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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흥식 원장의 '소비자 친화적' 금감원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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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흥식 원장의 '소비자 친화적' 금감원에 거는 기대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7.09.13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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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공식 취임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면서 금감원의 정책과 업무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진웅섭 전 원장이 금융사의 자율규제를 강조하며 전임자와 다른 색깔을 냈던 것 못지 않게 최 원장도 취임 첫날부터 자신의 철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 원장은 1997년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절에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영입돼 감독기구경영개선팀을 이끌며 업권별로 나뉘어 있던 금융감독 기능을 금감원으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진두지휘 했던 인물이다.

최 원장은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업무보고를 받으며 금감원이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다"면서 "금융시장이 변화하면서 금감원 역시 변화에 충실히 대응하며 금융 소외 계층을 보호하는데 힘썼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큰 폭의 개혁 의지를 밝혔다.

따라서 진웅섭 전 원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진웅섭 전 원장은 금융회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사 민원평가 제도를 대폭 손질한 것이다.진 웅섭 원장 취임 직전까지만 해도 금감원은 민원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금융사들이 각 점포마다 그 사실을 게시하도록 하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하지만 진웅섭 전 원장은 징벌보다는 금융사의 자율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새로운 '금융소비자보호실태 평가'는 전체 금융사의 평가등급이 올라가면서 '미흡' 등급이 사라지고, 대다수 금융사가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는 실망스런 결과를 낳았다.

전산사고, 금융사기 피해,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등 여러 가지 악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 평가에서 문제점을 지적 받는 금융사는 자취를 감춘 셈이다.

진웅섭 전 원장은 소비자보호를 위해 진일보한 정책을 많이 내놓았지만, 금융사의 자율성에 무게를 두는 '금융사 친화적인' 행보로 인해 금감원의 감독 기능이 물러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흥식 원장이 설립취지를 거론하면서 개혁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기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사들로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변별력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는 금융사 평가제도 역시 이 같은 취지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최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소비자보호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며 원장 직속의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의 신설을 비롯해 원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취임 이틀째인 12일에는 소비자보호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소비자보호처 국·실장급 임직원들과 오찬을 가지며 실무자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각종 공시제도 개선을 통해 소비자들의 금융 정보 제공 불평등 현상을 완화시키겠다는 점도 최 원장의 '소비자 친화적인' 정책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국민들의 눈에 비춰진 금감원은 피감기관 위에 군림하는 제왕의 모습으로, 때로는 소비자 보호보다는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금융회사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인상으로 신뢰가 흔들린 게 사실이다.

20여년 전 금감원을 처음 설계했을 때의 '초심'대로 최 원장이 그렸던 소비자보호 중심의 금감원으로 다시 한 번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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