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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사고에 금융사 소비자보호조직 갈수록 막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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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사고에 금융사 소비자보호조직 갈수록 막강해져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0.06.08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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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최근 라임·디스커버리 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보호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개정 금융소비자모범규준의 영향도 있지만 일선 금융회사에서 소비자보호 리스크가 연이어 작동한데 따른 후속조치로 내년 3월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과 맞물려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권한 강화에 세분화된 업무 지침으로 소비자보호 부분에서는 긍정적 요소가 크지만 현업 부서의 업무 충돌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 준법감시인과 분리되는 소비자보호임원, 권한과 위상도 높아져

일선 금융회사 소비자보호조직의 위상과 권한 강화는 올해 1월부터 발효된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이하 모범규준)의 영향이 크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자산 10조 원(저축은행은 5조 원) 이상이면서 과거 3개년 업권별 민원 점유율 4% 이상인 금융회사는 소비자보호 전담 임원(CCO)을 선임해야한다. 올 들어 증권, 보험사를 중심으로 해당 기준에 충족해 CCO를 독립선임해야 하는 15개사  모두 소비자보호전담임원을 신규 선임했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박현준 부행장보)과 KB국민은행(명현식 상무), 우리은행(서동립 상무), NH농협은행(강문철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이 신규 선임했고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권현섭 상무)과 삼성화재(최성연 상무) 등이 소비자보호임원을 별도 선임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대우(정유인 이사대우), NH투자증권(양천우 상무), KB증권(김국년 상무) 등 대형사 위주로, 카드업계도 신한카드(진미경 상무), KB국민카드(성백준 상무), 롯데카드(현갑만 상무보) 등이 CCO를 새로 선임했다.

선임된 CCO에게는 금융상품 판매 전 단계의 소비자보호체계에 대한 관리 및 감독 권한이 주어지면서 사실상 CCO가 금융상품 판매 전 단계에 관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금융소비자보호부서의 힘도 막강해졌다.

과거에는 민원접수 및 처리업무만으로도 벅찼지만 모범규준 개정안 발효 이후 소비자보호 관련 내규 위반 사실이 발견될 경우 해당 부서 임직원 출석과 필요시 입점조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졌다.

그리고 상품 개발 및 마케팅 부서에서도 소비자보호 총괄부서가 소비자보호의 시각에서 사전 점검 후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도록 부서간 사전협의 관련 절차를 구축 및 운영할 수 있는 등 기존의 '민원처리부서'로서의 제한된 역할에서 한층 영역이 넓어졌다.  

일부 회사들은 최근 소비자보호부서를 '사전적 소비자보호'와 '사후적 소비자보호'로 분리 운영하고 컨트롤타워를 CCO가 담당하는 구조로 조직 자체를 키워 소비자보호 역량을 강화하는 곳도 생겨났다.

최근 디스커버리펀드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기업은행은 최근 그룹 산하에 소비자보호 사전 조치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부'와 사후 관리를 위한 '금융소비자지원부'로 분리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올해 초 개편된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 조직과 유사한 구조로 이뤄진 점도 특징 중 하나다.

라임 사태로 인해 마찬가지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신한금융투자는 업계 최초로 상품감리부가 금융소비자보호본부 산하로 이동해 CCO 체제 하에서 객관적으로 상품을 심사하고 상품 운용을 모니터링하도록 조치했다. 통상적으로 상품감리 업무는 판매부서쪽에서 담당하나 신한금융투자는 소비자보호조직에서 담당하도록해 소비자 피해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목적이다.

◆ 일선 부서와 소비자보호부 업무 충돌 가능성 상존

그러나 금융회사 소비자보호부서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기존 마케팅, 상품개발 등 주요 현업부서와의 업무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CCO가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상품 판매 전 단계에 대해 관리·감독 업무 수행, 금융소비자보호부서가 소비자보호 및 민원예방을 목적으로 관련 부서에 제도 개선 요구 권한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DLF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발표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영업행위 준칙'이 대표적이다. 준칙에 따르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판매여부는 대표이사 확인을 거쳐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되는데 이사회 의결 전 회사내부의 상품선정(상품위원회) 및 소비자보호기구(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은 원칙적으로 대표이사가 맡게 되어있으나 금융소비자실태평가 '양호' 등급 이상 받거나 임원급의 금융소비자 보호 총괄책임자를 별도 선임한 회사는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가 의장을 맡을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의 권한이 한층 강화되면서 이들이 갖는 부담도 상당해졌다. DLF 사태와 라임사태 등 최근 소비자보호에 허점이 생긴 대형 금융사고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권한이 막중해진데다 사실상 불완전 판매를 예방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역할 책임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부 역시 상품 전 단계에서 소비자보호 관점으로 업무 일부에 관여할 수 있게 됐지만 현업 부서에서는 소비자보호 측면을 과도하게 고려한 나머지 보수적으로 움직이거나 일부 업무가 소비자보호부와 충돌될 소지가 있다.

특히 내년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될 예정으로 금융회사들은 올해 소비자보호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업부서와의 중첩과 같은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소비자보호부의 업무 영역이 상품 전 단계를 모두 관여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상품 심의와 판매, 사후관리 모니터링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면  현 구조상으로는 소비자보호업무가 일종의 시어머니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업부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금융회사 소비자보호담당임원은 "사전적으로 현업 프로세스속에 소비자보호 업무가 필요한 영역에만 들어가 관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보호부서가 모든 권한을 가져가서 행사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면서 "다만 후자의 경우 영업이 굉장히 위축될 것이고 새로운 창의적인 상품 출시가 어렵지 않을가 생각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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