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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양호' 이상 항목 무려 67%...미흡 2개 받은 KDB생명이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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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양호' 이상 항목 무려 67%...미흡 2개 받은 KDB생명이 '보통'?
[2018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 심층 점검-②생명보험업]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9.12.2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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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평가방식을 바꿔 실시한 '2018년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기존의 평가제도에서 '양호' 이상 등급이 무더기로 부여되면서 과거 민원평가실태에 비하면 변별력이 실종됐다는 여론의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종합평가등급제가 새로 도입된 점은 진일보했지만, 항목별 평가에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각 업권별로 항목별 평가 결과를 분석해 어떤 변화가 이뤄졌는 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18년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에서 생명보험업계는 18개사 가운데 절반이 종합평가 '양호' 등급을 받고, 나머지 절반은 '보통' 등급을 받았다. '양호' 아니면 '보통'이라는 변별력이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항목별 평가에서 끝나던 기존 제도와 달리 이번 평가에서는 항목별로 가중치를 부여한 뒤 그 결과를 합산해 종합평가등급을 별도로 매겼다. 따라서 항목별 평가결과가 종합평가에 묻혀버리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사 간의 차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종합평가와는 별개로 항목별 평가를 지난해와 비교해봤다.

생보사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지난해 압도적으로 많았던 '양호' 등급이 줄고 '우수'와 '보통'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항목별 평가서 '우수'등급 급증...민원관련 항목 평가 전반적으로 악화

지난해 상위 20% 업체에만 부여하던 제한이 풀리면서 ‘우수’ 등급이 11개에서 22개로 두 배 늘어났고, '보통' 등급도 45개에서 56개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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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난해 전체 항목평가의 67.2%를 차지했던 '양호' 등급은 55%로 비중이 낮아졌다. ‘미흡’ 등급은 2017년과 동일하게 2개의 업체 3개 항목에 부과됐으며, 올해 새로 생긴 ‘취약’ 등급을 받은 항목은 하나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양호' 이상 등급의 비중은 73.3%에서 67.2%로 다소 낮아졋다. 일단 무더기 '양호' 등급이 사라지면서 종합평가와 달리, 항목별 평가에서는 과거보다 업체간의 변별력이 다소나마 개선된 셈이다.

하지만 평가항목 가운데 3분의 2가 '양호' 이상이라는 점에서 보면 금감원이 금융사에 ‘양호’와 ‘우수’ 등급을 남발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특히 금감원은 이번 실태평가에서 보험사의 민원건수가 증가하고 자율조정성립률이 낮다며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실제 항목별 평가에서는 대부분 '양호' 이상의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항목별 평가와 종합평가 등급 간의 괴리현상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항목별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항목을 4개나 받고도 민원 관련 부분에서 '미흡'이 1개 나왔다는 이유로 종합등급에서 불이익을 받은 경우가 나왔다. 민원 부문을 중요하게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민원 부분을 포함해 '미흡'을 2개나 받는 등 전반적으로 업계 최악의 평가를 받았음에도 생보사 절반에 해당하는 '보통' 등급을 받은 생보사도 있어 평가의 일관성에 의문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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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항목별로 살펴보면 금감원이 전년도에 비해 ‘민원’ 부문과 비계량항목인 소비자 보호 시스템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본 반면 금융사고, 영업지속가능성 부문은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민원건수에서 '우수' 항목이 2개 였지만 올해는 '우수'는 없이 2개사가 '취약'을 받았다. 민원처리노력도 '우수' 등급은 1개가 늘었지만, '양호'가 16개에서 9개로 줄고, '보통' 이하는 6개가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평가가 악화됐다.

소비자 정보 공시는 '양호'에서 '보통'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고, 민원관리시스템도 대체로 평가가 나빠졌다.

이에 비해 금융사고 부문에서는 ‘우수’ 등급이 하나도 없다가 이번 평가에서 10개로 급증했다. 소송건수 항목도 '우수' 등급이 배로 늘고 '양호' 역시 4개가 느는 등 전체적으로 평가가 개선됐다

◆'취약' 등급 신설에도 총점 변화 거의 없어...흥국생명 항목별 평가 크게 개선

지난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항목별 평가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피기 위해 각 항목에 점수(우수 4점, 양호 3점, 보통 2점, 미흡 1점, 취약 0점)를 부여해 총점을 비교해본 결과 18개 생보사 가운데 8곳이 상승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전년과 같은 결과가 나왔고 나머지 9곳은 점수가 낮아졌다.

