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내부에 발생한 곰팡이 관련 소비자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에어컨은 폐쇄적인 구조 탓에 곰팡이가 발생하기 쉽고, 최근 출시되는 일부 사양의 경우 작동 시 내부 송풍 기능을 거의 쓰지 않는 제품도 있는 까닭에 꼼꼼한 관리가 필수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3년 전 구매한 삼성전자 에어컨을 청소하기 위해 내부를 들여다보고 경악했다. 3년 만에 처음 들여다 본 내부는 곰팡이가 가득 낀 것은 물론 악취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고객센터 측은 “송풍모드로 틀어놓고 내부를 수시 관리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 씨는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 자주 확인했을텐데...이미 곰팡이가 가득 껴 송풍모드를 틀어놓자니 집안에 상주하는 아기가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 대연동의 김 모(여)씨 역시 1년 정도 사용한 LG전자 에어컨 내부를 열어봤더니 곰팡이가 가득한 것을 보고 놀랐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마음에 두었던 타사 제품이 인터넷 등지에서 곰팡이 문제로 시끌시끌한 것을 보고 그 제품을 피해 구매하는 등 신경을 썼지만 역시나 곰팡이 문제를 피해갈 순 없었다고.

김 씨는 “보통 리모컨으로 작동하니 스탠드 에어컨 내부를 들여다보는 일은 별로 없다. 그동안 곰팡이 바람을 쐬고 있었나 생각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 신·구형 가리지 않고 곰팡이 문제 ‘여전’...‘송풍모드’ 활용 등 잦은 관리 필수

곰팡이 발생 문제는 폐쇄적인 형태의 에어컨 내부 구조 특성 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제조사 측 설명이다. 특히나 일부 기종은 실내 공간 활용 극대화를 위해 천장 등 벽채 내부에 매설되기도 하다 보니 벽에 생긴 결로 등이 옮겨 붙기도 한다고.

에어컨의 곰팡이 발생은 구형이나 최신 제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무풍 에어컨’도 출시 초기 곰팡이 발생 문제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냉매 작동으로 인해 에어컨 내부에 결로가 생기는데 무풍 에어컨은 제품명처럼 바람이 거의 발생하지 않다 보니 내부가 잘 건조되지 않아 냉기가 발생하는 마이크로홀 등에 쉽게 곰팡이가 생긴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삼성전자 측은 "곰팡이 발생 문제는 다른 모델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최신제품이다보니 유독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 같다"며 "무풍에어컨은 오히려 통기성도 뛰어나고, 곰팡이 문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동청소 건조’ 기능 등을 탑재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적극 항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오텍캐리어, 대유위니아 등 주요 제조사들은 결국 이용자 관리법에 해답이 있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이 수시로 에어컨을 청소·관리할 것을 매뉴얼 등이나 자사 온라인 블로그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컨 작동 후 ‘송풍모드’를 활용해 2~30여 분간 기기 내부를 건조하는 것이 최선의 곰팡이 방지책이다. 송풍모드는 일반 냉방이나 제습 모드와 달리 냉매 작동으로 인한 습기가 내부에 생기지 않는다. 선풍기를 작동한 것과 유사한 원리로  기기 내에 쌓였던 열과 습기를 외부로 배출할 수 있게 도와줘 내부의 고온다습한 상황을 소거해준다.

곰팡이 균이나 미세먼지 제거 등을 위해 잦은 필터 관리도 필수다. 전문가들은 2~3주에 한번 씩 에어컨 필터를 청소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필터는 흐르는 물과 전용 세정제, 칫솔 등을 사용해 깨끗이 씻어준 다음 햇볕에 충분히 말려야 한다. 충분히 말리지 않을 경우 에어컨 내부가 다시 습해질 수 있다.

마트나 생활용품 샵 등지에서 3000~4000원 정도로 구매 가능한 에어컨 전용 세정제를 구매해 필터와 기기 내부 구석구석에 수시 분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 분사 후 반드시 창문을 열고 30분 정도 에어컨을 송풍 모드 등으로 설정해 환기시켜 주는 것이 좋다.

주요 에어컨 제조사들은 내부 청소가 곤란한 소비자들을 위해 방문 청소 서비스 등을 실시하고도 있다. 또한 최신 에어컨에 내부 자동 살균·청소 기능 등을 탑재하고 관리 방법을 적극 안내하는 등 소비자들의 청결한 에어컨 관리를 돕고 있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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