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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이용배 사장 취임 후 잠정실적 두 차례나 정정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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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이용배 사장 취임 후 잠정실적 두 차례나 정정한 까닭은?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3.13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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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대표 이용배)이 지난해 잠정실적을 잇달아 정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로템 측은 철도 납품차량 시운전 검사비용, 공사기간 연장으로 인한 대규모 충당금 설정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잠재적 손실요소를 모두 제거해 올해 실적반등에 나서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로템은 지난 1월23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연결기준 매출 2조4959억 원, 영업손실 2077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가 2월4일 정정공시를 통해 매출 2조4777억 원, 영업손실 2532억 원으로 수정했다. 매출은 줄고, 영업적자는 확대됐는데 철도 납품차량 시운전 검사 비용으로 추가 원가를 반영한 탓이다.

현대로템은 한 달이 지난 3월 4일에 또 다시 정정공시를 통해 2019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4593억 원, 영업손실 2799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카타르 알다키라 하수처리장 사업의 공사기간이 연장돼 추가 충당금을 설정한데 따른 것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4분기 카타르 알다키라 하수처리장 EPC 공사에 1400억 원의 충당금을 설정했다.
 

두 차례의 정정공시를 통해 처음에 발표했던 수치보다 영업손실이 722억 원이나 늘어났다. 2018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이 2%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42.7% 증가했다.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현대로템이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2019년 잠정실적을 정정한 것은 향후 잠재적 손실이 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재무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두 정정공시 모두 현대로템이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처리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졌으며, 특히 추가 충당금 반영은 통상적으로 재무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2019년 실적에 모든 악재를 털어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이용배 사장이다.
 
이용배 사장은 현대차그룹 재무전문가로 현대로템 실적 개선의 사명을 띄고 부임한 인물이다. 이 사장은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하다가 2019년 12월 말 이뤄진 인사에서 현대로템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로템 대표이사에 취임한지 약 2주 만에 곧바로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며 비용절감과 인력조정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 시행 중이다.

이용배 신임 사장이 오고 나서 2019년 실적에 모든 악재를 털고 2020년 완벽한 턴어라운드를 위해 재무적인 잠재적 손실까지 제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러 재무적 악재를 대표이사가 부임한 첫 해에 모두 털어내고, 다음해 실적이 대폭 개선되는 사례는 산업, 금융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사례다.

그러나 철도사업이라는 본원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재무적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현대로템 대규모 적자의 주범은 철도부문이다. 현대로템 철도사업부는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영업손실 47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철도부문 실적이 악하된 것은 외형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와 터키, 인도 등 신흥국의 불리한 환율 변동, 국내외 프로젝트의 생산지연 및 예정원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호주 시드니 프로젝트의 설계 변경 영향으로 추가 원가 부담이 300억~4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로템이 2016년 8월 약 8894억 원에 수주한 시드니 2층 전동차 512량 납품 사업이다.

설계 지연으로 예정 원가율이 상승하는 악순환은 국내외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저가로 수주한 국내물량과 튀니지 및 인도 전동차 프로젝트들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역시 2017년 경쟁 심화 상황에서 저가 입찰했던 프로젝트들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일부 일회성 손실도 있으나 주된 손실이 주력사업인 철도 부문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본원적인 수익 창출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대로템이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철도사업 부분의 흑자전환이 절실해 보인다. 현대로템의 지난해 말 기준 철도 부문 수주잔고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6% 증가한 7조3380억 원으로 5~6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플랜트 등 물량까지 합치면 8조9410억 원으로 전년보다 12%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풍부한 일감을 바탕으로 구조조정 노력까지 더해지고, 추가적인 설계변경 및 납기 지연 등의 이슈만 없다면 올해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 이동현 연구원은 "쌓여 있는 철도 부문 수주잔고를 감안하면 정상적인 시나리오는 매출이 급증해 저가수주에 따른 비용과 고정비를 커버하는 것"이라며 "추가적인 설계변경과 납기지연이 없다면 턴어라운드는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KB증권 홍성우 연구원은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 설정과 선제적 비용반영 및 매출액 증가로 손익도 개선되어 영업이익은 819억 원을 기록,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올해부터 임원 수도 20% 줄이고, 책임매니저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관리도 효율화 시키는 등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회사차원에서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며 "2차례 잠정실적을 정정한 이유는 철도 납품차량 시운전 검사비용, 공사기간 연장으로 인한 추가 충당금설정 때문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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