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규정⑲] 불량이라도 박스 개봉하면 환불·교환 무조건 안돼?
상태바
[구멍뚫린 소비자규정⑲] 불량이라도 박스 개봉하면 환불·교환 무조건 안돼?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8.07.31 07:0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경기도 여주시에 사는 임 모(여)씨는 지난 7월 말 쿠팡에서 라텍스장갑 10박스를 한번에 구입했다. 배송된 제품을 살펴보니 손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작고 잘 찢어져 사용하기 어렵다고 생각됐다. 임 씨는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자기 탓도 있다고 여기며 개봉한 1박스는 두고 나머지 9박스 반품 처리를 요구하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10박스 통합 상품이라 일부만 반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임 씨는 “포장을 뜯어 제품을 확인하면 반품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면 강매나 다름없지 않느냐”며 “나머지 9박스를 그냥 버려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대전시 서구에 사는 윤 모(남)씨도 옥션에서 베란다에서 사용할 풀장을 구입했다가 환불을 요청했지만 박스 개봉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포장을 뜯어보니 생각보다 작다싶어 큰 사이즈로 교환을 요구하자 포장훼손을 이유로 안 된다고 안내했다. 윤 씨는 “제품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훼손된 것도 아니고 박스를 뜯어서 봤다는 이유로 환불을 거절당했다”며 “박스를 뜯지 않으면 제품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건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투명 테잎 대신 노란 테잎으로 붙여 반납했다는 이유로 반품을 거절당한 포장 박스.

#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남 모(여)씨는 개인 온라인몰에서 조명기구 여러개를 구입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크기가 커 반품을 요구했더니 ‘포장 박스를 투명 테이프가 아닌 노란색 테이프로 재포장해 반품 불가’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박스 가격과 택배비까지 부담하겠다고 말해도 막무가내였다. 남 씨는 “이미 박스에는 택배사에서 송장 스티커와 함께 동호수 표시를 크게 했는데도 ‘투명 테이프’ 이야기만 하더라”라며 “상세 페이지 어디에도 재포장 조건이나 반품 조건이 따로 없었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526841_169969_5047.jpg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없는 온라인몰의 특성상 ‘소비자의 단순변심’으로 교환‧환불이 가능함에도 부룩하고 제품 박스를 개봉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업체와 소비자 간 갈등이 생기고 있다.

특히 옥션, G마켓, 11번가 등 개인 판매자들이 모인 오픈마켓의 경우 관련 내용에 대한 소비자 민원을 지속되고 있다. 티몬, 위메프, 쿠팡 등 소셜커머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소비자는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왕복 배송비만 지불하면 환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핑계를 대며 거절당하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17조 ‘청약철회’에 따르면 소비자는 제품이 공급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단순히 박스를 개봉했다는 이유로 청약철회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업체들은 ‘박스 개봉’은 청약철회 제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약철회 제외 사유는 일반적으로 다른 소비자에게 재판매가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소비자 잘못으로 재화가 훼손된 경우(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 ▲사용 또는 일부 소비자로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하게 감소한 경우 ▲ 시간이 지나 판매하기 곤란한 경우 ▲ 복제가 가능한 재화의 포장이 훼손된 경우 ▲ 디지털콘텐츠 제공이 개시된 경우 등이다.

업체에서는 박스가 훼손되면서 ‘제품의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소비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전자제품이나 휴대전화, 화장품 등은 포장을 개봉하기만 해도 제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되는 경우에 속한다. 

단순변심으로 인한 환불 시 버리게 되는 포장 박스 비용 역시 왕복 배송비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 제품은 박스 개봉이 제품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현저한 가치 훼손이 없다면 단순 변심으로도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코스모스 2018-10-05 13:23:15
오늘 위메프에서 구입한 송도순 믹서기 개봉햇다는 이유로 반품거절당했습니다
너무도 황당하고 처리해줄수없다는 억지스러운 말만 되풀이하더군요
소비원에 고발하고싶으면 하라는 말투 너무도 화가나내요 해결할수있는방법은 없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