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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2020' 성적표②] 삼성전자, 사업구조 변화 못 이뤄 매출 400조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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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2020' 성적표②] 삼성전자, 사업구조 변화 못 이뤄 매출 400조 물거품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1.0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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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기업들은 한 때 '비전 2020'이라는 이름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2020년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시점에서 각 기업들이 내건 경영목표가 얼마나 실현 됐는지, 혹시 주먹구구식의 경영전략은 아니었는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30대 그룹 전체 계열사의 2018년 매출은 1629조 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이 326조7000억 원을 기록해 22.3%를 차지했다. 30대 그룹의 당기순이익은 총 93조6000억 원이고 삼성그룹만 따지면 40조6000억 원으로 비중이 43.4%에 달한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매출 약 4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10년 전에 세운 바 있다. 계획대로라면 30대 그룹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삼성전자 혼자서 책임을 지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인데 지난해 매출은 231조 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매출을 170조 원 가량 늘려야 당초 목표를 세울 수 있어 사실상 목표 달성은 물 건너 간 셈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2020년 매출 목표를 밝힌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역시 비전 달성에는 실패했다.

목표 매출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려는 노력이나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 구축 등 무형의 성과는 일부 달성됐다.


◆삼성전자, 400조 원 매출 목표 멀고 신사업 존재감 미미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19년 매출 전망치는 231조4625억 원이다.

10년 전인 2009년 10월 30일 창립 40주년을 맞아 ‘비전 2020’을 선포했을 당시 목표로 제시했던 매출 약 400조 원에 비하면 절반을 갓 넘긴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과거 비전을 제시할 당시 매출에는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이 포함됐었는데 현재는 사업구조가 변한 상태다.

바이오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삼성물산이 주축이 돼 담당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43.44% 보유하며 종속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매출 목표를 설정한 데는 과거의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무난히 실현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2020 비전으로 삼은 목표 매출은 매년 18% 정도의 매출 성장을 지속해야 달성이 가능했다. 비전을 제시하기 전 3년간 삼성전자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36.4%에 달했다.

비전 제시 이후 2013년까지 4년 동안은 2011년을 제외한 3년 간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4년과 2015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각각 9.8%, 2.7% 감소하며 성장세가 꺾였고 이후에도 눈에 띌만한 증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 전망치도 전년보다 5% 감소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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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기존 사업영역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태양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의료기기, 자동차전지(전장), 바이오제약 등 ‘5대 신수종사업’의 성장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태양광사업은 사실상 철수 상태다. 2015년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물산도 지난해부터 사업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다. 의료기기 사업을 맡은 삼성메디슨도 2010년 2367억 원의 매출이 2018년 3264억 원으로 8년간 37.9%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5억 원에서 22억 원으로 93.1% 감소했다.

생활가전, 컴퓨터, 프린터 등을 적극 키워 매출 비중을 30%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달성되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 생활가전부문 매출 비중은 18.5%다. 프린트 사업은 2016년 9월 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 미국 HP에 매각하며 접었다.

삼성전자는 2013년 말 창립 44주년 기념식에서도 2020 목표 매출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스마트폰 쏠림이 해결 과제라고 밝혔다.

당시 IM부문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0.7%를 차지했다. CE부문은 4.5%로 낮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IM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32.8%로 낮아졌다. 하지만 반도체가 51.3%로 높은 비중을 나타내며 쏠림 구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정보통신, 오디오, 비디오 중심의 세트·부품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솔루션, 의료바이오 등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노력은 이뤄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매년 테크 포럼을 개최하며 인공지능(AI) 전략과 방향성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며 “차세대 네트워크, 디자인·UX분야에서도 혁신적 리더가 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말에는 서울, 대전, 광주, 구미 등 전국 4곳에서 소프트웨어 인재 1만 명을 양성하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교육 시작하기도 했다.

해외 인력비중을 45%에서 65%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도 달성됐다. 삼성전자의 2018년 기준 글로벌 인력비중은 67.8%다.

◆삼성물산, 60조 원 매출 목표 절반 달성 그쳐...삼성중공업은 청사진 펴지도 못해

삼성물산은 2015년 7월 19일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2020년까지 매출 6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를 통해 매출과 자산규모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의 투톱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건설, 상사, 패션, 식음·레저, 바이오 등 5대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달성됐다.

삼성물산 매출은 합병 첫해인 2015년 13조3447억 원에서 2018년 31조1556억 원으로 133.5% 증가했지만 2019년 매출은 30조8375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되레 감소한 것으로 전망된다. 올 연말까지 매출을 2배로 늘려야 비전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 주택사업 주수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수주잔고가 줄고 있다. 2017년 말 10조3000억 원이던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2018년 말 7조7400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9월 말에는 6조8000억 원으로 더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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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삼성물산의 자산총계는 25조9785억 원으로 삼성그룹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2018년에는 33조8818억 원으로 비중이 9.3%로 올랐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자산총계 비중이 52.9%에서 60.3%(164조 원→219조 원)로 높아지며 두 회사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삼성물산은 합병 당시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영업환경이 변화면서 성장위주에서 내실다지기로 전략이 변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합병 후 가장 중점을 둔 활동이 차입금 상환 등 잠재 부실 털기라고 한다. 삼성물산은 현재 내실을 다지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투명한 거버넌스 구축을 경영 중점 사항으로 삼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9월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통해 2020년 매출 40조 원의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로 성장을 계획했다. 하지만 그해 11월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되며 2020 비전 자체가 조기에 틀어져 버렸다.

비전이 꺾인 후 삼성중공업 매출은 2014년 12조8791억 원에서 이듬해 9조 원대로 떨어졌고 2018년에는 5조 원대로 반토막 났다. 결국 지난해 말에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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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2018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4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동안 누적 적자규모는 3조 원에 육박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LNG운반선, 내빙 원유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역량을 강화해 점유율을 높이고 실적 목표 달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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