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금호석유화학, 33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성공...1사3노조 공생 문화 정착
상태바
금호석유화학, 33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성공...1사3노조 공생 문화 정착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4.09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호석유화학(대표 박찬구)이 33년 연속 무분규 노사 협의에 성공하면서 그 비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노사는 지난 6일 2020년 임금단체협약협상을 마무리하면서 33년 연속으로 분규 없이 임금 합의를 이뤄내는 대기록을 썼다. 금호석유 노동조합 3곳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산업계에 닥친 어려움을 노사가 함께 극복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임협을 사측에 위임하는 것으로 올해 협상을 끝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전 산업계에 닥친 어려움을 노사가 함께 극복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협상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 금호석유화학의 3개 노동조합들은 6일 2020년 임금협상안을 사측에 위임했다. 이날 노태영 울산수지공장 노조위원장(왼쪽부터), 이치훈 여수고무공장 노조위원장, 이용재 울산고무공장 노조위원장 등이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사장(가운데)에게 위임장을 전달하고 있다.
▲ 금호석유화학의 3개 노동조합들은 6일 2020년 임금협상안을 사측에 위임했다. 이날 노태영 울산수지공장 노조위원장(왼쪽부터), 이치훈 여수고무공장 노조위원장, 이용재 울산고무공장 노조위원장 등이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사장(가운데)에게 위임장을 전달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987년 노조가 설립된 이후 33년째 무분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이어진 자율협약에서 임금동결로 분규직전까지 몰린 적이 있지만 노사 간 끈질긴 대화 끝에 무분규를 이어갔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33년 연속 무분규 기록의 배경에는 1사 3노조라는 특이한 노사관계가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노조위원장이 한명이 아니라 세명이다. 울산수지공장, 여수고무공장, 울산고무공장 각각 노조위원장 한명씩을 두고 있다.

지난 1987년 울산 공장에 노조가 설립된 이후 지리적으로 거리가 먼 여수 공장에 두번째 노조가 생겼고, 2001년 금호케미칼(옛 미원유화)을 합병하며 기존 노조를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노조가 세개가 됐다.

노조가 세개이다 보니 사측과 노조 뿐만 아니라 노조와 노조 사이의 상생 또한 필요한 점이 특징이다. 노조 세개가 의견을 모으지만 서로 견제, 감시도 하다보니 힘이 한 곳에 집중되지 않는다. 30년 이상 오랜시간 무분규 협상이 이어져 오면서 사측과 노조, 노조와 노조 사이의 상생문화가 보편화됐다.

금호석유화학이 심혈을 기울여온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바람직한 노사관계 구축에 영향을 줬다. 금호석유화학그룹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전문성과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직무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10년부터 추진된 직무자격제도는 임직원의 국가공인자격증∙국가기술자격증 취득을 장려하는 제도다. 응시료, 학원비, 도서 및 부대 비용 일체를 회사가 지원한다.

생산, 품질, 환경 등 14개 핵심 직무에서 5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임직원을 사내강사로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 밖에도 각종 온라인 강의, 자기개발프로그램, 학습독려 시스템, 북릴레이 프로그램, 분기마다 1회 원하는 날 연차소진 없이 조기퇴근 하는 ‘슈퍼패스 제도’, 출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선물을 나눠주는 ‘게릴라 이벤트’ 등을 운영 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기업경영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위해 경영진이 참석하는 노사협의회를 분기별 1회 운영하고 있으며, 각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사가 함께 하는 산행, 체육대회, 전진대회, 해외연수 등의 노사협력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노사가 함께하는 희망콘서트를 열고 주말농장도 공동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 2008년을 노사 무분규 원년의 해로 정하는가 하면, 2016년에는 노사간 갈등을 파업이나 직장폐쇄보다는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노사정 공동협약까지 맺었다.

오너이자 소통경영의 달인이라 불리는 박찬구 회장이 수시로 각 사업장을 찾아 현장에서 노조와 진한 스킨십 경영을 해온 점도 배경중 하나다. 아울러 한번 공장가동을 멈추면 재가동에 수개월이 걸려, 파업 시 노사 양측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 석유화학 업종의 특성도 33년 무분규 기록 달성에 영향을 끼쳤다. 

사측과 노조간에 서로 양보해온 역사는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표본이라는 평가다.

지난 1997년 경쟁사 출현과 외환위기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울산고무공장 노사는 회사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인상을 동결하기로 결의하고 쟁의기금으로 회사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노조는 당시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이 2000원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회사를 정상화시키는데 협력했다.

2001년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케미칼을 합병하며 경상이익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경영합리화 시스템을 도입했고 그로 인해 유휴인력이 발생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해고 대신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남은 인력은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타 사업장으로 전환배치하며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했다. 이에 노조는 상여금 100%를 자진 반납하며 회사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2011년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금호가 형제갈등'을 빚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노조가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사측은 2013년에는 정년을 만 57세로 1년 연장하는 임금피크제도 산업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하며 노조를 챙겼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오랜시간 동안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는 모범적인 상생의 노사관계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노사가 글로벌 화학기업 도약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성장을 도모하자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으며, 사업장마다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경제위기가 노사 모두에게 촉매제가 되면서 노사가 서로 양보하는 문화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