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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키코배상 거부 '일파만파'...은행들 결정 미루며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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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키코배상 거부 '일파만파'...은행들 결정 미루며 눈치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20.03.1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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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금융감독원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 기업에 대한 배상 권고를 거부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산업은행이 거부 의사를 밝힌 가운데 시중 은행들도 권고안 수용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국책은행의 본분을 망각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일 KDB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키코 관련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키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산업은행을 포함한 6개 시중은행(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 대구은행)에게 손실을 본 4개 기업에 대해 최대 41%를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금감원이 피해금액과 배상비율을 바탕으로 산정한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KDB산업은행 28억 원, 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씨티은행 6억 원 등이다.

이 중 우리은행만이 지난달 키코 관련 배상을 완료했고 산업은행과 씨티은행 2곳은 배상을 거부했다.

산업은행은 키코 분조위가 배상 근거로 삼은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 사실관계에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키코 분조위에서 권고한 조정사항 중 배상 근거로 삼은 적합성의 원칙이나 설명의 의무 등과 관련해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있는 상태였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외부 법무법인으로부터 법률의견을 받아 권고안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행 역시 2번의 배상 수용 기한 연장을 진행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오랜 기간 논의를 진행한 끝에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을 두고 키코 공대위는 국책은행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며 크게 반발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국책은행으로써의 본분을 망각한 책임회피는 국민적 지탄을 받아야 하며 이동걸 행장은 즉각 사퇴해야 마땅하다”며 “환율상승예측을 숨기고 오버헤지를 저지른 것에 대한 명백한 불법행위를 지적한 금감원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산업은행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책은행인가”라며 비판했다.

또한 씨티은행에 대해서도 “키코상품을 한국에 들여와 판매해 수 백 개의 수출기업들을 도산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 시티은행”이라며 “일성 하이스코에 대해 부채탕감을 했으므로 보상을 다했다는 기만적 사실왜곡은 엄중한 비판을 받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마저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향후 다른 은행들의 수용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대구은행은 금감원에 권고안 수용 여부 결정 기한 연장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하나은행은 키코 배상과 관련해 추가 사실 확인과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대구은행은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이사회 개최가 어렵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재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 긴급이사회를 개최해 관련 안건을 논의하려했으나 이사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해 긴급이사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이에 신한은행은 금감원에 유선으로 키코 배상 수락기한 재연장을 요청했다.

은행들이 배상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배임죄에 대한 우려다. 대법원이 이미 키코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는 확정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배상을 진행할 경우 배임 혐의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대위 측은 “국가기관인 금감원에서 권고하는 사항을 배임으로 소송을 할 사람도 없을뿐더러 그것을 배임죄로 기소할 검찰도 없을 것이고 배임죄 판결을 내릴 법원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키코 공대위는 지난 9일 신한은행을 찾아 키코 배상 관련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면담에는 신한은행 소비자보호그룹 박현준 부행장, 소비자지원부 조범철 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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