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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20’ 성적표 ⑬]삼성물산·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 매출 달성 실패...다각화엔 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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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2020’ 성적표 ⑬]삼성물산·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 매출 달성 실패...다각화엔 진전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20.01.1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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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기업들은 한 때 ‘비전 2020’이라는 이름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2020년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시점에서 각 기업들이 내건 경영목표가 얼마나 실현됐는지, 혹시 주먹구구식의 경영전략은 아니었는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거듭되는 부동산 규제와 지방 경기 침체 등 여러 악제가 겹치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제시한 비전 2020의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건설 호황기에 세웠던 목표인 만큼 주택 공급과 해외수주 감소 등 부정적인 요소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실경영과 사업 다각화 등 일정 부분에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중 비전 2020에 대한 목표를 제시한 곳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총 5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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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한 직후 2020년 비전을 발표했다. 건설과 상사, 패션, 레저‧식음, 바이오 등 5대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연평균 10.2%씩 성장해 2020년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4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중 5대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은 순조롭게 진행돼 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등 외형적 목표는 현 시점에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매출은 합병 첫해인 2015년 13조3447억 원에서 2018년 31조1556억 원으로 133.5% 증가했지만 2019년 매출은 30조8375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되레 감소한 것으로 전망된다. 올 연말까지 매출을 2배로 늘려야 비전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건설부분의 부진과 관련이 깊은데 합병 후 주택사업 수주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이다. 실제 2017년 말 10조3000억 원이던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2018년 말 7조7400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9월 말에는 6조8000억 원으로 더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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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합병 당시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영업환경이 변화면서 성장위주에서 내실다지기로 전략이 변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합병 후 경영 과정에서 차입금 상환 등 잠재 부실 털기에 집중했다”며 “현재 내실을 다지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투명한 거버넌스 구축을 경영 중점 사항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글로벌 시장 개척은 성공적…매출 하향세는 아쉬워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10년 현대건설 매각 입찰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시장 개척과 사업모델의 고도화, 부가가치 상품의 확대를 통해 현대건설을 세계적인 종합 엔지니어링 업체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4개의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 높은 사업수주, 안정적인 현금 흐름 창출을 통한 캐시 카우(Cash Cow) 육성,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 확립 등 사업구조를 고도화를 제시했다.

4개 핵심 사업에는 토목환경사업본부의 경우 해양·항만사업, 건축사업본부는 복합개발사업, 플랜트사업본부는 석유&가스(Oil & Gas), 전력사업본부는 순환유동층 석탄화력발전소 등으로, 고부가가치 공사를 적극 수주해 캐시 카우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2020년 매출 55조 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목표도 함께 전했다.

4개 핵심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토목환경사업의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2017년 2월 싱가포르 해양항만청으로부터 수주한 11억 달러 규모의 투아르 핑거3 케이슨 사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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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슨은 매립공사를 위해 설치하는 안벽으로 지난해 7월 진수식을 진행한 바 있다. 투아스 핑거 3현장은 싱가포르 서단에 위치한 투아스 항만단지 지역에 387ha 면적의 신규 매립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복합개발사업은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수주가 활발하다. 현대건설은 먼저 지난해 12월 12일 베트남에서 베트남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인 KDI사가 발주한 3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개발 공사인 ‘베가시티 복합개발 사업’ 낙찰통지서를 접수했다. 이어 16일에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 발주한 4억3430만 달러 규모의 ‘북남 고속도로 N113·N115 공구 공사’를 한꺼번에 단독 수주했다.

또 지난 2016년에는 전력사업본부의 핵심사업인 순환유동층 석탄화력발전소를 베트남에 준공하면서 궤도에 올라섰다. 준공한 발전소는 몽정1석탄화력발전소로 단일 순환유동층 발전소로는 베트남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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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중국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2011년 9월 베트남 전력청(EVN)과 약 14억7000만 달러 규모의 몽정1발전소 계약을 체결하고, 그 해 12월 바로 착공에 들어갔다.

다만 이같은 사업 활동이 55조 원이라는 목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대건설의 매출은 지난 2016년 18조825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16조8871억 원, 2018년 16조7309억 원 등 감소세에 있다. 지난해 예상 매출도 17조860억 원으로 전년 보다는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55조 원과는 거리가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인수 당시 그룹에서 제시한 목표로 현대건설 내에서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GS건설, 해외수주 감소로 글로벌화 더뎌…관건은 플랜트

GS건설은 지난 2012년 시무식과 함께 ‘글로벌화’를 중심으로 한 비전 2020을 밝힌 바 있다. 2020년 해외사업부문의 비중을 70%까지 늘려 매출 27조 원, 영업이익 2조 원의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GS건설 허명수 사장은 “2009년 전 세계에 몰아닥친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예측하지 못한 경영 환경의 변화로 인해 중장기 전략의 유효성 점검과 경영 목표의 조정이 필요하게 됐고, 비전 2020 수립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티어(Top Tier)로 도약하기 위한 경영 목표 및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현재 GS건설이 밝힌 매출과 영업이익 등 외형적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밝혔던 목표는 지난 2010년 (매출 8조, 영업이익 6000억 원) 대비 3~4배 가량 높은 수치로 지난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다. 

