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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소비자과제-통신]소비자 고통의 뿌리는 사업자 '입맛대로' 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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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소비자과제-통신]소비자 고통의 뿌리는 사업자 '입맛대로' 약관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01.04 07: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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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문제 가운데 상당수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데 있다. 복잡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새해를 맞아 각 분야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한 소비자정책과제를 5가지씩 선정했다. 개선이 필요한 문제와 해법에 대한 전문가 의견 등을 업종별로 정리한다. [편집자 주]  

2018년 통신시장은 어느 때보다 뜻 깊은 한 해였다. 선택약정할인 확대부터 데이터요금제 개편, 세계최초 5G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의미 있는 족적을 다수 남겼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불완전판매와 해지방어 등 관행으로 자리잡은 고질적인 병폐들이 당사자인 이통사들과 정부 관련부처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불공정 약관과 불법 보조금등도 소비자보호를 위해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통신서비스 관련 개선이 시급한  ❶불완전판매 ❷해지방어 ❸결합상품 불법보조금 ❹유선 할인반환금 ❺불공정한 약관 등 5가지 주요 현안을 살펴보고 원인과 대안을 진단해봤다.

통신 판매점 불완전판매 활개…본사는 뒷짐만

불완전판매 문제는 통신 서비스의 고질적 병폐다.  불법보조금을 제공한다고 유혹한 뒤 지급을 거부하거나 계약서 자체를 모호하게 작성해 분쟁이 발생하는 식이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 대부분은 휴대전화 판매점과의 계약에서 발생한다. 판매점은 가입자 유치가 수익과 직결되는 데다 경쟁도 치열해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 무리수를 둔다. 캐시백 안내 후 잠적, 소비자 동의 없는 계약 내용 변경, 과도한 위약금 산정, 명의도용 등으로 소비자 피해를 양산한다.

문제는 불완전판매 피해로 인한 소비자 구제와 이를 근절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약관상 '불완전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표현이 애매해 적용하기 힘들고 판매점 단위에서 지급되는 불법보조금에 대한 책임도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의 약관에는 '가입과정에서 고객에게 부가서비스와 요금제 등 계약의 주요 내용을 명확히 고지해야 된다'고 나와 있다. 또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지급되는 모든 내용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고 이를 넘는 보조금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이런 약관들이 철저히 무시된 채  영업이 진행되고 있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관계자는 “판매점의 불완전판매는 정상적인 계약이 아닌 경우가 많아 사기사건으로 경찰에서 조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전기통신사업법에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보상이나 제재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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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방어 관련 법안 1년 넘도록 감감무소식…대책마련 시급

이동통신사에 가입하기는 쉬워도 계약을 해지하기는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포화상태인 통신시장에서 신규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통신사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기존 고객의 해지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제한당하고 무수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구조 변혁의 키를 잡고 있는 정부는 놀랄만큼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만 단발적인 과징금과 솜방망이 처벌뿐이라 보여주기 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9억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상담사 간 인센티브 차별 축소와 2차 해지방어팀 폐지에 대한 이행계획서 제출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지난 1월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콜센터에서 무리한 실적 압박에 고교 실습생이 자살하자 과징금 부과등 바로 행동에 나섰지만 현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해지방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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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지 않는 결합상품 불법보조금…방통위 가이드라인 유명무실

현재 방통위는 인터넷 상품 단일 가입 시 19만 원, 여기에 IPTV와 인터넷 전화를 추가로 결합할 경우 각각 3만 원 씩 추가해 총 25만 원을 초과하는 경품을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상관없이 지급하는 보조금 수위가 법적 기준을 훨씬 상회한다는 점이다.

한 온라인 판매업체 상담원은 “인터넷 하나만 가입하면 현금으로 15만 원을 지급하고 IPTV까지 결합하면 최대 68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68만 원 중 50만 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상품권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법 경품과 보조금이 횡행하고 있지만 통신사들과 정부 관할 부서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방통위 관계자는 “불법 경품에 대해 꾸준히 감시하고 있고 과거 사업자에 과태료 처분 등 제재에 나선 적이 있다”며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선 영업점의 행태를 모두 모니터링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통사 관계자 역시 “무선통신 시장이 주말 등 특정 기간에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선통신 시장에서의 경쟁도 일시적일 뿐”이라며 “모든 사안에 대해 본사에서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일축했다.

유선 할인반환금 제도 완화 필요…오래 쓸수록 부담↑

국내 통신사들의 유선인터넷 위약금도 소비자들의 고통이 되고 있다.  할인받은 만큼 뱉어내야 되는 구조로 인해 오래 쓸수록 위약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비슷했던 이동통신업계의 선택약정 할인 위약금이 최근 개편된 만큼 하루 빨리 상한제 도입 등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유선인터넷 3사의 경우 기간별 할인반환금 규모에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산정방식은 모두 같다. 1개월 단위로 이용기간별 총 할인금액에 이용기간별 할인율을 곱한 뒤 모두 더하면 된다.

예를 들어 1년 약정에 월 2만원씩 요금을 할인해주는 A통신사 상품의 경우  기간별로 ▲1~3개월 할인금의 80% ▲4~6개월 40% ▲6~9개월 20% ▲9~12개월 0%의 할인반환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3년 약정 기준으로 2년차까지는 급격하게 위약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만약 A통신사에 가입한 소비자가 10개월이 되는 시점에 해지할 경우 1~3개월까지는 월마다 1만6000원, 4~6개월은 월 8000원,  9~10개월은 부과되지 않는다. 이 소비자는 결국 해지 시 7만2000원의 할인반환금을 A통신사에 내야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위약금 상한제 도입을 통해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도한 경쟁 유치로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는 좋지만 소비자가 이를 모두 부담하는 현재의 구조는 잘못됐다는 평가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요금을 할인해줬다는 이유로 그 돈을 해지와 동시에 뱉어내라는 것은 통신사업자들의 이기적 발상"이라며 “과도한 위약금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위약금 상한제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매한 약관…이통사 입맛대로 해석

소비자단체에서는 통신사들의 고질적 병폐가 고쳐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업자 입맛에 맞춰져 있는 약관제도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약관에 애매한 표현이 많아 통신사가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고 약관을 심사하는 방통위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통사는 공시지원금에 대한 할인반환금의 경우 약관에 산정식까지 기재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전체 약정기간 중 6개월(180일)을 뺀 기간에 잔여 약정기간을 나눈 값을 지원금에 곱하는 방식(공시지원금X잔여기간/(약정기간-6개월))이다.

반면 피해 보상과 같은 통신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표기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실제 KT아현국사 화재 피해보상과 관련해서도 약관에 직접적인 피해만 포함되는지 아니면 간접적인 피해까지 보상이 가능한지 확실하게 명시하지 않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윤철한 국장은 “ 방통위에서 인허가를 받는 통신사 약관이 소비자 보상에대해서는 인색하고 되레  책임을 회피하는 근거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관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조항을 잠시 수정했다가 잠잠해지면 원상복구 시키는 모습을 반복해 왔다”며 “약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도 “KT화재 관련 보상만 보더라도 약관상 보상 대상이 직접적인 피해에만 해당 되는지 간접적인 피해를 포함하는지 불명확하다”며 “이 경우 통신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통신 약관이 2G시절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보니 현재의 데이터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약관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과 함께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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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 2019-01-04 09: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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