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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21분기 연속 적자 전망...하반기 반등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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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21분기 연속 적자 전망...하반기 반등 가능할까?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1.20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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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대표 배재훈)이 올 상반기에도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21분기 연속 적자가 우려된다.

현대상선 배재훈 사장은 최근 해양수산가족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상반기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상반기 어려움이 지속되다가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 사장은 "올해 1·2분기에는 적자를 내도, 3·4분기가 되면 새 동맹과 배들이 들어오면서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8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올해 4분기에도 영업손실이 유력해 19분기 연속적자 상태다. 올 상반기까지 적자가 이어지면 21분기 연속 적자를 내게 된다.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이유는 잇따른 글로벌 이슈로 컨테이너 시황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란이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중동항로 화물이 급감했고,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미국과 아시아를 오가는 물동량이 타격을 입었다. 악화된 한일 관계도 현대상선에게는 악재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 해까지 9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현대상선의 최근 4년간(2016~2019년 3Q) 실적을 보면 2016년 영업손실 8333억 원, 2017년 4067억 원, 2018년 5587억 원의 적자를 냈고, 2019년에는 3분기까지 26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영업손실을 낸다면 10년간 연속 적자가 되지만 현대상선은 흑자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배 사장도 "연간 흑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조심스럽다"고 신년인사회에서 밝힌 바 있다.

현대상선 연간 영업손실 동향.png


현대상선은 올해 2분기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투입되면 3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20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이 중 2만4000TEU급 12척이 오는 4월부터 순차적으로 투입되고 나머지 1만5000TEU급 8척은 내년에 투입될 예정이다. 컨테이너선이 늘어나면 컨테이너박스 보유량도 그만큼 더 늘려야 하는데 컨테이너박스 6만3480대를 확보하는데만 1500억 원이 들었다. 현대상선의 현재 선봉량은 43만TEU인데 내년까지 컨테이너선 20척이 추가되면 84만TEU로 확대된다.

또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 2020 규제에 맞춰 조단위의 금액이 투입됐다. 현대상선은 저유황유를 선택하는 대신 스크러버 설치를 결정했는데 보유선박 중 70% 정도가 설치를 완료한 상태다. 스크러버 설치 등 관련항목에 들어간 비용이 2018년 1800억 원, 지난해는 3분기까지 9000억 원에 이른다.

현대상선은 한 번에 많은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을 확보하면 고정비 원가가 낮아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값싼 고유황유를 쓸 수 있도록 스크러버(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설치해 유류비를 절감하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4월부터 글로벌 3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 ONE, 대만 양밍해운 등으로 구성된 '디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새로운 노선 개척과 고객사 확보로 서비스네트워크가 강화가 기대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업무효율성과 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한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차별화된 물류 서비스를 확대하고, 강화되는 환경규제에도 선제 대응해 왔다"며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스크러버 설치, 디얼라이언스 정회원 가입 등 그동안 준비해 온 결과물이 올해 경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만큼 하반기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이 올해 흑자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이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하더라도 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8월 현대상선에 대해 초대형 선박 20척을 건조하기 위해 조달하는 금융비용이 크기 때문에 경쟁 선사보다 운임을 비싸게 받아야만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산업은행 장세호 산업혁신금융단장은 "현대상선 2만3000TEU급 선박 12척과 1만5000TEU급 선박 8척을 조달하기 위한 금융비용 이자율이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 모두 합칠 경우 달러 기준으로 7.5%가 넘는다"라며 "미주 노선 운임을 1TEU당 1000달러로 보면 1TEU당 50~100달러를 더 받아야 현대상선이 지속 가능한데, 그러면 국내 화주가 화물을 싣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달하는 금융비용이 크기 때문에 경쟁 선사보다 운임비를 비싸게 받아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데 올해 선박 공급과잉으로 운임비가 하락해 흑자전환이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상선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선사들도 유럽 노선에 투입할 초대형 선박을 확보 중이어서 현대상선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400%가 넘는다. 지난해 10월 6600억 원 규모의 무기병식 무보증 사모전환사채 발행하면서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 858%에서 지난해 4분기 446%로 절반이나 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400% 이상의 매우 높은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다. 금융비용을 5% 이하로 낮추고, 부채비율도 지속적으록 감축하면서 충분한 영업이익을 내야 비로소 흑자전환이 가능한데 현재로써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현대상선은 이미 여러차례 흑자전환 예상시기를 연기해 왔다. 유창근 전 사장 재임 시절 2018년 3분기를 흑자전환 목표 시점을 잡았지만 끝내 달성하지 못하고 2020년 2분기로 시기를 늦췄다. 유 전 사장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내려왔고, 후임인 배재훈 사장은 흑자전환 시기를 올해 3분기로 또 다시 연기했다. 올해 흑자전환의 꿈을 이뤄야 하는 배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운 이유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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