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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위한 기업, 기업을 위한 사회③]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업문화 확산...비전 세우고 봉사영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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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위한 기업, 기업을 위한 사회③]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업문화 확산...비전 세우고 봉사영역 확대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7.2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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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의 노력이나 정부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은 위기가 우리 사회에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코로나19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주요 일원인 기업의 경쟁력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추세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생산과 고용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심도 있는 연구와 노력을 펼치는 중이다. '기업은 사회를 위해 일하고, 사회는 기업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주는'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현재 어떤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 지를 심층 보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저소득층 취약계층 자녀의 학습을 지원하는 삼성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인 ‘드림클래스’ 연장선으로 이뤄지는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이 이달 말 처음으로 실시된다. 이 교육을 위해 삼성은 교육부 NGO(비정부기구) 등과 손잡고 매년 13억 원을 투자한다.

과거 대기업의 교육계 지원은 장학금이나 컴퓨터 등 기자재의 일회성 기부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은 CSR에 더욱 적극적이고 영역도 청소년을 중심으로 복지, 교육자립, 보건의료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CSR 홍보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재계 선두 그룹으로서 앞장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삼성은 지난 5일 공모형 CSR인 ‘나눔과 꿈’이 4년간 207개 비영리단체에 400억 원을 지원했다는 실적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삼성의 CSR 변화는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고민을 통해 이뤄졌다.

‘나눔과 꿈’을 직접 주도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초 “두 아이의 아버지여서 그런지 젊은이들의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청소년 관련 사업의 확대를 시사했다. 지난해 말 이병철 선대회장 추도식에서도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1960년대 미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개념이 등장했을 때만해도 기업은 고용을 늘리고 더 높은 월급을 지급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게 책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업시민’ 개념이 등장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의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현재는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을 비즈니스와 연결해 이익을 창출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로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사회적 가치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의 질에만 주목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똑똑한 소비의 개념이 질 좋은 물건을 값싸게 구매하는 것에서 기업과 브랜드 가치에 주목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가장 대표적인 CSR 테마는 약자를 위한 공헌이다. 약자를 위한다는 기본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기업들은 명확한 비전을 수립해 실천에 나서고 있으며, 지원 범위도 단순 기부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문화 역량 강화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 사회적 약자 보호 사회공헌 철학으로 삼고 실천 ‘선한 영향력’

기업들이 명확한 비전을 갖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펼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임직원의 기부금에 기업이 금액을 더하는 ‘매칭그랜트’도 2000년대 들어서야 도입됐다. 영수증 금액의 일부를 기부한다거나, 보험 납입액 및 카드승인 금액의 일부를 자동으로 기부하는 방식도 2000년대 후반에서야 볼 수 있었던 신개념 공헌이었다.

그만큼 과거에는 일정 금액을 단순 기부하는 게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당연히 CSR 비전 수립의 필요성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기업들이 비즈니스와 생존에 CSR을 떼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구체적인 철학을 세우고 그 아래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회봉사는 미래 세대를 위한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CSR 비전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 아래 만 18세까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등 국가 보호 체계에서 지내던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삼성 희망디딤돌’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4년부터 241억 원을 들여 삼성 희망디딤돌센터를 건립했고 이달 들어 프로그램 운영 범위를 기존 부산, 대구 등 5개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달 말에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청소년 지원은 국내에서만 진행되는 게 아니다. 베트남에서 저소득 학생들에게 방과후 학습과 무상 저녁급식을 제공하는 희망학교를 운영한다. 러시아에서는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아이들이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디지털 기기를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6대무브(MOVE)’를 기반으로 사회공헌을 펼친다. 그중 첫 번째가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자립역량 강화다.

현대차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자립역량을 높이기 위한 대학생 교육봉사단 ‘H-점프스쿨’을 운영한다. 교통 약자가 이동의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이지무브’도 설립했다. 이동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사회복지시설에 차량을 제공한다.

SK그룹은 인간중심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행복경영에 뿌리를 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결식우려 아동 문제 해결을 위한 ‘행복얼라이언스’ 플랫폼을 론칭했다. SK그룹뿐 아니라 식품, 의료,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업종의 기업들이 참여해 사회공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행복나눔계절’ 행사를 통해 취약계층의 겨울나기 지원을 위한 바자회 김장봉사 활동도 꾸준히 펼친다.

LG그룹은 ‘사회와 공동체 발전에 기여’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LG의 강점을 활용해 사회 변화를 도모하는 차별화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다. 대표적인 게 LG화학(대표 신학철)의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을 소아내분비 전문의들의 추천을 받은 저신장 아동들에게 지원하는 사업을 1995년부터 이어가고 있다.

롯데 mom편한 놀이터 13호
롯데 mom편한 놀이터 13호

롯데그룹은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한다는 비전에 따라 아동복지시설 또는 취약계층 밀집 지역사회 내 친환경 안심놀이터를 만드는 ‘mom편한 놀이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물어 보자는 취지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슈퍼블루마라톤’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이 대회는 8000명이 넘게 참가해 장애인 체육활동 활성화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외에 신세계는 ‘희망배달마차’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찾아 생필품을 지원한다. CJ는 ‘푸드뱅크’로 취약계층 식사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 사회봉사 영역 확대, 10년 새 사회적 약자 교육·문화 역량 제고에도 관심

과거 윤리적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도움이 외부에서 강요됐던 것과 달리 현재는 CSR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내부에 전담 부서 혹은 전담자들이 생겨나는 등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다.

최근 10여년 사이 사회봉사의 영역도 단순 기부 및 생활용품 지원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이 사회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과 문화 역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확대됐다.

삼성은 대학생 멘토가 교육 여건이 부족한 중학생들에게 영어, 수학 학습을 지원하는 ‘드림클래스’를 2012년 시작했다. 드림클래스 교육 혜택을 받고 자란 대학생들은 강사로 참여해 재능을 기부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겨울캠프에만 드림클래스 출신 대학생 72명이 참여했다. 올 들어서는 드림클래스 주중주말교실 프로그램을 개설하며 사업을 확대했다.

LG는 2010년부터 카이스트(KAIST),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함께 전국 초중등 다문화 자녀들에게 언어 분야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11년 ‘드림캐쳐스’ 봉사단을 창단해 금전적 이유로 음악적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아동·청소년에 고액의 레슨비를 지원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2013년부터 이동이 어려운 장애아동 가족들에게 가족 여행을 지원한다.

신세계는 2010년대 들어 시각장애 연주단체인 한빛예술단의 공연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하는 등 본격적인 문화예술단체 지원에 힘쓰고 있다.

GS 역시 ‘무지개상자’ 캠페인을 통해 경제적으로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동에게 클래식 악기와 레슨을 지원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학습 여건이 열악한 여수 도서 지역 학생들의 영어 공부를 위한 원어민 영어교실을 2007년부터 운영 중이다.

KT도 2007년부터 도서산간지역 저소득측, 노년층,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에 IT교육(IT서포터즈)을 하고 있다. KT의 교육을 받은 수혜자는 320만 명 이상이다.

현대백화점은 저소득 미혼모의 자립을 위해 산후조리비와 생계비를 지원한다. 심리상담과 취업도 돕는다. 또 2015년 국내 최초로 어린이책미술관을 열어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다양한 미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의 봉사가 더 활발해지기 위해선 사회공헌 인프라 구축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사회공헌 전문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알아서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민간 NGO(비정부기구) 등 기업이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주체가 더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기업이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CSR 전략을 세웠고, 취약계층 등 타깃층도 좁았는데 앞으로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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