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중국 청산강철, 국내 진출계획에 '와글와글'...국내 기업 존폐위기 고조
상태바
중국 청산강철, 국내 진출계획에 '와글와글'...국내 기업 존폐위기 고조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9.06.13 07:1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철강사가 역사상 최초로 국내 진출을 추진하면서 철강업계가 시끄럽다.

국내시장의 공급과잉이 심화돼 국내 기업의 생존이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생산제품을 해외로 우회수출할 경우 무역분쟁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세계 1위 스테인리스(STS) 제조사인 청산강철은 국내 포스코 STS 스틸서비스센터(SSC)인 길산스틸이 속한 길산그룹과 각각 지분 50%씩을 투자(1억2000만 달러)해 부산시에 연산 60만톤의 STS 냉연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청산강철은 부산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중국 현지에 진출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중국 철강사가 국내에 직접 공장을 짓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 청산강철그룹 국내 진출 목적은?

청산강철그룹의 국내 진출은 국제 무역규제로 인한 열연제품 판로 축소에 대응한 우회수출 거점 및 신규 판매처 확보 의도로 파악된다. 청산강철은 중국에 STS 열연 및 냉연공장을 갖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에도 연산 300만 톤 생산능력의 STS 열연공장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하공정인 STS 냉연공장의 생산능력이 110만톤 수준에 불과하다. 190만톤의 남는 STS 열연제품을 다른 곳에 팔아야 한다.

청산강철은 STS 열연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다가 중국으로부터 AD 제소에 걸려 수출길이 막혔다. 미국 시장 수출도 중미 무역전쟁으로 여의치 않다. 청산강철은 STS 열연제품을 소모하기 위한 STS 냉연공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시장에 진출해 STS 냉연공장을 지어 자사 STS 열연 수요처를 확보할 심산인 것. 청산강철은 한국뿐 아니라 인도, 베트남에도 STS 냉연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공동 투자하는 길산그룹의 길산스틸은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 구조관업계 1위 기업으로 STS 냉연제품의 대표적 수요가다. 청산강철과 합작해 STS 냉연 상공정에 진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STS 냉연제품을 직접 생산해 수직공급 체제를 구축하고, 미래를 도모할 생각이다.

이에 한국철강협회, 한국노총, 금속노조, 포스코노조 등 철강업계는 지난달 말 부산시에 백지화 촉구 성명을 내는 등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포항시와 지역 경제계, 노동계는 국가산업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부산시는 청산강철의 투자계획 검토를 전면철회하고 산자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제지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길산그룹은 “냉연 산업의 궁극적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반박하며 혼돈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실제 공장이 지어질 경우 국내 시장에 큰 파란이 예상된다. 

◆ 철강업계 강력한 반발 원인은? 극심한 공급과잉 속 업계 고사 위기

2018년 국내 sts시장 수급구조.png

철강업계는 청산강철과 길산그룹의 한국 진출을 왜 이렇게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STS 냉연시장의 수급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국내 STS 냉연업계는 전형적인 공급과잉 형태를 띠고 있다. 2018년 기준 STS 냉연제품의 국내 생산량은 130만톤인데 수요는 100만톤 정도에 불과하다. 공급 초과 상황에서 중국산 등 수입재까지 37만톤이 들어왔다. 결국 남는 생산량 60만톤 이상이 해외로 수출되는 형국이다. 내수판매와 수출판매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STS 냉연업체들의 가동률은 2018년 기준 68%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산 60만톤 생산능력의 STS 냉연공장이 추가로 들어서게 되면 현재의 공급과잉이 심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연산 60만톤 풀가동 시 생산량만 190만톤으로 수요 100만톤의 2배에 이르게 된다. 국내 STS 냉연업계의 고사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향후 청산강철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수요를 추가로 잠식하게 되면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결국 수출비중이 더욱 늘어나게 되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국내에는 포스코, 현대 BNG스틸 등 12개 STS 냉연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중 포스코와 현대 BNG스틸은 워낙 대기업인 만큼 버틸 수 있겠지만 다른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국내 수요업체도 일시적으로 낮은 가격에 원자재를 공급받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청산강철이 국내 시장을 잠식한 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가격인상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 우회수출로 무역 제제 빌미 제공 우려, 고용창출보다 더 큰 규모의 대규모 실직도 우려대상

수출에서도 현재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영향으로 미국, EU는 물론 신흥국에서도 저가 철강재 수입에 대응해 반덤핑방지관세, 세이프가드 등을 기행하거나 검토하고 있어 국내 STS 냉연업계가 수출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청산강철 생산제품이 메이드인 한국산으로 둔갑해 우회수출 현실화 및 무역 제재도 우려 대상이다. 청산강철은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에서 STS 열연제품을 만들어 한국에 보내고 한국 공장에서 STS 냉연제품을 생산한 뒤 제품을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내수에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수출도 예상할 수 있다. 중국산 STS 열연제품을 가공한 청산강철의 냉연제품이 'Maed in korea'로 둔갑해 우회 수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회 수출처리는 중국산 STS 제품의 글로벌 공급과잉 속에서 국제적 비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무역 제재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고용창출과 관련해서도 청산강철은 부산 미음산업단지에 투자해 신규 일자리 500명을 창출한다고 밝혔으나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의 고사위기를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수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 국내 업체들의 가동률이 더욱 하락하고, 이는 대규모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STS 냉연업계에는 약 5000명의 근로자가 존재한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12개 업체가 낮은 가동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60만톤 생산능력의 공장이 추가된다면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다가 고사하는 업체가 생겨나고 대규모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산강철과 길산그룹의 국내 STS 냉연공장 설립이 실제 이뤄질지 아직으로써는 미지수다. 현재 철강업계와 부산시를 넘어 포항시 등 다른 지역과 정치권으로도 이슈가 빠르게 확대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kjr 2019-06-13 09:04:20
중국 청산강철 냉연공장 설립 반대 국민 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0699

ASTM316L 2019-06-19 09:54:41
중국이 국내로 진출을 하고자 하는 목적은 국제 무역구제로 인한 청산강철 열연 제품 판매 축소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우회 수출 거점 확보"와 "신규 판매처 확보"의 의도로 보여지고,
중국은 생산 거점을 한국으로 만들어 동종 산업의 실직에 따른 실업율 상승등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우회 수출로 인하여 수출 산업 통상에 문제가 야기 되어 더 큰 피해로 돌아 올것입니다.

국민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0699

부산시민청원
https://www.busan.go.kr/ok2nd/suggest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