증권가에서 예상하고 있는 GS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0조3052억 원, 영업이익은 7767억 원으로 달성률로 보면 각각 38.1%, 38.8%에 그친 상황이다. 이는 GS건설이 내세웠던 글로벌화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과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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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의 해외매출 대부분은 플랜트사업에서 나오는데 2016년부터 부실화가 본격화 되면서 55%에 달했던 매출 비중은 2017년 31.3%까지 하락했다. 반면 같은기간 주택사업은 43.6%에서 56.9%까지 늘면서 GS건설의 포트폴리오는 사실상 국내 사업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최근 다시 플랜트 사업이 힘을 받으면서 주택사업 편중화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18년 플랜트 사업의 매출 비중은 36.6%로 전년 대비 5.3%포인트 늘어났다. 건축주택 사업은 54.3%로 2017년 대비 2.6%포인트 감소했다. 

GS건설은 과거 플랜트 경험을 살려 사업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건설은 2차 전지 재활용 관련 신사업에 진출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1차로 2022년 까지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2차 전지에서 연간 4500톤의 니켈·코발트·리튬·망간 등의 유가금속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어 2차 투자로 연간 1만 여톤 규모로 사업을 확대하고, 전후방 산업으로의 진출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GS건설 관계자는 "2012년 비전은 당시 건설업을 둘러싼 시장상황과 글로벌 시장 전망에 따라 세워진 목표였다"며  "이후 건설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변화와 사업구조의 혁신, 신사업 추진 등 질적 성장위주의 경영전략으로 체질 개선을 해 왔으며 향후에도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포스코건설, 해외수주 시급…주택사업 편중화 심각

비상장사인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 역시 지난 2010년과 2016년에 각각 비전 2020을 선포하며 다양한 목표를 제시했다. 

먼저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0년 수주 50조 원, 매출 30조 원을 달성해 세계 10위 건설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기준 포스코건설의 매출은 7조280억 원으로 목표치의 14.4%, 수주는 35조 원으로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출과 수주 달성률만 놓고 본다면 포스코건설의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하지만 비전 2020을 발표한 2010년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허황된 목표는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당시 플랜트 사업은 호황기를 맞아 비교적 쉽게 해외수주를 따낼 수 있었는데 실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2010년 715억 달러로 고점을 찍었다. 포스코건설 역시 2012년 창사 이래 최대인 14조4000억 원의 수주고를 달성하며 업계 1위를 달성했고 시공능력평가도 4위를 기록해 5대 건설사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이후 저유가 기조가 심화되면서 플랜트 산업이 침체돼 해외수주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특히 2016년에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이 281억 달러를 기록했고 3년 간 400억 달러를 넘지 못했다. 이는 2005~2007년 이후 처음이다. 포스코건설도 2016년 51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국내 주택사업에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어 내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실제 포스코건설의 지난해 주택 정비사업 수주액은 2조74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5.6% 급증했다. 이는 현대건설(2조8322억 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다만 이 때문에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비대해 지면서 불균형은 심화됐다. 포스코건설은 건축부동산 사업의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의 74.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플랜트 사업은 14.8%, 글로벌인프라 사업은 9.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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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목표와 함께 밝힌 사업 전분야에 참여가 가능한 밸류 체인(Value Chain) 확장을 통해 사업기획부터 설계, 구매, 시공, 운영까지 일괄 수행하는 펩콤(PEPCOM: Project Planning, 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Operation & Maintenance) 체제 구축 계획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4년 오만의 철강회사 선메탈LLC와 4억 달러 규모의 제강·압연공장 건설 계약을 체결했는데 펩콤 방식을 통해 사업이 진행됐다.

당시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기획·설계·조달·시공·운영 등 사업 전 과정을 포스코건설이 수행할 계획”이라며 “‘펩콤’이라고 명명한 이 방식은 설계·조달·시공(EPC) 방식보다 한 단계 선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16년 비전 2018을 기반으로 비전 2020을 선포했다. 2020년 까지 수주 18조 원, 매출 13조 원, 브랜드 파워 1위, 국내 빅3, 영업이익율 10%를 달성해 아시아 톱 10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롯데건설은 해외 사업 강화와 경제적 성과 향상, 신성장동력 육성, 지속가능경영 강화 등 4가지 중점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이 중 수주를 제외한 나머지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외형적 목표를 먼저 살펴보면 롯데건설은 지난 2019년 3분기 기준 27조 원의 수주잔고를 유지하면서 목표인 18조 원을 크게 상회했다. 최근 대다수 건설사들이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매출은 5조9232억 원으로 목표 매출의 45.6%에 머물렀고 영업이익률 역시 8.6%를 기록해 달성에 실패했다. 현재 롯데건설의 시공능력평가 기준 순위는 8위로 빅3 진입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4가지 중점 과제 역시 주택사업에 편중된 사업포트폴리오로 인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롯데건설은 주택건축 사업이 매출에서 82.8%를 차지하고 있다. 건축주택 사업이 사실상 회사 전체 매출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반면 토목사업은 9.9%, 플랜트는 6.5%, 해외부문은 3.3%에 머물렀다. 

이에 롯데건설 관계자는 “국내 건설 시장은 시장 정체 또는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해외 목표 시장을 선별적으로 확대해야하는 상황”이라면서 “동남아 시장으로의 추가 진출과 조기 안정화를 달성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외 건설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 상황이다. 국내 주택사업의 경우 지방경기 침체와 더불어 수도권 핵심지역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75.7로 전월대비 7.8포인트 하락했다. 전국적으로 하락세를 보였고 대부분 지역이 60~70선에 그쳤다. HBSI는 주택 사업자가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100 이상이면 사업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해외수주도 어려운건 마찬가지인데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220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321억 달러 대비 약 31% 감소했다. 이는 2006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수주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중동 지역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중동 지역 총 수주액은 92억 달러인데 반해 올해는 절반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규제 강화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지속하는 가운데 건설사별 수주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해외 수주의 경우 지난해 부진을 벗어나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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