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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⑮] 일양약품, 지배력 약점에 3세 승계도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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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⑮] 일양약품, 지배력 약점에 3세 승계도 '첩첩산중'
  • 김민희 기자 kmh@csnews.co.kr
  • 승인 2020.01.3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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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1946년에 설립돼 1974년에 상장된 일양약품(대표 김동연)은 전문의약품 항궤양제, 제산제 등을 주요 품목으로 하는 중견 제약사다. 소비자들에게는 인삼 자양강장 드링크 ‘원비디’와 영지버섯 드링크 ‘영비천’ 등이 유명하다.

시가총액은 약 5125억 원 규모이며 현재 고(故) 정형식 창업주의 장남 정도언 회장(73)이 2세 경영자로 있다. 정도언 회장의 장남인 정유석 부사장(45)이 3세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일양약품 정도언 회장, 정유석 부사장
일양약품 정도언 회장, 정유석 부사장

일양약품은 2018년 기준으로 매출 3000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1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24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4%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59억 원에서 264억 원으로 66.03%나 늘었다. 3분기 기준으로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일양약품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일양약품은 매출이 3280억 원으로 9.3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15억 원으로 88.62%나 늘어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일양약품의 계열회사로는 국내 법인 일양바이오팜(대표 정희석), 칸테크(대표 정유석)과 중국 현지 법인 양주일양 제약유한공사, 통화일양 보건품유한공사, 일양한중(상해)무역유한공사가 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칸테크를 제외한 4곳은 의약품 등의 제조 및 유통을 맡고 있다.

◆매출 기록 경신하며 순조로운 성장세...오너일가 지배력 취약은 숙제

착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일양약품이지만,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점이 최대 현안으로 꼽힌다. 현재 일양약품은 정도언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창업3세로 승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정 회장이 이미 70대에 접어든 상황이지만 3세인 정유성 부사장의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향후 상속 및 증여에 필요한 세금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더 떨어질 우려도 있다.

일양약품 최대주주는 정도언 회장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21.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 정도언 회장이 주식 20.75%를 보유하며 정형식 창업주에서 정도언 회장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정도언 회장과 특수관계자들이 보유한 일양약품 지분율은 26.06%에 그쳐 다른 제약사들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한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2010년 3월 30.50%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현재 20% 대로 다시 떨어진 상태다.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 교체 등 특별 결의사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3분의 1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배구조가 취약한 셈이다.

정 회장의 보유주식 417만여 주 가운데 약 28%인 118만 주는 담보로 잡혀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2대 주주는 장남 정유석 부사장(45)으로 지분 3.80%를 보유했다. 정도언 회장의 동생 정재형(59) 씨가 0.48%, 어머니 이영자(95) 씨가 0.11%, 둘째 아들 정희석(43) 일양바이오팜 대표가 0.02% 등을 보유했다.

◆창업 3세 자산 승계율 14.7% 불과...비상장 계열사 통한 승계 물거품

정유석 부사장은 일양약품 중국 법인 경영에 참여하며 발을 넓히고 있다. 통화일양유한공사,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에서 ‘동사(이사)’ 직위로 몸담으며 내수사업 위주였던 일양약품의 체질 개선에 힘쓰는 모습이다.

통화일양은 1996년, 양주일양은 1998년 설립된 합작기업으로, 각 법인에서 일양약품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율은 52%, 65%다. 양사 합계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누적 896억 원으로 연결 기준 일양약품 전체 매출의 36.74%를 차지한다. 통화일양은 1997년 드링크제 ‘원비디’를 수출한 이후 현재 3억 병 이상을 판매했다.

그러나 정유석 부사장의 일양약품 지분율은 3.80%, 주식 수는 74만1511주에 불과하다.

정도언 회장 직계일가 보유주식 가치는 1243억 원(27일 기준)으로, 이중 정유석 부사장과 동생 정희석 씨가 보유한 지분 가치 비중은 14.72%(183억 원)다. 정 부사장이 182억 원으로 14.64%, 동생 정희석 씨가 1억709만 원으로 0.08%를 차지하고 있다.

정유석 부사장의 3세 경영이 예고된 것은 2011년 5월 일양약품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부터다. 

당시 정 부사장은 오너 일가 소유 계열사에서 군 복무를 대체한 사실이 2017년 뒤늦게 밝혀져 병역 특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정 부사장은 일양약품 계열사인 칸테크에서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체했다. 칸테크는 일양약품이 지분 80.2%를 보유한 오너 소유 계열회사다. 칸테크는 정 부사장을 포함해 단 2명만 산업기능요원으로 뽑은 점, 2008년 병역지정업체 허가 취소 이후 추가 지정신청을 하지 않은 점 등으로 인해 비난을 샀다.

일양약품은 또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경영승계를 시도했다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일양약품은 지난 2009년 9월 자본금 5000만 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인 일양바이오팜을 설립했다. 그 다음해에 일양바이오팜 지분 45%는 일양약품 계열사 칸테크가 보유하고 55%는 차남 정희석 씨 외 3인이 보유하는 형태로 소유구조가 변경됐다. 당시 등기이사에는 정유석 부사장과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가 등재됐다.

오너일가로의 지분구조 변동 사항을 외부에 공시하지 않는 등 불투명한 경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일양바이오팜은 2013년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11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겪다가 2014년 9월에 다시 일양약품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오너 3세에게 지분을 몰아줬다가 손실이 나자 일양약품이 이를 다시 떠안은 셈이다. 현재 일양바이오팜은 정희석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일양바이오팜은 2014년 일양약품으로 편입 이후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액을 살펴보면 2013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2015년 64억 원, 2018년 86억 원으로 34.38% 증가했다.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승계가 좌절된 이후 일양약품 오너 일가의 승계작업은 거의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일양약품 관계자는 “과거 계열사와 관련된 승계 논란은 문제가 없는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3세 승계 현황과 지분증여 방식에 관해서는 현재 알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양약품이 실저호조와는 별개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3세 승계'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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