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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양호' 몰빵서 '우수·보통'으로 분산...소비자보호는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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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양호' 몰빵서 '우수·보통'으로 분산...소비자보호는 '뒷걸음질'
[2018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 심층 점검-①시중은행]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9.12.2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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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평가방식을 바꿔 실시한 '2018년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기존의 평가제도에서 '양호' 이상 등급이 무더기로 부여되면서 과거 민원평가실태에 비하면 변별력이 실종됐다는 여론의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종합평가등급제가 새로 도입된 점은 진일보했지만, 항목별 평가에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각 업권별로 항목별 평가 결과를 분석해 어떤 변화가 이뤄졌는 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올해 DLF사태로 홍역을 치른 국내 은행권의 소비자보호에 대한 평가가 전년에 비해 눈에 띄게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2018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양호’ 이상 등급을 받은 항목은 크게 줄어든 반면 ‘보통’과 ‘미흡’ 등급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의 평가대상 은행은 경남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수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국씨티은행,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등 12곳이다. 금융감독원은 민원 건수 및 영업규모(고객수 등)가 해당 금융업권의 1% 이상인 금융회사를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대상으로 선정한다. 광주은행은 지난해 평가대상에 포함됐었지만 올해는 제외됐다.

◆DLF사태 여파로 항목별 등급도 급락...'양호' 이상 67%로 여전히 많아

항목별 평가에서 끝나던 기존 제도와 달리 이번 평가에서는 항목별로 가중치를 부여한 뒤 그 결과를 합산해 종합평가등급을 별도로 매겼다. 따라서 항목별 평가결과가 종합평가에 묻혀버리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사 간의 차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종합평가와는 별개로 항목별 평가를 지난해와 비교해봤다.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 은행-종합추가(최종- 사이즈다운).jpg

2018년도 실태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평가대상 12개 은행은 올해 총 19개 항목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우수 등급 항목이 10개에 그쳤던 지난해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전체 등급 가운데 우수 등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3%에서 16%로 7.6%포인트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경남은행과 국민은행, 신한은행이 3개 항목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으며 부산·우리·하나은행 2개, 기업·농협·대구·씨티은행은 각각 1개 항목에 ‘우수’ 등급이 부여됐다.

올해 은행권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평가항목이 대폭 증가한 이유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의 등급 산정 기준이 바뀐 탓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의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이 항목별 평가 등급에 우수 등급을 처음으로 적용하면서 ‘양호 등급을 받은 회사 중 업권별 상위 20%내의 회사에만 우수 등급을 부여한다’는 기준을 정했었다. 하지만 올해 평가부터는 이 같은 기준이 사라지면서 우수 등급 항목이 크게 늘었다.

우수 등급 항목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양호 등급을 받은 항목은 급감했다. 올해 은행들은 61개 항목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의 경우 양호 등급이 89개나 나오면서 전체 등급 중 74.2%를 차지했다. 때문에 금감원이 실태평가의 변별력 강화를 위해 우수 등급을 신설했으나 대부분의 항목이 ‘양호’ 평가를 받으면서 각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역량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올해는 양호 등급을 받은 항목의 비중이 51.3%에 그쳤다. 반면 보통 이하 등급은 21개에서 39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은행들은 총 31개 항목에서 ‘보통’, 나머지 8개 항목에서는 ‘미흡’ 등급을 받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DLF사태에 연루된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2개와 1개 항목에서 미흡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씨티은행이 2개 항목에서, 농협은행과 수협은행, 대구은행이 각 1개 항목에서 ‘미흡’ 평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전년도 평가에서는 은행권에 부여된 전체 항목별 평가등급 가운데 82%가 '양호'로 나타나 은행간의 차이가 거의 없었던 반면, 이번 평가에서는 그 비율이 67%로 현격하게 낮아졌다. 반면 '보통' 이하의 비중은 18%에서 33%로 급등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DLF사태를 반영하고도 전체 평가항목 가운데 3분의 2를 '양호'나 '우수'로 채운 것은 지나치게 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행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항목별 등급 분포.jpg
평가항목별 등급 분포를 살펴보면 금감원이 전년도에 비해 ‘소송건수’와 ‘영업지속가능성’ 부문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준 반면 민원발생건수와 금융사고, 상품판매과정 등은 까다롭게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소송건수와 영업지속가능성에서는 우수 등급을 받은 은행이 없었지만 올해는 각각 6개와 8개의 은행이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에 반해 민원발생건수와 금융사고, 상품판매과정 항목은 전반적으로 평가가 악화됐다.

