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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괴담] 국산차는 에어백 잘 안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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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괴담] 국산차는 에어백 잘 안 터진다?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7.06.08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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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비생활에서 생겨난 오해와 편견은 ‘소비자 괴담’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해묵은 오해는 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바뀌고 소비자와 기업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진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 가진 오해와 편견, 고정관념을 심도 있게 짚어봄으로써 실제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기업 죽이는 소비자 괴담..오해와 편견을 깨자'는 주제의 연중 기획 캠페인을 시작한다.

소비자의 생각과 기업의 입장,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오해를 풀고 신뢰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김 모(남)씨는 얼마 전 평소 즐겨찾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국산차는 사고가 나도 에어백이 작동안한다.  충돌 각도를 맞춰 사고를 내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발견했다. 글에는 크게 파손된 차량 모습과는 다르게 에어백이 전혀 터지지 않은 사진들이 게재돼 있었다.

김 씨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차량이 많이 파손된 것 같은데도 에어백이 안 터진 경우가 있다”면서 “사진속의 차량은 대부분 국산차인데, 불안해서 구매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에어백은 자동차 충돌 사고 시 운전자와 탑승자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안전장치 중 하나다. 그런데 앞선 사례처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차량이 반파 됐음에도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는 사례가 자주 발견되곤 한다.

이 때문인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는 국산차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의혹의 시선이 많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 같은 소비자들의 편견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산차와 수입차간의 에어백 기술력의 차이는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에어백은 대부분의 충돌사고에서 안전벨트를 도와 탑승자를 보호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안전장치”라며 “하지만 충돌 시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에어백이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벌어지는 상황은 실로 다양하고 사실상 이 경우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서 에어백이 터지지는 않으며 이는 국산차와 수입차간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또한 국산차와 수입차간 에어백 기술력 차이를 부정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수입차에 비해 국산차의 에어백이 안 터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소비자 괴담”이라면서 “국산차와 수입차 에어백의 기술력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각 나라별로 법규 문제로 에어백 타입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고 에어백이 전개되기 위해 채택한 센서 적용 부위가 각 제조사별로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원천적인 기술력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 역시 “에어백은 국산차와 수입차 구분이 없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에어백의 경우 국산차와 수입차에 같은 제품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국산차 에어백이 수입차에 비해 잘 터지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편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에어백 센서/제어기를 개발, 생산해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하는 부품 제조사는 7개사(MOBIS, TRW, Continental, Autoliv, BOSCH, Delphi, Denso 등) 정도에 불과하다. 에어백 센서와 제어기는 그 신뢰성과 성능에 관련한 요구사항이 매우 높고 까다로운 부품으로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과 품질 수준을 갖춘 부품 제조사는 한정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어 “에어백의 경우 전개되기 위한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가 충돌 강도와 각도”라며 “하지만 사고 발생 시 충돌의 방향, 크기, 시간, 도로의 사정, 기후, 충돌 대상의 특성 등 에어백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너무나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충돌 후 반파된 사고 차량의 모습만을 놓고 “에어백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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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수입차 브랜드 중 사고 발생 시 에어백이 터지지 않고 있다는 소비자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독 국산차의 에어백이 안 터진다는 오해와 편견이 국내 소비자의 뇌리 깊숙이 자리잡은 이유는 뭘까?

업계는 적게 팔린 수입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산차의 에어백 미작동 사례가 많을 수 밖에 없고, 정확한 원인 진단을 해줄 정부나 공공기관의 검사 시설이 부족해 업체의 해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이 많은 국산차가 상대적으로 에어백이 미작동 되는 사례가 많고, 언론에 노출되는 정도도 수입차에 비해 많다”면서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국산차의 에어백이 안 터진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최근에는 국내에 수입차 판매가 늘면서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수입차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그의 주장처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수입차 브랜드 중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는 소비자 민원도 자주  접수되고 있다.

또한 차량 제조사의 해명 말고는 정확한 원인 진단을 해줄 수 있는 권위 있는 정부기관이나 단체가 부족한 것도 한 요소라는 지적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에어백 미작동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내 소비자들이 해명을 들을 수 있는 곳은 차량 제조사 뿐이지만 소비자가 제조사의 주장을 100%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보다 객관적인 위치에서 공정한 판단을 해 줄 수 있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명확한 설명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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