다만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지난해와 비교해 1~2점 안팎의 변동을 보여, '취약' 등급이 새로 신설됐음에도 항목별 평가 결과는 지난해와 대동소이했다. 평가방식 변경에 따른 변화는 거의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흥국생명은 항목별 평가 등급을 단순 점수화한 결과 성적이 4점이나 올라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흥국생명은 2017년 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및 운영 부문에서 ‘미흡’ 평가를 받았으나 2018년 ‘양호’로 돌아섰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민원단계별 안내 이력을 강화하고 VCO시스템을 고도화시켜 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부문을 개선시켰다”고 설명했다.

KDB생명은 항목별 등급 총점이 3점 높아졌지만 2017년과 마찬가지로 ‘미흡’ 등급을 2개 받으면서 종합등급도 '보통'에 그쳤다. 2017년에는 소비자보호조직 및 제도, 상품개발과정에서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등 두 개 부문에서 미흡을 받았으나 2018년에는 민원건수와 상품개발과정에서의 소비자보호체게 구축에 대해 '미흡'을 받았다.

소비자보호조직은 ‘보통’으로 개선됐으나 2018년 고객 10만 명당 민원 환산건수가 58.7건으로 업계 최고를 기록하면서 민원건수 부문 ‘미흡’을 받았다. KDB생명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에서 세부 평가 내용을 받지 못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반면, 메트라이프생명과 DB생명은 지난해에 비해 항목별 등급 총점이 3점이나 낮아지면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다만 종합평가에서는 '보통' 등급이 9개사나 나오는 바람에 별 다른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다. 

한편 생보업계에서 가장 높은 항목별 평가를 받은 신한생명은 유일하게 ‘우수’ 평가를 4개 부문에서 획득했다. 민원처리노력, 소비자 대상 소송건수, 금융사고, 소비자 정보 공시 등 4개 항목에서 받아 2017년보다 개선됐다.

다만 2017년에는 소비자보호 조직 및 제도, 상품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체계, 소비자 정보 공시 등이었으나 2018년에는 소비자 공시 정보만 ‘우수’ 등급을 유지했고 나머지는 ‘양호’ 등급으로 떨어졌다.


또한 2017년 ‘양호’ 등급을 받았던 민원발생건수에서 ‘미흡’ 등급을 받는 바람에 종합 등급은 ‘보통’에 머물렀다. 금융감독원에서 민원 관련 항목에서 ‘미흡’ 등급을 받은 경우 종합 ‘양호’ 이상 등급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독립대리점(GA)를 통해 가입한 소비자 가운데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해 불완전판매 민원 사례가 대거 발생한 것이 민원건수 부문에서 안 좋은 성적을 거둔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목별 ‘우수’ 등급 2개를 받은 생보사는 교보생명, 농협생명,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생명, AIA생명 등 5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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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은 영업 지속 가능성과 금융사고 부문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으며, 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및 운용 부문을 제외하고 나머지 7개 항목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민원건수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생보사 가운데 최상위권을 유지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9월 말 기준 372.6%로 지난해 말보다 60%포인트 개선됐다.

또한 사장 직속 CCO를 두고 독립적으로 소비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품·채널 혁신 아이디어 랩(LAB)’을 운영하며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고객보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와 프로세스 마련에 힘쓴 점이 좋은 성과를 냈다”며 “고객중심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고객중심 경영’ 철학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생명, 푸르덴셜생명, AIA생명은 2017년까지 ‘우수’ 등급이 한 개도 없었지만 2018년 계량항목 두 개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농협생명은 민원처리노력과 소비자 대상 소송건수에서, 푸르덴셜생명은 영업 지속가능성과 금융사고, AIA생명은 민원처리노력, 금융사고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수 등급을 1개 받은 곳은 동양생명, 라이나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삼성생명, 푸본현대생명, ABL생명, DGB생명 등 7곳이었다.

동양생명, 라이나생명은 2017년에 비해 우수 등급이 1개 줄어들었다. 동양생명의 경우 2017년 민원건수와 소비자 대상 소송건수가 소폭 늘어나면서 ‘우수’ 등급이 ‘양호’로 떨어졌지만 금융사고 부문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라이나생명 역시 2017년 민원처리노력과 소송건수 부문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2018년 민원처리노력 부문이 ‘양호’로 떨어졌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소송건수’ 부문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으며 삼성생명은 영업 지속가능성에서 ‘우수’를 받았다. ABL생명과 DGB생명은 ‘금융사고’ 부문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우수’ 등급이 하나도 없는 곳은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 DB생명 등 4곳이었다. 이중에서 한화생명, 흥국생명은 7개 이상 항목에서 ‘양호’ 등급을 받아 종합 등급 역시 ‘양호’를 받았지만 미래에셋생명과 DB생명은 ‘양호’ 등급 6개 이하로 종합 ‘보통’ 등급을 받아 희비가 엇갈렸다.

항목별 등급에서 ‘미흡’을 받은 생보사는 신한생명과 KDB생명이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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