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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⑬] 신용불량자 양산하는 은행 지연배상금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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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⑬] 신용불량자 양산하는 은행 지연배상금제도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8.13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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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정비와 감독체제 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금융사들의 조직문화와 경영철학에 변화가 없는 한,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금융사들이 관행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시리즈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은행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지연배상금 제도가 금융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져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원흉 노릇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치로 올해부터 연체이자율이 3%로 낮아졌지만 연체된 이자 전액을 변제하지 않으면 원금에 대한 지연배당금이 부과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이자부담과 함께 연체 지속에 의한 신용악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에 사는 오 모(남)씨는 A은행에 아파트 담보로 5억3700만 원을 대출받았으나 자녀 등록금 마련 등으로 이자를 내지 못해 연체가 된 후 109일 지나 어렵게 돈을 마련해 연체된 이자 896만 원을 변제했다.

하지만 기한의 이익 상실(은행이 연체를 이유로 대출만기일 이전에 상환을 요구하는 것)이 이뤄지기 전의 5일치 이자 22만8000원이 부족해 계속 원금에 대해 약정이자율 3.11%에 연체가산율 8%를 더한 11.1%가 적용됐다. 또 연체 3개월 이상인 경우 등록되는 금융채무불이행자로도 분류됐다.  


A은행은 변제전일까지 원급에 대해 이자가 포함된 지연배상금을 회수하고 기한의 이익 상실 전에 발생한 이자 전부를 갚을 금액이 일부 부족해 오 씨에게 계속 원금에 대한 지연배당금을 부과했다. 결국 오 씨는 연체된 이자 전액을 갚지 않는 한 이자폭탄과 신용상의 불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위와 같은 사례는 가산금리 3% 제한 조치로 현재 어느 정도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에는 연체 가산금리가 6~8%까지 부과됐지만 2018년 4월부터 지금은 금융당국의 조치로 인해 3%로 바뀌었다.  

문제는 지연배상금이다. 만약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2개월 이상 연체하면 기한이익상실이 되어 지연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돈을 빌려줄 때에는 대개 갚는 기한이 정해진다. 그리고 이 기한이 도래하지 않음으로써 그동안 당사자가 받는 이익을 ‘기한의 이익’이라고 한다. 이행기가 1년으로 정해졌다면 빌린 사람은 1년간 채권자로부터 원금의 독촉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기한의 이익은 대체로 채무자를 위하여 인정되고 있다.

기한이익상실 이전까지는 이자에만 지연배상금을 물리는데 기한이익상실이 되면 원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대출잔액에 지연배상금을 물린다. 소비자가 갚아야 할 이자가 갑자기 크게 늘어나버리는 것이다.

연체가산금리가 3% 정도로 낮아졌지만 연체된 이자 전액을 변제해야 기한의 이익이 부활되도록 한 제도는 그대로 유지 중인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이자지급을 2개월(신용대출은 1개월) 연체하면 이자에 대한 지연배상금과 이자 전부를 갚아야 이자지급일을 늦출 수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지난해 은행 지연배상금 문제를 제기한 이후 은행 연체가산금리가 연 3%로 인하되고 채무변제순서를 원금 먼저 갚을 수 있도록 변경됐지만 연체된 이자 전액을 변제해야 기한의 이익이 부활되고, 그렇지 않으면 원금에 대한 지연배상금이 부과되는 것은 계속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자 일부 지급으로 연체된 이자 전액을 없애기에 부족한 경우 이자 일부를 갚는 날로부터 소급해 1개월의 이자는 기한의 이익을 부활시켜 원금에 대한 지연배상금을 물지 않게 해야 한다"며 "기한이익 상실 전에는 연체일수와 상관없이 지연배상금과 이자 일부를 변제하더라도 해당 일수만큼 이자지급일을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금감원은 1~2개월만 늦어도 상환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금융사 ‘기한이익상실제도’를 3개월로 연장하는 방안 추진 중이다. 현재 은행 신용대출 기한이익 상실 시점은 1개월, 주택담보대출은 2개월이다. 금감원은 이를 모두 3개월로 연장할 계획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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