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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식품산업㉒] 하이트진로, 실적 호조 속에 '3세 승계' 준비는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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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식품산업㉒] 하이트진로, 실적 호조 속에 '3세 승계' 준비는 난항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20.08.07 0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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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하이트진로그룹은 192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주류회사인 진천양조상회와 국내 최초 맥주 회사인 조선맥주주식회사를 모태로 한다.

부산에서 대선발효공업을 경영하던 고(故) 박경복 명예회장은 지난 1967년 조선맥주를 인수하며 하이트진로그룹의 토대를 닦았다. 

조선맥주의 대표 브랜드 '크라운맥주'는 당시 맥주시장에서 입지가 좁았으나 1993년 국내 최초 비열처리맥주 '하이트'를 출시하며 판도를 뒤엎었다. 맥주 시장에서 1위 브랜드로 우뚝선 후 1998년 사명도 하이트맥주로 변경했다.

2005년에는 소주기업인 진로를 인수하며 하이트진로그룹의 기틀을 마련했다.

진천양조상회는 진로 소주로 1970년 소주시장 1위 제품에 오르게 된다. 진천양조상회는 이후 회사명을 진로로 바꾸고 맥주뿐 아니라 다양한 식음료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IMF사태로 휘청이다가 2005년 하이트에 인수된다.

하이트진로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위해 2008년 하이트맥주를 인적 분할해 지주사인 하이트홀딩스를 설립했다. 이어 2011년 하이트홀딩스는 하이트진로홀딩스로, 하이트맥주는 진로와 통합해 하이트진로로 회사명을 바꾸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참이슬과 하이트를 앞세워 소주와 맥주 시장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으나 2011년 오비맥주에 맥주 1위 자리를 빼앗기는 등 정체를 겪다가 지난해 출시한 맥주 '테라'와 뉴트로 감성 콘셉트의 ‘진로 이즈 백’ 등 신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다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 특수관계인 지주사 지분 65% 보유...오너 일가 지배력 굳건

고(故) 박경복 명예회장은 지난 2001년 차남이었던 박문덕 회장(당시 하이트맥주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2014년에는 박문덕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김인규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문덕 회장(71세)은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9.4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주주는 서영이앤티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27.66% 보유하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박 회장의 아들인 박태영(43세) 하이트진로 부사장, 박재홍(39세) 하이트진로 전무가 두 자릿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박태영 씨는 58.44%, 차남 박재홍 씨는 21.62%다.

그 외에 친인척과 특수관계인, 하이트문화재단 등이 보유한 지분까지 더하면 총 65.91%에 달한다.

여기에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하이트진로 지분 50.86%, 진로소주 지분 1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진로산업, 하이트진로음료 등 13개 계열사의 지분을 80% 이상 보유한다.


◆ 경영 승계는 가시밭길...공정위 칼날에 리스크 확대

지주회사체제 개편을 통해 박문덕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는 탄탄하게 완성됐지만, 창업3세로의 승계는 쉽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박문덕 회장(71세)은 부인 김미정 여사(67세)와의 사이에서 박태영(43세), 박재홍(39세) 두 아들을 자녀로 뒀다. 3세로의 승계 지렛대 역할을 맡은 회사는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주주인 서영이앤티다.

서영이앤티(구 삼진이엔지)는 맥주 냉각기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00년 설립됐다. 하이트진로와의 거래를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당시 서영이앤티 주주는 박 회장의 차남인 박재홍 전무가 지분을 27% 보유했고 정학진 씨(지분 30%) 외에 3명의 주주로 이뤄져 있었다. 이후 2007년 장남 박태영 부사장이 서영이앤티 지분 73%를 취득하며 본격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2008년 2월 박문덕 회장은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수입주류 판매업체인 '하이스코트' 지분 전량(50억 원)을 서영이앤티에 증여한다. 하이스코트는 당시 하이트맥주 2대 주주였다. 결과적으로 서영이앤티는 하이스코트 지분을 통해 당시 하이트맥주 2대주주(지분 9.81%)로 등극하게 된다.

그해 7월 하이트맥주는 하이트홀딩스와 하이트맥주로 분할했고 2009년 1월 하이스코트는 위스키판매사 하이스코트와 투자회사 삼진인베스트로 분할한다. 하이트맥주 지분은 삼진인베스트가 가져가게 된다.

2009년 7월 하이트그룹은 하이트맥주 주식을 하이트홀딩스 주식으로 바꿔주는 스와프와 삼진이베스트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게 된다. 그 결과 삼진인베스트의 하이트홀딩스 지분율은 24.66%로 증가하며 하이트홀딩스 2대주주가 됐다.

2010년 4월 박태영 씨가 최대주주인 서영이앤티는 삼진인베스트를 1대 0 비율로 흡수합병하며 하이트홀딩스 2대주주로 등극했다.

결과적으로 서영이앤티의 대주주인 박태영 부사장과 박재홍 전무가 자연스럽게 하이트진로그룹의 2대주주가 된 셈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하이스코트의 지분이 서영이앤티로 넘어가는 과정이 변칙 증여라며 320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에서는 두 아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증여한 건 자식들에게 준 거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증여세를 청구했으나 하이트진로는 법인에 증여했고 이미 법인세를 냈다며 맞섰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16년 회사에 재산을 증여한 경우 회사가 증여 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부담했다면 회사의 주주가 얻은 이익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로 승소했다.

하지만 승계작업의 핵심은 박문덕 회장이 보유한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어떻게 물려주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박 회장의 하이트진로 보유 지분은 보통주(2.58%)와 우선주(0.02%) 포함 2.6%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보통주 29.49%와 우선주 0.02%를 갖고 있다. 6일 종가를 기준으로 환산한 지분가치는 하이트진로가 808억 원, 하이트진로홀딩스가 1508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출시한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이 잇따라 히트치며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박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하이트진로는 53.8%, 하이트진로홀딩스는 67% 상승하면서 승계시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지분을 증여하면 최대 50%의 증여 및 상속세가 부과된다. 만약 지금 박태영 부사장이 지분을 증여받는다면 1000억 원 상당의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배당을 통한 자금마련도 여의치 않다. 현재 박태영 부사장과 박재홍 전무는 하이트진로그룹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형제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영이앤티도 최근 배당을 하지 못하고 있어 완전한 3세 승계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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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레떼레 2020-08-07 19:19:17
그래 동네 구멍가게도 가업이라고 이어받으려니까 준비할게 한두가지가 아니더라. 아마 재벌 3세가 아니라 재벌 5~6세정도되면 우리나라에 부자는 씨가마르고 사회주의 낙원이 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