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으로 가닥이 잡혀가던 금호타이어(대표 이한섭) 매각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문재인, 이재명 등 대권후보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등 정치권이 기술만 빼가는 이른바 ‘먹튀’를 우려하며 중국 매각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와 9천550억 원에 주식을 매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함에 따라 종전에는 중국 매각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호남 인심을 고려한 듯 대권후보 등 정치권이 일제히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을 반대하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까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채권단에 요구한 상태다. 박 회장은 컨소시엄 구성 불허 시 산업은행에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 중이다.
그는 이어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면서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금호타이어의 제2의 쌍용차사태를 막아야 한다”며 정부에 금호타이어 협력업체와 노조가 참여하는 민관합작펀드를 구성하여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 시장은 “더블스타 콘소시움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고 할 때, 쌍용차 사태의 재현이 떠오르는 것은 막연한 기우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더블스타의 기업 규모나 기술수준을 볼 때, 국내에서 장기적으로 금호타이어를 경영하려고 하기 보다는 단기간에 기술을 확보한 후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더블스타가 밝힌 고용보장도 단 2년에 그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자금을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도 기술 확보 후 국내 시장에서 철수를 쉽게 하려는 포석으로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두 사람 모두 중국기업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뒤 기술력과 투자금만 뽑아내고 시장에 매각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회장 역시 우선매수권의 범위를 넓혀달라며 산업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우선매수권의 권한 및 적용범위는 박 회장 개인에게 귀속됐기 때문에 금호산업 인수처럼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 지분 및 경영권을 담보로 한 자금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의 계획대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이 컨소시엄을 허용해주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이 금호타이어 매각에 개입하고 나서면서 박 회장의 주장에도 원칙을 굽히지 않던 산은은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 정부 때 대우조선해양 등 관리 부실로 내홍을 앓은 산은이 새정부에서 대대적인 수술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산은이 유력 대선후보 발언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대우조선 사태로 산은에 대한 여론과 정치권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금호타이어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이 매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금호타이어 매각이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의 법적 공방으로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정치권도 호남기업인 금호아시아나의 손을 들어주고 있고,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반중국 공감대가 맞물리면서 상황이 박삼구 회장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라고 해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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