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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사태로 노사갈등 휴전모드...현대차 '협력', 두산중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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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사태로 노사갈등 휴전모드...현대차 '협력', 두산중 '대치'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3.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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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철강, 조선, 중공업 등의 중후장대 산업에서 노사갈등이 다소 누그러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노조가 강성 투쟁을 이끌고 있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생산 차질과 수요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경우 노사관계가 갈등에서 협조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대표 이원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노사간 화해모드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9일 단체 헌혈캠페인을 열었다.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코로나19 의료 현장을 돕자는 취지다. 6일간 신청을 받은 결과, 800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이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이날 주목을 끈 것은 한 장의 사진이다. 현대차 하언수 사장과배상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나란히 누워 헌혈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특별합의를 실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9일부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단체 헌혈캠페인을 대규모로 진행한다. 현대차 배상윤 수석부지부장(왼쪽)과 현대차 하언태 사장이 울산공장에서 헌혈에 참여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9일부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단체 헌혈캠페인을 대규모로 진행한다. 현대차 배상윤 수석부지부장(왼쪽)과 현대차 하언태 사장이 울산공장에서 헌혈에 참여했다.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 등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한국지엠(대표 카허 카젬) 노사도 5개월여 만에 단체교섭을 재개했다. 노조는 지난해 7월 임금협상을 시작할 때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국내 생산물량 확보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선 바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에 반발해 지난해 8월 20일부터 1개월 넘게 부분·전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5개월 간 교섭이 중단됐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국GM 노사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조속히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쌍용자동차(대표 예병태)도 지난달 말 46명의 해고노동자들을 5월부터 일터로 복귀할 수 있게 했다. 쌍용차 노사는 유급휴직 중인 해고 복직자들을 오는 5월1일부로 부서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부품 수급 문제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마무리 짓기 위해 노사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다.

실적부진 속에서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고 있던 르노삼성(대표 도미닉 시뇨라)의 경우도 노조가 최근 단체행동을 자제하기로 결정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2019년 임단협 협상을 두고 지난해 9월부터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해 말부터 1월 말까지 부분 파업과 부분 직장폐쇄를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노조는 최근 파업까지 준비했으나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여기엔 코로나19 사태 뿐만 아니라 신차 출시라는 요인도 작용했다. 르노삼성 기업노조와 금속노조는 신차 XM3 성공적인 출시를 위해 당분간 단체행동을 자제하고 교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 노사 갈등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였으나 노조 집행부는 이와 별개로 민노총 금속노조로 변경하기 위한 조합원 총회는 일자를 추후 공지해 예정대로 열겠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 노사갈등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대표 안동일)이 철강업계 중 마지막으로 2019 임단협 타결에 성공한 것. 이번 합의안에는 △임금 3만9000원 인상 △성과급 150% 및 300만 원 △직무수당 1만 원 인상 △ 체육대회 대신 복지포인트 20만 포인트 지급 등이 담겼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경영상황 악화에 코로나19까지 있어서 노사 모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대표주자인 현대중공업(대표 한영석, 가삼현)의 경우 노사간 격렬한 싸움이 코로나 사태로 잠시 주춤한 모양새다. 노사는 지난해 5월 임단협 상견례 이후 50여차례 실무교섭과 본교섭을 병행했지만 해고자 복직과 노사간 손해배상 소송 취소 등의 안건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최근 사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파업 등의 강경투쟁 방안을 고려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당분간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집회가 불가능한 데다 코로나19의 사내 확산시 조합원들의 피해도 크다는 점을 고려해 확산 예방에 집중키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임단협 파업 등 강경 투쟁을 자제하고 일단 코로나19 예방과 확산방지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과격한 단체행동은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일시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조는 코로나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노사협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코로나라는 급한 불부터 끈다음 법인 분할 무효, 단체교섭 승리 등을 위한 투쟁동력을 서서히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10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임단협 성실교섭과 사내하청 임금삭감 등에 항의하는 오토바이 경적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마스크 지급 건과 관련해서도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사측에 긴급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고 10개 안건을 협의했다. 노조 측 요구는 밀접 접촉자 신속 파악, 추가 확진자 발생시 모든 구성원에게 신속 공지, 코로나19 관련 노사혀브이체 구성, 재택근무 및 격리자 처우 확정, 밀접 접촉자 격리 장소 확정, 전 직원 1일 1개 마스크(KF94) 지급, 개인용 손 소독제 지급, 전 사업장 24시간 주기 1회 방역, 모든 협력사 동일 적용, 식당 열화상 카메라 설치 등이다.
  
특히 노조가 강하게 요구한 것은 전 직원 1일 1개 마스크(KF94) 지급 건이다. 사측은 1인 1장 마스크 공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마스크 대란이 나서 마스코 5부제를 시행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직원 수는 작년 9월 기준 1만4971명으로 전 직원에게 매일 마스크를 한 장씩 지급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게 사측 입장이다. 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기업들의 기존 마스크 구매 계약은 무효가 된 상황이다. 기업들이 마스크 3천장 이상을 구매할 경우, 마스크 제조업체는 정부에 이를 신고해야 하고, 또 1만장 이상을 구매할 경우에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사측은 확진자 발생일 기준 2주간 확진자가 발생한 울산지역 사업장 전 직원 대상(격리대상자 포함)으로 마스크를 추가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마스코 확보가 어려울시 1회용 마스크를 우선 대체 지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전 국민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전 직원 1일 1개 마스크 지급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직원들에게 한 주에 두 장씩 마스크를 공급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업체도 있다. 탈원전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대표 정영인)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은 10일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에 '경영상 휴업 시행을 위한 노사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두산중공업은 고정비 절감을 위한 긴급조치로 근로기준법 46조, 단체협약 37조에 근거해 경영상 사유에 의한 휴업을 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사측은 최근 5년간 당기 순손실액이 1조 원을 넘어 영업활동만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노조는 휴업 협의 요청을 거부했다. 두산중공업지회와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12일 경남도청 앞에서 경영진의 휴업 협의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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