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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1분기 영업손실 불가피...감산·희망퇴직 등 비상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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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1분기 영업손실 불가피...감산·희망퇴직 등 비상경영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3.3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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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가 올해 1분기 2조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 중이다.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대표 김준), GS칼텍스(대표 허세홍), 에쓰오일(대표 후세인 알 카타니), 현대오일뱅크(대표 강달호) 정유 4사의 영업손실 총계는 2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손실은 8000억 원에서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 영업손실도 최대 3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수천 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정제마진 축소로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9.6%, GS칼텍스는 28.7%, 에쓰오일은 29.7%, 현대오일뱅크는 21.1% 각각 감소한 바 있는데 올해는 더욱 사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폭락에 정제마진 부진이 겹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이달 20달러선으로 추락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석유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정제마진도 감소한다. 지난 3월 17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47달러를 기록했다. 보통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인데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보인다는 것은 석유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유4사들은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유4사가 공통적으로 진행하거나 검토 중인 것은 감산이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정제공장 가동률을 80%로 종전보다 10~15% 낮췄고, 현대오일뱅크도 가동률을 약 90% 수준으로 조정했다. GS칼텍스는 정기보수 일정을 3월로 앞당겼다. 아직 감산을 하지 않고 있는 GS칼텍스, 에쓰오일은 감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으로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희망퇴직, 비상경영체제 도입 등 강경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인력 효율화를 위해 100여명에 달하는 부장급 직원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다. 명예퇴직 조건으로는 50~54세는 60개월 치 기본급을 지급할 방침이다. 55~57세는 50개월, 58세는 40개월, 59세는 20개월 치 기본급을 지급한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평균 연봉 1억3759만 원에 근속연수 16년으로, 삼성전자(1억1900만 원, 11년 6개월)보다 좋은 '알짜' 직장으로 꼽힌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50대 이상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 3월 24일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의 급여 20% 반납과 경비예산 최대 70% 삭감 등 비용 전면 축소를 골자로 한 비상경영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강달호 사장은 정제마진이 악화된 지난해부터 매주 비용 절감과 수익개선 방안을 강구하는 비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제품 수요가 줄며 원유가격과 제품가격이 동시에 추락해 정제마진이 대폭 감소하고 재고 관련 손실까지 누적되는 심각한 업계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에 돌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처럼 강경책을 펼치지는 않고 있지만 위기 타개를 위한 묘안 마련에 머리를 모으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비용 절감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해 공장 가동률만 낮추고 희망퇴직 등은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1조 원을 투입해 건설한 울산공장 갑압잔사유 탈황설비(VRDS)의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했는데 이 VRDS에선 저유황유를 하루 4만 배럴 생산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설비 가동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3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만큼 초기 가동 안정화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또한 신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제마진 악화로 인한 실적 악화는 정유업체 공통사안인 만큼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인적 구조조정은 효과가 적어 공장가동률을 낮춰 손해를 줄이고, 상업생산을 개시한 VRDS의 가동 안정화, 배터리 사업 투자 지속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지난 3월 2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책마련에 돌입해 복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묘수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GS칼텍스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재무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GS칼텍스는 오는 2021년 중반 완공을 목표로,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 43만㎡ 부지에 약 2조 원대 금액을 투자해 연 7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복합분해설비(MFC)를 짓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19일 GS칼텍스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 하지만 MFC 건설은 GS칼텍스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사업인 만큼 차질없이 완공에 역점을 가할 계획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비상회의 등을 통해 여러 자구책을 모색 중인 상황"이라며 "전남 여수에 짓고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MFC)는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도입하는 것으로 내년 상업생산을 차질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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