민원발생건수 항목에서 올해는 ‘우수’가 없는 반면 3개 은행이 미흡 평가를 받았다. 금융사고 부문에서도 우수 등급을 받은 은행은 1개로 줄었지만 새롭게 3개 은행이 미흡 등급을 받았으며, 특히 우리은행은 최하 등급인 ‘취약’ 판정을 받았다.

이밖에도 상품판매과정 항목에서는 어느 은행도 우수 판정을 받지 못한 반면 보통 이하 등급이 부여된 은행은 절반 이상을 넘었다.

◆ 신한·경남·국민 ‘개선’, 우리·하나·농협·수협 ‘악화’...금감원 “투자권유 행위 미흡”

지난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항목별 평가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피기 위해 각 항목에 점수(우수 4점, 양호 3점, 보통 2점, 미흡 1점, 취약 0점)를 부여해 총점을 비교했다.

신한은행, 경남은행, 국민은행은 전년에 비해 단순 총점이 상승한 데 반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등은 하락했다.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은행 - 항목별 등급 점수.jpg
신한은행은 올해 양호와 보통 등급을 받은 항목이 각각 1개씩 줄어든 반면 지난해 1개에 그쳤던 우수 항목이 3개로 늘어나면서 점수가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영업 지속가능성(재무건전성 지표) △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및 운용 △소비자정보 공시 등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민원과 소비자정보 항목에서 은행권 유일하게 우수 등급을 받았다”면서 “효율적인 민원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기적 자체 협의체, 고객상담센터 협업, 소비자보호협의회 등을 활용한 제도개선을 실시했고, 특별민원팀을 운영하며 효과적인 민원 응대력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 소비자정보 공시에 있어 적정성 관리 및 업데이트를 위한 프로세스 구축 및 운영에 중점을 두고, 청각 장애인 이용 편의증대를 위해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경남은행 역시 우수 항목이 1개에서 3개로 증가하면서 소비자보호 수준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남은행은 △소비자 대상 소송건수(소송패소율 및 분쟁조정중 소제기건수) △영업 지속가능성(재무건전성 지표) △금융사고(금융사고 건수 및 금액) 등 3개 항목이 우수 등급으로 평가됐다.

반면 우리은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개 항목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양호 항목이 8개에서 절반으로 줄고 새롭게 보통 2개, 미흡 1개, 취약 1개의 등급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전체 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사고(금융사고 건수 및 금액)’ 항목에서 취약 등급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평가 기준이 어느 정도 강화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 “다만 그와는 별개로 은행권에서도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당행의 소비자보호 조직과 인프라,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전년 보다 강화됐다고 평가한다”며 “그러나 올해는 DLF 등의 금융사고로 인해 패널티를 받으면서 등급이 한 단계씩 내려가다 보니 예상보다 안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현재 상품분류, 성과평가제도(KPI) 등을 고객중심으로 개편한 자산관리 혁신추진안 구축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면서 “올해 평가결과를 검토하고 개선안 마련에 반영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해 소비자보호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올해 농협은행은 우수 1개, 양호와 보통 각각 4개, 미흡 1개 등급을 받았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개 평가항목 모두에서 양호 등급을 받은 바 있다.

금감원은 은행권이 소비자보호 관련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잘 구축돼 있으나 소비자 상황(가입목적, 재산 등)을 고려한 투자권유 행위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초고령자에 대한 고위험상품 판매정책이 은행별로 차이를 보였다.

또한 투자권유 유의상품 지정에 따른 해피콜(사후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나 영업추진부서가 이를 담당하고 있어 상품가입에 대한 소비자의 진의를 파악하기 보다는 계약의 사후보완에 집중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밖에도 성과보상체계(KPI)가 판매목표 달성 및 수익성 위주로 설계돼 영업 과열경쟁 예방 등 소비자보호를 견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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