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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명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악성민원 대처방안 내놓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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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명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악성민원 대처방안 내놓을 것"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6.01.0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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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행동소비자 매뉴얼을 만들어 1분기에 공개하는 등 악성 민원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작년 세밑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9층 처장실에서 만난 오순명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금융 소비자의 권익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오 처장은 이에 못지 않게 몇사람의 악성 민원 유발자가 업계와 사회 전체에 주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가는데 초점을 맞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2013년 5월 제2대 금소처장으로 취임하면서 악성 민원 분류기준을 마련하고 건수를 줄이기 위해 애썼지만 그럼에도 악성 민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이를 정책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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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순명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금감원이 원스톱서비스로 운영중인 '콜센터 1332(국번없이)'는 1년에 75만 건의 상담을 접수한다. 이 중 10만 건이 금융관련 민원이고, 그 중 7만8천건이 주요 민원으로 분류된다. 나머지 2만2천건은 재민원이나 반복민원인데 이중 3% 정도가 악성민원으로 꼽힌다.

오처장은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금융회사와 금융협회, 금감원, 학계, 외부 옴부즈만 등과 TF를 구성해 몇 개월동안 논의했고 금융회사별로 임원과 법률 담당자, 영업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문제행동소비자 선정위원들을 두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 처장은 금융회사에 빨간 딱지를 붙여가며 민원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했다. 민원건수를 중심으로 한 민원발생평가가 그것이다. 1~5등급으로 5등급은 민원해결이 불량한 수준을 의미한다. 오 처장이 붙인 빨간 딱지는 금융회사의 고객 민원 해결을 압박하는 좋은 수단이었지만 부작용도 발생했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민원인에게 돈을 줘 해결했다. 일부 악성 민원인은 과도하게 금융회사의 목을 조였다.

오 처장은 금융회사와 금융협회, 금감원, 학계, 외부 옴부즈만 등과 TF를 구성해 몇 개월동안 논의한 결과 악성 민원에 대한 매뉴얼 초안을 만들었다. 금융회사별로 본사 임원과 법률 담당자, 영업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문제행동소비자 선정위원들을 두는 방식이다.

오 처장은 "예를 들어 본점 임직원이 봤을 때 문제행동소비자가 아니라 영업점 직원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소리를 지르는 고객을 한쪽으로 판단해선 안된다"면서 "회사 임원과 법률 담당, 영업 담당 등 다수의 위원이 문제행동소비자를 판단할 수 있도록 루트를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 처장은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30년 넘게 활동했고, 올해 5월 임기를 채우면 금감원에서도 3년이나 일하게 된다. 금융업에만 39년째 종사하는 것이다. 금소처는 2012년 5월 금감원 준 독립기구로, 원장 직속으로 구성됐다. 초대 처장인 문정숙 부원장보가 1년 동안 재임한 반면 오 처장은 2년8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 처장은 금감원 내에서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부 출신이다 보니 객관적인 시각에서 금감원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오 처장은 "금감원에 온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금감원은 헌신을 하는 곳이다.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직원들에게도 소보처는 굉장히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도를 개선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해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리게 독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처장은 "제가 처음 왔을 때에는 저항도 있었지만 계속 설득했더니, 요즘에는 각 권역에서 소비자업무를 상위에서 다루고 자발적으로 안건도 내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국회가 열리거나 휴일이 낀 주를 빼고 매주 금요일 오후 소비자보호실무협의회를 열어 현업파트와 어떻게 제도를 개선할 지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비자보호실무협의회는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회의만 133회 열렸다. 총 401개 안건이 논의됐고 상당수 제도개선에 반영됐다.

카드 분실 및 도난사고 보상제도 개선방안이 마련됐고, 대리운전 관련 보험서비스가 개선됐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이 개선됐고, 종신보험을 은행 적금처럼 오인하게 만들어 가입하는 등 불완전판매 민원이 계속 증가하자 핵심유의사항을 선정해 대국민 홍보도 강화했다.

오 처장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금소처가 뒷문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진웅섭 금감원장이 취임한 이후 시장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며 규제완화정책을 펼치면서 시장에 앞문을 풀어주지만 금소처가 시장과 소통하면서 뒷문을 지킨다는 얘기다.

오 처장은 "현장은 항상 굴러가는 것이니까 금감원 내부의 환류시스템이 잘 되도록 소비자보호실무협의회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소비자 민원이 금감원 검사 감독 제도를 개선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또 "일본, 영국 등 다른 어떤 나라도 금융기관이 직접 소비자 민원을 처리하는 곳은 없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민원을 직접 처리하고 있어서 힘은 들지만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어 참 좋다. 고객이 금감원과 금융사에 같이 민원을 내니까 리얼타임으로 시장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금소처 직원들에 대한 각별한 속내를 드러냈다. 직원들이 아침부터 고성을 들으며 업무를 시작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기 때문에 가능한 힐링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 처장은 "벚꽃이 한창이던 올해 봄에는 직원들에 아침 일찍 나와 여의도공원을 크게 한바퀴 돌고 업무를 시작했다"며 "금감원 직원들이 격려를 받을 기회가 많지 않은데 아침행사 등 조직 결속을 다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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