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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라임무역펀드 '울며 겨자먹기 배상' 선례로 남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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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라임무역펀드 '울며 겨자먹기 배상' 선례로 남아서는 안 된다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0.09.02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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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100% 배상' 권고안을 판매사들이 수용한 이후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금융당국과 여론의 압박에 밀려 판매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권고안을 받아들임에 따라 향후 다른 금융투자상품의 분쟁에서 좋지 않은 선례가 남게 됐다는 우려가 높다.

판매사들은 원금비보장 상품인 금융투자상품에서 전액 배상 결정이 내린 데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사의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가 그 책임을 오롯이 져야하는지, 투자자의 책임은 전혀 없는 지에 대한 억울함 때문이다.

일단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배상 기준이 되는 2018년 11월에 이미 투자 펀드의 심각한 부실이 발생해 청산을 앞둔 '불량품'이었다는 점에서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자기 책임의 원칙을 거론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투자 판단을 할 수 없는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자기 책임의 원칙을 들이댈 근거가 부족하다. 금감원 역시 100% 배상의 근거로 제시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에서 착오를 유발한 1차 책임 당사자로 판매사를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일부 판매사는 기존과 동일한 유형의 상품이라는 이유로 펀드상품 판매여부를 결정하는 '펀드선정위원회' 결의도 생략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판매채널에서는 투자자 성향을 조작하고 원금손실 발생시 변상을 약속하는 손실보전각서까지 작성한 사례도 발견됐다고 한다.

본사와 일선 영업점에서 총체적으로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판매사들이 울며 겨자먹기 배상을 거론하는 것은 라임 무역펀드 사례만을 생각한다면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라임 무역금융펀드 100% 배상 결정은 현 사모펀드 감독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과제도 남겼다.

불합리한 펀드 운용에 대해 판매사가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준수할 법적의무가 불분명하는 등 투자자 보호 장치가 사실상 없었다. 펀드 운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운용사가 손해배상을 책임 질 능력이 없어 판매사에게 모든 화살이 가는 체계의 허점도 발견되었다.

실제로 판매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라임자산운용과 TRS 제공사인 신한금융투자에 구상권을 청구할 뜻을 밝혔지만 현재 라임자산운용은 사실상 공중분해돼 손실 배상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모펀드 사태에도 이번 분조위 배상 판단이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적잖은 부작용이 파생될 수 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갑자기 팽창하면서 갖은 후유증을 드러내고 있는데 금융당국도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줄여줌으로써 투자자 유입을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

이 과정에서 판매사들은 계약고를 늘리는 데만 급급했고, 일부 투자자들은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투자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사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준엄한 책임추궁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금융사들이 백기를 드는 일이 반복된다면 준비되지 않은 일부 투자자들의 무모한 투자에 면죄부를 남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판매사들의 목소리를 마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듯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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