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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20' 성적표④] 롯데, 사드사태·오너리스크로 '매출 200조' 꿈 날개 꺾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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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20' 성적표④] 롯데, 사드사태·오너리스크로 '매출 200조' 꿈 날개 꺾여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20.01.0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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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기업들은 한 때 '비전 2020'이라는 이름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2020년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시점에서 각 기업들이 내건 경영목표가 얼마나 실현 됐는지, 혹시 주먹구구식의 경영전략은 아니었는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09년 롯데 신동빈 회장은 2018년까지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하고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6년 초에 이를 ‘비전 2020’으로 수정하며 목표 달성시기를 뒤로 2년 늦췄다.

하지만 그 계획조차도 그해 10월에 아예 철회하고 말았다.

2015년부터 시작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으면서 외형성장 전략을 수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외형 성장에만 집중한 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다”며 “성장 전략을 양적 성장 방식에서 사회와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매출 200조' 비전을 선포한 2009년 이후 매년 꾸준하게 성장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롯데그룹이 이를 달성하기는 애초에 무리였다는 게 중론이다.

롯데그룹의 주력 업종이 과당경쟁과 업황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뾰족한 신사업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드사태'로 인해 중국사업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데다, 경영권 분쟁과 신동빈 회장의 재판 등 오너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롯데그룹은 최근 매출과 수익성에서 동반 부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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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롯데그룹의 매출은 2016년 73조973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엔 72조1810억 원으로 줄었다가 2018년 다시 73조 원대를 회복하는 데 그쳤다.

2019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올 연말까지 매출 200조 원 달성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주요 상장사만 보더라도 매출은 답보 상태를 유지하고 영업이익은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그룹 주요 상장사의 2019년 매출은 40조399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2조4480억 원으로 1조 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식품사업군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신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주력인 유통에서는 롯데쇼핑이 전년과 비슷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가 투자를 아끼지 않는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매출, 영업이익 모두 하락하며 부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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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사업, 중국 사드 보복 이후 내리막길...인적 쇄신으로 반전 노려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비전 2020'을 접어야 했던 것은 2015년 경영권 분쟁을 시작으로 각종 악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검찰의 경영비리 수사에 이어 신동빈 회장 등 오너일가가 횡령과 배임혐의로 기소 당하며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롯데 성주 골프장이 사드부지로 확정되며 중국의 보복 타깃이 되면서 주력사업인 유통이 직격타를 입고 만다. 유통사업은 롯데그룹 매출의 30% 이상 차지하는 핵심사업이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와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유통 환경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2009년 비전 선포 당시 롯데쇼핑 매출은 16조100억 원, 영업이익 1조1480억 원이었다. 10년 만인 2018년에는 매출이 17조8210억 원으로 11.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970억 원으로 47.9%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사드 보복 직전인 2016년 매출이 22조 원에 달했지만 이듬해에는 17조 원으로 21.9%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9046억 원에서 8010억 원으로 11.4%나 감소했다.

사드 보복의 충격에서 벗어날 새도 없이 2017년부터 신동빈 회장이 K스포츠재단 뇌물공영 혐의로 기소되고 2018년 결국 구속되면서 경영위기가 심화됐다.

이 기간 유통 시장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옮겨가며 쿠팡 등 신흥 유통 강자가 시장에 군림하게 됐지만 신 회장 부재로 적극적인 사업 확장이나 변화를 꾀할 수 없었던 롯데는 온라인 시장에서 뒤처지고 만다.

롯데는 취약한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는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신임 유통BU장으로 임명하고, 그룹에서 유통사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 온 조영제 롯데지주 경영전략2팀장을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으로 선임했다. 유통부문 조직도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롭스 각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대표이사 체제 통합법인으로 재편했으며 올해 3조 원가량 이커머스에 투자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화학부문 M&A로 급성장 뒤 공급과잉...롯데그룹, 해외투자로 활로 모색

신동빈 회장이 애착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알려진 화학사업은 롯데그룹에서 매출 비중이 26%로 유통과 함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화학사업 주요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M&A를 거듭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2010년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화학사인 타이탄케미칼을 인수한 후 2016년 삼성그룹의 화학부문인 삼성SDI케미칼부문(현재 롯데첨단소재)와 삼성정밀화학(현재 롯데정밀화학)을 인수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 2018년 매출은 16조5000억 원이다. 2009년(8조5960억 원)과 비교하면 92.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890억 원에서 1조9600억 원으로 98.9% 신장했다.

10년 전에 비하면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미중 무역분쟁, 공급 과잉 등으로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영업이익이 전년(2조9200억 원)에 비해 32%나 빠지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롯데그룹의 매출 비중은 유통(32%)과 석유화학(26%)이 큰 축을 차지하는 가운데 음식료와 관광·서비스가 각각 10%, 건설 9% 등으로 분산돼 있다.

롯데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지만 사업의 모태로 중요한 상징성은 갖는 식음료 사업부문은 10년간 성장폭이 크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해왔다. 특히 내수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활발한 글로벌 진출 등으로 선방하는 상황이다.

롯데제과 매출은 2009년 1조3170억 원에서 1조6950억 원으로 매출은 28.7% 증가했다. 이 기간 롯데칠성음료는 1조2222억 원에서 2조3462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에 진출해 있는 롯데제과는 2018년 1월 미얀마 1위 제과기업인 ‘메이슨(L&M Mayson Company Limited)’을 770억 원에 인수하고 글로벌 제과회사로 입지 강화에 나섰다. 이미 밀키스 등 제품을 러시아 등에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는 2017년 파키스탄 음료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파키스탄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사업부문에 투자를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예정돼 있으며 국내서도 이커머스 부분으로 투자를 확대해가는 상황"이라며 "해외쪽에 활발한 투자 활동과 함께 국내 계열사 중 유통쪽에서는 배송서비스를 강화했으며 유통계열사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도 상반기 중 가시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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