 권익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건설업계는 "부동산 장기 불황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하자보수 책임까지 강화할 경우 업체들의 줄도산할 지 모른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초기에는 하자보수 비용 등 건설사 측에 부담이 크겠지만 결국 50~60년 이상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아파트를 짓는 것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답"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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