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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원산지는 모두 '수입산'?...표기 변경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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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원산지는 모두 '수입산'?...표기 변경 지지부진
18개 중 6개만 표시 명확..."포장재 변경작업 진행중"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6.11.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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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학동에 사는 이 모(남)씨는 최근 마트에서 어묵을 구입하려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떤 제품은 원산지가 '수입산'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적혀 있는 반면 어떤 제품은 '미국산' 등 표기 방법이 다양했다. 수산물이라 방사능 문제가 된 일본산이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전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이 씨는 “제품마다 정확한 원산지가 써 있는 게 있는가 하면 아닌 것도 있었다”며 “표시 누락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궁금해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에서 수입원료가 들어간 어묵, 햄 등 가공식품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정확히 표시하도록 하는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요령’을 개정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수산물원산지표시법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은 수입원료가 들어간 가공식품 원재료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그동안은 제품 원재료의 원산지가 여러 차례 바뀌거나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수입산(외국산)’으로 표시할 수 있었지만 이를 개정해 원산지표시를 강화했다.

하지만 개정법이 시행된지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수입산’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18개 어묵 제품을 조사한 결과 명확하게 원산지를 표기하고 있는 제품은 6개(33%)에 불과했다. 나머지 12개 제품은 ‘수입산’으로만 표기해놓고 있었다.

특히 같은 브랜드 제품이라도 원산지 표기 여부가 달랐다. 예를 들어 동원F&B에서 제조한 어묵 가운데 ‘리얼요리어묵’, ‘야채어묵’ 등은 구체적인 원산지를 표기했지만 ‘우리쌀로 만든어묵’은 수입산으로만 표기됐다.

사조대림의 대림선 4개 제품 역시 새참바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제품은 모두 수입산으로만 표기했다. CJ씨푸드에서 제조한 제품 역시 ‘더건강한어묵’은 파키스탄산, 미국산이라고 표시한 반면 나머지는 아직 수입산으로 표기됐다.

이마트 브랜드인 피코크와 노브랜드 4개 제품은 모두 수입산으로 표기돼 있었으며, 풀무원의 알래스카특급 어묵전골은 '미국산'으로 원산지를 구체적 표기했다.

제조업체들은 “원산지가 변경될 때마다 포장지에 별도로 표시하는 것은 확실히 기업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개정법에 따라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호어묵 등을 판매하는 CJ제일제당 측은 “포장재의 디자인 교체 작업을 진행하면서 원산지를 명확하게 표시하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며 “연내 포장지 교체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제품 원재료의 원산지가 여러 차례 바뀌거나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수입산(외국산)’으로 표시할 수 있었다. 원산지가 바뀔 때마다 포장을 새로 인쇄해야 하는 기업의 부담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원산지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 시중 판매중인 어묵 원재료의 원산지 표시 상황. 파란색 포장재의 제품에만 '미국산'이란 구체적 원산지가 표기되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수입산'으로 표기돼 있다.  

지난 2014년 한국소비자원은 시판 중인 22개 어묵 제품을 대상으로 원산지 등 정보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수입산’으로 표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22개 제품 중 어종을 표시한 제품은 2개, 수입국을 명확하게 표시된 제품은 단 1개였던 것.

이후 농림부는 2014년 11월 수입원료로 만든 가공식품 원산지 표시 시 ‘수입국가명’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변경했다.

기존에는 수입국가가 3개국 이상 변경될 경우 수입산으로 표시할 수 있었지만 ‘6개국을 초과할 경우’로 강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올 4월부터는 국내 대부분 어묵 제품은 어육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규정이 바뀌고 6개월이 지났지만 이처럼 기존 표기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존에 인쇄한 포장재를 사용하기 위해 원산지 표시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 7월1일부터 단속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당분간 어묵 원산지 표시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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