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5G 상용화 이후 통신 3사가 가입자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광고선전비를 집행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제재 등으로 인해 과열경쟁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대리점 보조금으로 불리는 지급 및 판매수수료는 SK텔레콤(사장 박정호)이 소폭 증가, KT(사장 구현모)와 LG유플러스(부회장 하현회)는 소폭 감소해 전체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통신 3사의 광고선전비는 개별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총 1859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2841억 원에 비해 34.6%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지급 및 판매수수료는 별도 기준 5조8060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보다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광고선전비가 대폭 삭감된 반면, 보조금 지출은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통신 3사가 마케팅에 지출하는 내역은 크게 홍보에 지출하는 '광고선전비'와 판매 보조금으로 불리는 '지급 및 판매수수료'로 구분된다.
광고선전비는 LG유플러스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LG유플러스의 올 상반기 광고선전비는 별도 기준 94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8.4% 급감했다.
SK텔레콤은 576억 원에서 394억 원으로 31.6% 줄었고, KT도 5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8% 감소했다.
통신업계는 5G 경쟁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제재 등으로 현저히 감소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방통위는 5G 가입자 유치 과정에서 유통망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 3사 대상으로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위반 사실조사를 진행해, 지난 달 과징금 512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방통위가 단통법 위반 여부를 지속적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3사의 마케팅 지출이 일제히 줄어들었다"며 "회계적 이연 효과를 감안해도 마케팅비가 크게 감소해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3사 모두 괜찮게 나오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지급 및 판매수수료는 알선이나 중개 대가로 지급하는 돈을 의미하는데,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일선 대리점·판매점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원하는 보조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SK텔레콤은 지급수수료로 일괄 계산하는 반면, KT·LG유플러스는 지급수수료와 판매수수료를 나눠 책정한다.
보조금은 전반적으로 소폭의 증감세를 보였는데, SK텔레콤은 별도 기준으로 보조금 규모가 유일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이 올 상반기에 보조금 등으로 지출한 돈은 2조2939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SK텔레콤 측은 지급수수료의 경우 보조금만 온전히 반영된 수치로 볼 수 없어 보조금 지출이 늘어났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회계 기준에 따라 정보제공 수수료 등 세부적인 항목들로 구성된 비용이 수수료로 반영되고 있다"며 "지급수수료가 증가했다고 보조금 지출이 증가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와 KT는 보조금 규모가 소폭 감소했다. 양사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 2.0%, 0.6% 감소한 1조5698억 원, 1조9423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출했다.
이통업계는 보조금의 경우 단말기 출시 일정과 마케팅 전략 등에 따라 규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리점 대면 영업이 감소했으며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일 만한 단말기도 부재해 올 상반기 보조금 지출이 소폭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5G 시장 안정화가 이통업계의 가장 큰 이슈여서 경쟁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5G 단말기 출시가 줄줄이 이어지는 올 하반기에도 마케팅 비용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