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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숙원사업 '방문판매업 개정안' 또 물건너 가나?...DLF사태로 여론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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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숙원사업 '방문판매업 개정안' 또 물건너 가나?...DLF사태로 여론 악화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9.10.2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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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의 숙원 사업인 '방문판매업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도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수년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DLF사태가 터지면서 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 위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탓이다.

증권사들은 방문판매업 등록을 하면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지점 밖에서도 판매할 수 있지만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판법)에 '계약 후 14일 내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고 있다. 수시로 가치가 변하는 투자상품의 원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방판법 적용 범위에서 '금융투자업자가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제외시키는 내용을 포함한 방문판매업 개정안이 의원 발의안으로 2건 제출돼있지만 수 년째 법안심사조차 되고 있지 않다.  

◆ "14일 이내 손실발생 증권사 부담 불합리"... 20대 국회 개정안 2건 계류

금융투자업계가 금융투자상품 판매 행위를 방판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계약 후 14일 내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해당 조항을 적용하면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을 직접 방문해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고나서 고객이 단순 변심을 이유로 청약 후 14일 이내 환불을 요구하면 원금 보장을 해야한다.

업계에서는 주가 등락에 따라 매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증권사들이 청약 후 2주 간 고객 수익을 무조건 보장해줘야한다는 논리라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회사들도 방문판매업 등록만 하면 방판을 할 수 있지만 실제 등록한 증권사는 전무하다.

특히 공산품 등 단기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상품과 시시각각 가치가 변하는 금융투자상품을 동일 법 테두리안에서 적용한다는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왔다.

민원이 지속 제기되자 지난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방판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이 3건 발의됐다. 19대 국회에서는 이종걸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20대 국회에서는 이종걸 의원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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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을 기준으로 이종걸 의원안은 여기에 채무증권(국채증권, 지방채증권 및 신평사 투자적격 등급 이상 평가받은 증권)과 집합투자증권(펀드), 박용진 의원안은 모든 채무증권과 집합투자증권을 방문 판매하도록 개정안에 명시했다. 

방문판매에 따른 소비자보호장치로 이종걸 의원안은 모든 거래 과정을 담은 녹취록을 10년 간 보관해서 고객이 열람할 수 있도록, 박용진 의원안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해 투자를 권유한 날부터 3영업일의 숙려기간을 두는 보완책도 담았다.

그러나 해당 법안들은 지난 2017년 2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2년 이상 감감 무소식이다.

사실 해당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이종걸 의원이 최초 발의할 당시에는 법안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증시상황이나 금융회사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됐다.

정무위 법안소위에서도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보호 장치가 보완된다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법안 통과의 가능성이 높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과 함께 통과시켜야한다는 이견이 제기되면서 19대 국회에서는 폐기됐다. 특히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방판법 예외 적용이 저성과자 퇴출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당시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약철회와 관련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보호장치 문제, 방판법에서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자본시장법 시행령으로 허용 범위를 정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반면 20대 국회에서는 두 의원의 법안이 발의됐고 정무위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수 년째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임기 만료로 폐기처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는 쟁점 법안으로 당시 정무위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본 내용을 정리한 것이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박용진 의원안"이라며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는 아무도 관심없고 정무위에서도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금융투자업계 "이미 늦었다" DLF 사태로 더 어려워져

금융투자업계에서도 20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방문판매 활성화로 인한 자산관리영업 강화 및 고용창출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지만 시기가 이미 늦었다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증권사 지점이 지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면 영업채널이 위축됐지만 오히려 영업망이 상대적으로 방대한 시중은행에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이 대거 판매된 점에 대해서도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는 'DLF 대란' 역시 대부분 은행 영업점에서 발생한 불완전 판매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금융투자상품의 전문성을 갖춘 증권사의 판매 채널을 넓혀주는 방판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과론적 이야기이지만 금융투자상품 판매 전문성을 가진 증권사의 지점 수가 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데 방문판매 채널까지 막아버리니 은행에서 고위험 투자상품이 대거 판매된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수수료는 더 내면서 결국 동일한 구조인 파생결합신탁이나 DLF 같은 상품을 은행에서 매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DLF 사태로 영업점에서의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문판매를 통한 금융투자상품판매를 허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DLF 대란의 당사자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펀드 리콜제'를 도입하고 '투자 숙려제' 도입을 고려한다는 내용의 개선안까지 발표했고 금융권에서는 전 시중은행에 대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등 강력한 투자자보호 정책이 적용돼 금융투자상품 판매 장벽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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